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쁘니까 '한줄' vs 안전하게 '두줄'…에스컬레이터 딜레마, 국민 생각은?

윤혜주 기자
2026.08.10 13:41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한 자료사진/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정부가 에스컬레이터 탑승 시 '한 줄 서기'와 '두 줄 서기' 중 어떤 방식이 더 적절한지 대국민 의견 수렴에 나선다.

10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오는 29일 오후 1시부터 6시까지 서울 연세대학교 백양누리에서 '에스컬레이터 안전 이용'을 주제로 '모두의 토론회'가 열린다.

지난 3일 시작된 참가 신청은 이날 마감되며, 연령·성별·지역 등 인구통계학적 구성을 고려해 200명을 균형 선발한 뒤 14일까지 개별 연락할 예정이다.

이번 토론회는 '한 줄 서기'와 '두 줄 서기'를 둘러싼 단순 찬반 논의를 넘어, 사고 발생 원인과 실제 이용 행태, 설비·유지 관리 현황, 제도 개선 방안까지 종합적으로 살펴보기 위해 마련됐다.

승강기 분야 전문가의 주제 발표에 이어 국민 참가자들이 생활 속 불편과 개선 의견을 직접 제안하며, 행안부는 여기서 나온 의견을 안전문화 개선과 향후 정책 추진에 활용할 계획이다.

현장 토론에 앞서 온라인 토론장도 27일까지 운영된다. '소통혁신24' 모두의 토론회 게시판에서 '에스컬레이터 두 줄 서기'와 관련한 10가지 쟁점에 대해 설문에 참여할 수 있는데 △다소 늦어지더라도 두 줄로 안전하게 서는 것이 바람직한지 △급한 사람을 위해 한 줄은 비워두는 게 나은지 △사고·고장의 원인이 이용자 습관보다 설비·정비 문제에 있는지 △계단이나 보조 이동수단을 늘려 급한 사람을 분산시키는 게 나은지 등이 쟁점으로 제시됐다.

사진=행안부 제공

토론회 소식이 알려지며 SNS에서도 찬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두 줄 서기 찬성 측은 안전을 근거로 든다. 걷다가 넘어지면 뒷사람까지 연쇄적으로 다칠 위험이 크고, 애초에 서서 이용하도록 설계된 설비에서 뛰어다니는 행위 자체가 위험하며 고장의 원인이 된다는 것이다. 오히려 한 줄로 서서 정체를 유발하는 것보다 두 줄로 짝지어 타는 편이 전체 이동 시간을 줄인다는 의견도 있다.

반대 측은 실용성과 기존 문화를 근거로 든다. 급한 사람을 위해 한쪽을 비워두는 관행이 이미 자리 잡은 만큼 이를 바꾸면 오히려 불편이 커질 수 있고, 출근길처럼 바쁜 상황에서 두 줄로 꽉 막혀 있으면 답답함과 불만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다.

한편으로는 개인의 실천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혼자 두 줄로 서봐야 뒤에서 밀치거나 항의받기 십상이라 '빨리빨리' 문화에 익숙한 한국 사회 전체가 함께 바뀌어야 정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에스컬레이터 이용 문화는 1990년대 후반 바쁜 사람을 위해 오른쪽에 서고 왼쪽을 비워두는 '한 줄 서기'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무게 쏠림에 따른 고장과 보행·주행 중 낙상 사고 등 안전 문제가 불거지면서 2007년부터 '두 줄 서기' 캠페인이 추진됐다. 이후 한 줄 서기를 선호하는 여론이 여전히 우세하고 해외에서도 두 줄 서기를 강제하지 않는다는 이유 등으로 캠페인은 2015년 중단됐다.

현재 행안부의 에스컬레이터 안전수칙에는 한 줄이냐 두 줄이냐에 대한 규정 없이 △걷거나 뛰지 않기 △손잡이 잡기 △노란 안전선 안에서 탑승하기 등 3대 원칙만 제시돼 있다. 캠페인 중단 11년 만에 관련 정책이 다시 공론화되는 셈이다.

행안부는 "정해진 자리에 안전하게 서야 한다는 목소리와, 급한 사람이 지나가도록 한쪽을 비워두는 것이 배려라는 목소리가 공존한다"며 "정답이 정해진 문제가 아닌 만큼 찬반을 먼저 가르기보다 사고 원인과 실제 이용 행태를 함께 살펴보려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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