숨진 아내가 생전 동성 친구와 불륜 관계였다며 상간자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한 남성이 1심에서 패소했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법 민사19단독 이재민 판사는 지난 2월 남성 A씨가 아내의 동성 친구 B씨를 상대로 제기한 6000만원 상당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했다.
지난해 6월 아내와 사별한 A씨는 아내가 생전 고등학교 동창인 B씨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다고 주장하며 위자료 5000만원을 청구했다. 또 두 자녀에 대해서도 각각 500만원씩의 위자료를 지급하라며 모두 6000만원을 청구했다.
A씨는 아내와 B씨가 여러 차례 같은 숙박업소에 함께 머물렀고, 아내가 B씨 집으로 성인용품을 배송받은 점 등을 근거로 두 사람이 불륜 관계였다고 주장했다. 아내의 생전 정신건강의학과 진료 기록과 두 사람이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도 증거로 제출했다.
진료 기록에는 아내가 상담 과정에서 "만나던 언니와 헤어지기로 했다", "애인과 함께하고 싶다"고 말한 내용이 담겼고, B씨에게는 "사랑해용" 등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 같은 자료만으로 두 사람이 연인 관계였다고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동성 친구끼리 숙박업소에 머물거나 자주 왕래했다는 사정만으로 애인 관계였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성인용품 역시 아내가 B씨 집으로 배송받았다는 사실만 확인될 뿐 두 사람이 함께 사용할 목적이었다는 증거는 없다고 봤다.
또 정신건강의학과 진료 기록과 문자메시지는 아내의 일방적인 감정 표현에 불과하다고 판단했다. 반면 B씨가 과거 심리상담센터에서 "오래된 친구와 집착적인 관계 때문에 괴롭다"며 우울감을 호소했고, 지인들에게도 여러 차례 "A씨의 아내가 정신병원에 입원해야 할 것 같다"고 말한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
A씨는 B씨가 자신의 두 자녀를 '내 새끼들'이라고 부르고 아이들 앞에서 자신의 험담을 해 친권을 침해했다고도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내 새끼들'이라는 표현은 B씨가 사 온 과자를 아내가 나중에 아이들에게 주겠다고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나온 말일 뿐"이라며 "친권을 침해하려는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