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이 전국 경찰관 약 1만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내부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약 85%가 순환인사 확대에 부정적인 의견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시도경찰청장 인사에서 연고지를 배제하는 '향피제'까지 전면 적용됐지만, 현장 경찰관까지 순환인사를 확대하는 방안엔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4일 경찰에 따르면 경찰청 인사담당관실이 지난달 11일부터 21일까지 전국 경찰관 961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내부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85.4%가 순환인사에 대해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는 △부정 19.5% △제한적 부정 65.9% △긍정 14.6%로 집계됐다. '제한적 부정'은 기본적으로 부정적이나, 일률적인 추가·강화 반대 또는 조건부 개선 찬성 등의 의견이다.
순환인사를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이유로는 △장거리 통근과 경제적 부담 △자녀 양육 부담 등 일·가정 양립 불가 △업무 전문성 및 연속성 저하 등을 꼽았다. 반면 유착 방지와 공정성 제고, 매너리즘 탈피, 인사 적체 해소 등을 이유로 긍정적으로 인식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경찰청은 지난달 27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순환인사제 현장자문단 1차 간담회'를 열고 이같은 설문조사 결과를 공유했다. 현장자문단은 "관리자급은 지휘·감독권 등을 통해 업무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순환인사 대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며 "특히 타지역에서 근무한 후 다시 특정 경찰서로 돌아와 장기간 근무하는 행태는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경감 이하 실무자급에 대해서는 "대규모 인사에 필요한 제반 여건 준비와 업무 전문성 저하 등을 고려하면 현실적으로 시행하기 곤란하다"며 "장기 근무를 통해 형성된 지역 이해와 업무 전문성이 저하돼 현장 대응력이 악화할 위험성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전국 단위 순환인사는 총경 이상 계급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총경 이상은 통상 1년 주기로 전국 단위에서 자리를 옮기며 한 시도경찰청에서 연속 3년, 누적 7년까지만 근무할 수 있다.
총경 바로 아래 계급인 경정과 그 아래 경감은 전국이 아닌 시도경찰청 단위에서 순환한다. 경정은 통상 2년, 경감은 5년 주기로 관할 내 다른 경찰서 등으로 이동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다만 세부적인 순환인사 기준은 시도경찰청마다 다르다.
경찰이 순환인사 확대를 본격적으로 검토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5월 발생한 '장윤기 사건'이 계기가 됐다. 당시 광주 광산경찰서 수사팀장과 장윤기씨의 아버지가 결탁해 주요 증거를 인멸하고 사건을 축소하려 한 정황이 드러나면서다. 두 사람은 모두 경감으로 같은 지역에서 장기간 근무하면서 유착관계를 형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경찰은 경감 이상 계급까지 전국 단위로 순환 배치하는 방안을 검토해왔다. 특정 지역에서 장기간 근무하면서 지역 인사들과 유착관계가 형성되는 것을 차단한다는 취지다.
다만 시행 여부와 시기가 모두 불투명하다. 전국경찰직장협의회를 중심으로 반발이 이어지는 데다 경찰청 자체 설문에서도 부정적인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았기 때문이다.
경찰청도 현장 의견을 반영해 제도를 마련하겠다는 신중한 입장이다. 김종철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지난 2일 경남경찰청장 이임식을 앞두고 순환인사에 대해 "경찰 수사개혁위원회가 논의하고 있다"며 "경찰 현장과 국민 모두 수긍할 만한 선에서 접점이 찾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청은 고위직을 대상으로 순환인사는 물론 연고지를 배제하는 인사를 단행했다. 지난 1일 신임 시도경찰청장 14명에 대한 인사에서 출신지와 연고지를 배제하는 '향피제'를 전면 적용했다. 이에 따라 전국 18개 시도경찰청장 모두 출신지나 주요 연고지가 아닌 지역에서 근무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