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역 20년 구형된 '영풍제지 주가조작' 주범…별건 실형도 변수

박진호 기자, 오석진 기자
2026.09.08 14:19
2024년 1월 출항 직후 익명의 신고로 서귀포항에서 붙잡힌 이씨 모습. 이씨는 밀항 브로커와 통화할 수 있는 위성 전화기, 밀항 기간 중 시청할 동영상을 저장한 태블릿 PC, 미화 8800달러(당시 한화 약 1170만원)를소지한 채 선수창고에서 5일 동안 은신하여 이동할 예정이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사진제공=서울남부지검.

6600억원대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는 '영풍제지 주가조작' 사건 일당에 대한 1심 선고가 이달 말 내려진다. 주범 이진훈씨의 경우 검찰이 징역 20년을 구형한 가운데 이씨가 별건 범죄로 실형까지 선고받은 점도 양형 변수로 꼽힌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2부(부장판사 박종열)는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진훈씨 등 일당 20여명에 대한 선고기일을 오는 30일로 지정했다. 사건 관련자들에 대한 첫 기소 이후 약 3년 만에 1심 판단이 내려지는 것이다.

이씨 등 일당은 2022년 10월부터 2023년 10월까지 증권계좌 330여개를 동원해 가장·통정매매 14만여회 등 대규모 시세조종 주문을 내는 방식으로 영풍제지 주가를 조작해 6616억원을 챙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기간 영풍제지 주가는 3000원대에서 4만원대까지 약 14배 급등했다. 해당 부당이득 규모는 단일 종목 주가조작 사건 가운데 역대 최대로 전해진다.

지켜볼 대목은 주범 이씨의 선고 형량이다. 검찰은 지난 7월 결심공판에서 이씨에게 징역 20년과 벌금 1조947억7590만원을 구형했다. 또 652억2253만원의 추징명령도 내려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이씨와 함께 재판에 넘겨진 조직원들에게도 실형과 수천억원대 벌금이 구형됐으며 수백억원대 추징명령도 요청됐다.

이씨는 영풍제지 사건 수사 과정에서 해외 도주를 시도한 것으로 조사됐다. 2024년 1월 중순 밀항 브로커를 통해 베트남으로 도주하려 했지만 기상 악화로 실패했고, 약 일주일 뒤 2차 밀항을 시도하다 익명의 신고로 서귀포항에서 수사기관에 붙잡혔다. 이씨는 밀항 브로커에게 도주 비용으로 4억8000만원을 지급한 것으로 파악됐다.

주가조작 조직원이 보관한 현금(왼쪽)과 명품 가방(오른쪽) 사진. /사진제공=서울남부지검.

이씨가 재판 도중 저지른 별건 범죄가 선고에 미칠 영향도 주목된다. 이씨는 영풍제지 사건으로 구속됐다가 보석으로 풀려난 상태에서 김건희 특검팀의 수사를 받던 이기훈 전 삼부토건 부회장의 도피를 도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전 부회장은 지난해 7월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앞두고 달아났다. 이씨는 이 전 부회장의 도피를 도운 혐의로 지난해 12월 구속됐고 1심에서 징역 1년6개월을 선고받았다. 지난 7월 항소심에서는 징역 1년으로 감형됐으며 현재 대법원 상고심이 진행 중이다.

법조계에서는 이씨 별건 범죄가 영풍제지 사건 양형에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법원은 형을 정할 때 피고인의 성행과 범행 후 정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석상엽 법무법인 일로 변호사는 "별건 범죄가 영풍제지 사건 양형에 미치는 영향은 원칙적으로는 별개"라면서도 "시간적 선후관계에 따라 범행 후 정황 또는 전과로 불리하게 작용할 여지가 있다"고 했다.

범인도피 사건 항소심 재판부도 이씨의 범행 당시 상황을 지적한 바 있다. 재판부는 "이씨는 (영풍제지 사건으로) 수사받던 중 밀항하려다 구속되고 보석된 전력이 있는데도 영장실질심사를 앞둔 이 전 부회장의 도주를 도왔기 때문에 비난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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