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넘게 별거하는 동안 다른 여성과 동거한 남편을 상대로 상간소송을 제기할 수 있을까.
23일 YTN 라디오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에서는 세 자녀를 둔 결혼 28년 차 여성 A씨 사연이 소개됐다.
A씨 부부는 맞벌이였지만 집안일과 육아는 대부분 A씨 몫이었다. 남편은 아이들 숙제도 봐주지 않고 "집이 어질러졌다", "반찬이 부실하다"며 불평만 늘어놨다.
갈등은 2020년 설 연휴에 심화됐다. 시가에 다녀온 뒤 친정에도 들르자고 하자 남편이 이를 거부하며 다툼이 벌어졌고, 결국 A씨는 아이들만 데리고 친정에 다녀왔다. 집으로 돌아왔을 때는 남편이 이미 짐을 싸서 떠난 뒤였다.
남편은 오피스텔을 얻어 따로 살기 시작했다. 당시 막내딸이 중학생이었던 만큼 A씨는 가정을 지키고 싶어 여러 차례 남편 회사까지 찾아가 대화를 시도했지만, 남편은 "이혼할 게 아니면 찾아오지 말라"고 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고 최근 남편을 만난 아이들은 "아빠가 다른 여성을 만나는 것 같다"고 전했다. 남편 SNS(소셜미디어)에는 다른 여성과 여행을 다녀온 흔적들이 가득했다. A씨가 따지자 남편은 "5년 넘게 따로 살았는데 그게 무슨 불륜이냐. 이제 이혼하자"고 했다.
A씨는 "남편은 2년 전 임원으로 승진했다. 최근에는 큰 계약을 성사해 수입도 크게 늘었다고 한다"며 "하지만 별거 기간에 번 돈은 저와 상관없으니 2020년 기준으로 재산을 나누겠다고 하더라"고 토로했다.
이어 "저는 여전히 이혼하고 싶지 않다"며 "남편이 다른 여성과 지내는 모습을 그대로 두고 싶지 않은데 이런 경우에도 상간 소송을 제기할 수 있냐"고 물었다.
조윤용 변호사(법무법인 신세계로)는 "별거 당시 혼인관계가 실질적으로 파탄된 상태였는지가 쟁점"이라며 "대법원은 장기간 별거로 혼인관계가 사실상 끝난 이후의 부정행위는 위자료 대상이 아니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A씨는 별거를 원하지 않았고, 이후에도 남편을 찾아가 설득하는 등 관계 회복을 위해 노력했다"며 "이러한 사정이 인정된다면 혼인관계가 완전히 파탄됐다고 보기 어려워 상간녀에게 위자료 책임을 물을 수 있다. 다만 상대 여성이 남편이 유부남이란 사실을 몰랐다면 위자료 인정이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남편의 이혼 청구에 대해서는 "유책 배우자의 이혼 청구는 원칙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며 "혼인관계가 파탄에 이르지 않았다고 판단되면 남편의 이혼 청구는 기각될 가능성이 크다. 만약 혼인관계가 회복 불가능한 상태였다고 인정되면 예외적으로 허용될 것"이라고 했다.
또 재산분할에 대해 "혼인 파탄 시점을 언제로 보는지가 중요하다"며 "별거 시작 시점을 실질적인 혼인 파탄 시점이라고 본다면 이후 형성된 재산은 재산분할 대상에서 제외된다. 별거 시작 시점에 보유하고 있던 재산만을 대상으로 재산분할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남편이 이혼소송을 제기한 시점을 혼인 파탄 시점으로 본다면 별거 기간 중 형성된 재산도 분할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면서도 "재산분할 비율은 재산 형성과 유지에 대한 기여도를 반영해 결정되는 만큼 별거 기간 기여가 적었다면 분할 비율은 낮게 책정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