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몇인데" 애들 장난감 딸깍?...2030 '힐링템' 된 왁뿌·말랑이

이은 기자
2026.08.03 06:03
그룹 블랙핑크 로제가 미국 완구업체 '쉴링'의 촉감 완구인 '니도 검 드롭' 제품을 '스트레스 볼'이라 소개하며 애정을 드러냈다. /사진=유튜브 채널 'First We Feast' 영상

"스트레스받거나 생각이 복잡할 때마다 만지면 잡생각이 사라져요."

'왁뿌볼' '말랑이' '키캡' 등 손으로 만지작거리며 가지고 노는 촉감 중심의 장난감 '피젯 토이'(Fidget Toy·촉감 완구)가 2030세대 사이에서 새로운 힐링 아이템으로 떠오르고 있다. 어린이들의 놀이 도구였던 장난감이 이제는 어른들의 불안과 피로를 달래는 도구로 자리 잡는 모습이다.

'피젯'(Fidget)은 자리에서 가만히 있지 못하고 꼼지락거리거나 물건을 계속 만지는 행위를 뜻한다. 피젯 토이는 이러한 움직임을 유도하는 장난감이다.

촉감 완구인 '왁뿌볼'과 '키캡'을 즐기는 모습. /사진=인스타그램

왁스로 코팅된 겉면을 손으로 누르면 '콰사삭!' 하고 깨지는 듯한 소리와 촉감을 선사하는 '왁뿌볼', 실리콘·고무 등의 소재로 제작돼 손으로 주무르면 형태가 변했다가 천천히 원래대로 돌아오는 '말랑이', 누르면 '타닥타닥' 경쾌한 타건음을 내는 작은 키보드 형태의 '키캡' 등이 있다.

평소 지루할 때마다 키캡을 누른다는 이지현씨(38)는 "누르기만 하면 바로 청각·촉각적 자극을 느낄 수 있어 좋다"며 "짧은 시간에도 기분 전환이 되는 소소한 즐거움"이라고 말했다.

미국 완구업체 쉴링의 촉감 완구 '니도'(NeeDoh)의 '드림 드롭' 제품을 즐기는 모습. /사진=니도 인스타그램

업무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한 수단으로 촉감 완구를 찾는 직장인도 있다. 직장인 박진형(33)씨는 "업무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키캡을 누른다. 바로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말랑이'와 '왁뿌볼'도 구입했다는 박씨는 "감촉이 좋은 말랑거리는 만지다 보면 온 신경이 거기에 쏠리면서 잡생각이 사라진다"며 "왁뿌볼은 '콰사삭'하면서 터지는 쾌감이 있다. 한 번밖에 못 부수니 계속 사고 싶고, 더 만족스러운 왁뿌볼을 찾게 된다"고 촉감 완구의 매력을 설명했다.

'왁뿌볼'과 관련한 다양한 콘텐츠가 인스타그램에 업로드 된 모습이다. /사진=인스타그램 캡처

'왁뿌볼'은 지난해 말부터 유행이 시작돼 올해 초부터 SNS(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했다.

인스타그램에 '왁뿌볼'을 검색하면 부서지는 소리를 들려주는 ASMR(뇌를 자극해 심리적인 안정을 주는 자율 감각 쾌락 반응) 콘텐츠부터 종류별 제품 소개, 직접 제작해보는 콘텐츠까지 약 1만6000건 이상의 게시물이 올라와 있다. 2021년 유행이 시작돼 꾸준히 사랑받아 온 '말랑이' 게시물은 13만6000개 이상, 'Squishy' 게시물은 355만 개에 달한다.

실제 판매 증가세도 가파르다. 온라인 플랫폼 '지그재그'에 따르면 지난 6월 '왁뿌볼' 검색량은 1월 대비 약 64배(6239%) 폭증했고, 거래액은 약 51배(5025%) 대폭 증가했다. 2021년부터 유행한 '말랑이' 검색량은 약 9배(809%), 거래액도 약 13배(1267%) 늘었다.

로제도 '스트레스 볼' 사랑…'품절 대란'에 오픈런·웃돈 거래까지

해외에서도 촉감 완구 열풍은 거세다.

그룹 블랙핑크 로제의 '스트레스 볼'로도 잘 알려진 미국 완구업체 '쉴링'(Schylling)의 촉감 완구 '니도'(NeeDoh)는 일부 제품이 품절됐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정가는 5.99달러(한화 약 8600원)이지만 품귀 현상으로 온라인에서는 정가의 수십 배에 달하는 500달러(한화 약 73만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로제는 미국 인플루언서 겸 방송인 제이크 셰인의 토크쇼에 출연해 "회의할 때 스트레스 볼을 항상 테이블 위에 올려둔다. 이게 없으면 아무것도 못 한다. 손에 쥐고 있으면 집중이 잘 된다. 불안할 때 주의를 분산시켜줘 도움이 된다"며 스트레스 볼에 대한 애정을 전한 바 있다.

미국 완구업체 쉴링의 촉감완구 '니도'(NeeDoh)를 구입하기 위해 매장 앞에 줄을 선 사람들의 모습. /사진=틱톡

미국 현지에서는 매장 문이 열리기 전부터 줄을 서 제품을 구매하는 이른바 '니도 사냥'(NeeDoh hunting) 트렌드도 생겨났다. 소비자들은 단순히 제품을 구매하는 것을 넘어 매장 앞 줄서기와 대기 시간, 제품을 손에 넣고 인증하는 과정 전체를 하나의 놀이 콘텐츠로 소비하고 있다.

쉴링의 폴 와인가드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첫 9주 만에 1년 치 재고가 모두 소진됐다"며 "엄청난 수요가 몰리면서 재고 보충 속도를 훨씬 뛰어넘고 있어 가능한 한 생산량을 최대로 늘리고 있다"고 밝혔다.

2000원의 행복…촉감 완구 인기 이유는?

촉감 완구는 2000원~1만원대의 부담 없는 가격으로 즉각적인 만족감과 심리적 안정감을 얻을 수 있어 젊은 세대 사이에서 '가성비 힐링 아이템'으로 떠올랐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촉감 완구 열풍은 젊은 세대가 느끼는 외로움과 불안감을 보여주는 현상"이라며 "이를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이 부족하다 보니 촉감 완구에 빠지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임 교수는 "오감 가운데 촉각은 정서 안정과 특히 밀접한 감각이다. 촉각 자극은 뇌의 감정과 안정 조절에 관여하는 대상회에 전달돼 정서적 안정감을 준다"며 "어린 시절의 애착 경험을 반복하면서 심리적 안정을 얻는 과정으로도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임 교수는 촉감 완구를 사용하는 것만으로는 불안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며 "일시적으로 스트레스를 완화하는 놀이일 뿐이다. 다른 활동을 못 할 정도로 의존하거나 몰입하게 될 경우 전문가 상담이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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