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발목 멍" 38시간 침대 묶여 있다 숨진 11세…외조모·교회 학대 전말

윤혜주 기자
2026.08.12 10:28
지난 5일 고열과 의식저하 증세로 119 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진 11세 A군이 지냈던 천안시 성거읍 소재 교회의 모습/사진=뉴스1

교회에서 생활하던 11살 아이가 학대 피해를 호소하며 도움을 요청했다가 끝내 숨진 가운데 경찰은 아이가 약 38시간 동안 침대에 묶여 있었던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12일 뉴스1에 따르면 충남 천안의 한 교회에서 구조된 지 3시간여 만에 숨진 11살 A군과 관련, 경찰은 교회를 빠져나왔던 A군이 다시 교회에 돌아간 뒤 약 38시간 동안 침대에 묶여 있었던 것으로 추정했다.

A군은 지난 5일 고열과 의식저하 상태로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다. 당시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구급대도 A군의 손목과 발목에 억류돼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멍 자국이 있었다고 기록했다.

A군은 숨지기 전 두 차례나 교회를 빠져나와 경찰에 학대 피해를 호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2일과 3일 홀로 교회를 나온 A군은 인근 편의점이나 식당을 찾아 도움을 요청했다.

지난 2일 민소매 차림으로 편의점에 들어선 A군의 눈 밑에는 멍 자국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발견한 시민의 도움으로 A군은 경찰서로 이동했고 아동학대 의심 신고가 접수됐다. 다음 날인 지난 3일에도 A군은 교회를 탈출해 경찰에 "맞았다"고 진술했는데, 경찰은 법원에 A군의 외할머니에 대한 접근금지명령 신청을 접수하고 A군을 다시 교회로 돌려보냈다.

교회로 돌아간 A군이 침대에 결박되어 있던 사이, 법원은 접근금지명령 신청을 기각했다. 그리고 바로 그날 밤 A군은 끝내 목숨을 잃었다. 경찰 관계자는 "아이가 돌아다니는 게 반복되면서 외할머니와 교회에서 잘못된 방법으로 교육하려다 사고가 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지난 11일 자신의 외손자를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는 외할머니가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대전지법 천안지원으로 들어가고 있다/사진=뉴스1

A군은 태어난 뒤 줄곧 외할머니와 교회 목사의 보호를 받으며 자랐다. A군 친모는 출산 당시 미성년자였으며, 이후 소식이 끊긴 것으로 전해졌다. A군은 목사를 따르며 교회에서 곧잘 생활하다 초등학교 입학 후 이상 행동과 학교 폭력 등으로 학교를 그만뒀다고 한다. A군이 지적장애 판정을 받은 것도 이 시기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외할머니가 아동학대로 처벌을 받기도 하는 등 갈등이 계속되자 A군을 병원에 입원시키기도 했다.

한 교회 관계자는 "외할머니가 힘들게 키우니까 목사가 헌신하며 함께 돌봤다. A군의 행동 특성 때문에 전문 기관에 맡기자는 의견도 있었는데 결국 모두가 불행하게 돼 안타깝다"고 했다.

법원은 교회 목사에 이어 외할머니에게도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지난 11일 오전 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나온 외할머니는 '아동학대혐의를 인정하느냐', '손자를 왜 교회에 맡겼냐', '침대에 묶은 건 인정하느냐', '목사와 무슨 관계냐' 등의 질문에 "죄송합니다"라고 짧게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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