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철에서 시비에 휘말린 한 승객이 CCTV(폐쇄회로TV) 영상이 없다는 이유로 쌍방 폭행 혐의로 송치됐다가 무혐의 처분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지하철 범죄 수사에 전문성을 갖춘 지하철경찰대가 있지만 서울 전역에서 발생하는 지하철 범죄 전체를 수사하기에는 역부족한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9일 머니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북부지검은 지난 6월24일 폭행 혐의로 송치된 30대 남성 A씨를 불기소 처분했다. 같은 날 쌍방 폭행으로 함께 송치된 B씨는 약식 기소했다.
앞서 서울 강북경찰서는 지난 5월 강북구 우이신설경전철 열차에서 다툰 A씨와 B씨를 폭행 혐의로 입건했다.
조사 과정에서 A씨는 B씨가 신체 접촉을 이유로 시비를 걸었다고 진술했다. 이후 다투는 과정에서 B씨가 A씨를 열차 밖으로 강제로 끌어내려 A씨 상의가 찢어지고 휴대전화가 선로에 떨어져 파손됐다는 주장도 나왔다.
경찰은 열차 내부 CCTV 저장장치 고장으로 당시 장면이 정확히 찍힌 영상이 없어 일방 폭행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경찰은 두 사람의 진술을 토대로 A씨와 B씨 모두 검찰에 송치했다.
다만 검찰은 경찰과 달리 B씨만 기소했다. 경찰과 검찰이 다른 판단을 내린 이유는 승강장을 비추는 CCTV 영상을 달리 해석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지하철 범죄는 공간 특성상 CCTV 영상 확보 및 분석이 수사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열차 내부는 밀집된 공간이어서 영상 분석이 까다롭다. 지하철경찰대 소속 한 경찰은 "열차 칸마다 풍경이 유사하고 사람이 밀집돼 범행 장면을 포착하기 어렵다"며 "일반적인 사건보다 CCTV 분석 역량이 필요한 분야"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문성을 가진 인력은 부족하다. 서울청 지하철경찰대는 서울 시내 지하철에서 발생하는 범죄를 관할하는데 총 인원은 118명에 불과하다. 이중 수사 인력은 4개팀 44명으로 수사팀이 배치된 역사는 △당산역 △이수역 △왕십리역 △종로3가역 등 주요 환승역 4곳뿐이다. 서울교통공사 소속 지하철보안관이 있지만 사법권이 없고 국토교통부 소속 철도특별사법경찰대는 광역전철 구간만 관할한다.
수사 인력이 부족해 일선 경찰서와 사건을 분담하다보니 사건 이송 기준도 모호하다. 한 경찰 관계자는 "지하철경찰대 인원이 많지 않아 현장과 가까운 지역 경찰이 먼저 출동하는 경우가 많다"며 "현장에 출동한 경찰이 판단해 일선 경찰서로 사건을 이송하기도 한다"고 했다.
부족한 수사 인력과 불분명한 사건 관할 기준이 피해자 권리를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사건을 신속히 검거하기 위해 지역 경찰의 협조를 받을 수는 있지만 수사 자체는 전문성을 가진 지하철경찰대가 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