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이가 자살을 시도했어요. 방에 약이 너무 많아요. 거품을 물고 쓰러져 있어요. 제발 도와주세요."
지난해 5월20일 이백형 서울 동작경찰서 학교전담경찰관(SPO·팀장)에게 다급한 전화가 걸려 왔다. 두 달 전 자녀의 약물 복용 문제를 상담했던 이지민양(17·가명)의 어머니였다.
상담 이후에도 이양의 상태를 살피던 SPO팀은 전화를 받자마자 곧바로 이양의 주거지로 출동했다. 당시 이양은 수면유도제 등 향정신성의약품 수십알을 복용한 상태였다. 몸에는 자해 흔적도 남아있었다. 경찰은 추가 위험이 크다고 판단해 곧바로 응급입원 조치했다.
이양은 사고 닷새 전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서 의료용 마약류를 구매했다. SNS에서 만난 판매자는 특정 의약품 50알을 3만원에 팔겠다고 제안했다. 거래는 편의점 택배로 이뤄졌다. 마치 중고 물품 거래를 하듯 손쉽게 끝났다. 온라인 대화 몇 마디와 단돈 3만원에 이양의 손까지 마약류가 전달됐다.
이양이 불법 약물을 처음 접한 건 약 6개월 전이다. 우울증을 겪던 이양은 SNS에서 의료용 마약류를 쉽게 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후부터 약물 복용과 자해를 반복했다. 같은달 정신과에도 입원했지만 상태는 쉽게 나아지지 않았다.
가족들은 특목고 진학 실패가 이양을 심리적으로 무너뜨렸다고 말했다. 이양의 어머니는 경찰 조사에서 "아이가 미술에 재능이 있어 특목고 진학을 준비했지만 입시에 실패한 뒤 크게 무너진 것 같다"고 진술했다.
사고 하루 전에는 다니던 고등학교도 자퇴했다. 학교 측은 이양이 우울증을 앓고 있다는 사실은 알았지만 약물 과다 복용과 자해 시도까지는 파악하지 못했던 상태였다.
사건은 형사과로 인계됐다. 이양은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입건됐다. 하지만 SPO팀은 수사와 별개로 이양을 처벌 대상이 아닌 '도움이 필요한 청소년'으로 바라봤다.
경찰은 3개월간 보호 입원 치료를 지원하고 청소년상담복지센터와도 연계했다. 담당 경찰관은 매주 1~2차례 이양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상태를 확인했다. 1~2개월에 한 번씩은 집을 찾아가 상담을 이어갔다. 부모와 함께하는 단체 대화방에서도 꾸준히 소통했다.
수사 과정에서는 이양이 치료와 학교 복귀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선처를 요청하는 탄원서도 지속해서 제출했다. 이런 노력 끝에 사건은 기소유예 처분으로 마무리됐다.
고등학교를 자퇴했던 이양은 현재 다시 교실로 돌아와 학교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조금씩 일상도 회복 중이다.
이 팀장은 "우울증을 겪다 SNS를 통해 의료용 마약류에 노출되는 청소년이 늘고 있다"며 "어려움을 겪을 때 숨기지 말고 반드시 주변의 믿을 수 있는 어른이나 경찰에 도움을 요청해 달라"고 강조했다. 이어 "청소년들이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다양한 전문기관이 지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포기하려던 학생들도 주변 어른들의 꾸준한 관심과 치료·상담이 이어지면 충분히 회복할 수 있다"며 "이양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신경 써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한 게 기억에 남는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