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5도 밀폐공간서 일하다 죽어"…건설현장 노동자들, 폭염대책 촉구

김서현 기자, 여승헌 기자
2026.07.29 16:00

"작업현장서 물 한방울도 주지 않아…안전모 착용만 강제"

29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본청 앞에서 건설현장 실내노동자들이 겪는 분진 정도를 시연하고 있다./사진=여승헌 기자.

서울에 폭염경보가 내려진 가운데 실내 건설현장 노동자들이 정부에 폭염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들은 이들은 실내 공정이 폭염 대책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며 냉방·환기 장비 설치와 작업중지권 보장을 요구했다.

권리찾기유니온과 한국마루노동조합 등은 29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실내공사 노동자들은 38.5도 밀폐공간에 갇혀 분진 속에서 일하다 죽는다"며 "폭염 재난 위험지대에 내몰린 노동자들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정부를 향해 △폭염 안전대책에 실내 공정 노동자의 작업중지권을 명시하고 △실내 건설 공정을 폭염 불시감독 대상에 포함하고 △이동식 냉방기·송풍기·냉각조끼 등 안전조치를 마련하고 △실내 공정에 맞는 보호구 착용 지침을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최우영 한국마루노동조합 위원장은 "실내노동자의 생명은 왜 폭염 대책에서 매년 제외되는지 묻고 싶다"며 "극심한 더위에 창문이 닫힌 채 바람도 불지 않고, 숨을 들이시면 폐속으로 분진이 들어오지만 선풍기도 냉방기도 휴게시간도 없다"고 호소했다.

서종근 마루시공 노동자도 "작업 현장에서는 물 한 병도 주지 않고 물을 사가면 현장에서 사용하지 말라고 한다"며 "노동부는 매일 폭염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바뀐 게 단 하나도 없다"고 했다.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571조가 사업주를 대상으로 근로자가 작업 중 땀을 많이 흘리게 되는 장소에 소금과 깨끗한 음료수 등을 갖춰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현장에서는 이러한 규칙이 잘 지켜지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냉방·환기 대책 없이 안전모 착용만 강제하는 관행도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유태영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노동위원회 변호사는 "마루 시공업체들은 환기장치 하나 없이 규정을 지킨다는 명분으로 안전모 착용을 강제하고 있다"며 "안전모는 물체가 떨어지거나 추락할 위험이 있을 때 착용하는 보호구로, 실내 공사에서는 시야를 가리고 체온을 높여 오히려 위험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온도 조절 조치나 물을 제공하지 않은 채 안전모 착용을 강요해 노동자를 사망에 이르게 할 경우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노동자들은 이날 기자회견 내내 통풍이 잘되지 않는 분진복과 안전모를 착용했다. 회견을 마친 뒤에는 그라인더를 작동시키고 분진을 뿌리며 실내 건설현장의 작업 환경을 재현하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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