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과 함께 자란 2030세대가 오히려 사용을 줄이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무수히 쏟아지는 디지털 콘텐츠에서 벗어나 직접 사람들을 만나 몸을 움직이는 이른바 '디지털 디톡스 모임'도 주목받고 있다.
13일 대학가에 따르면 최근 연세대학교 익명 커뮤니티에는 디지털 디톡스 동아리 '가만히'의 신규 부원 모집 공고가 올라왔다. 가만히는 2026학년도 2학기 개강을 앞두고 새로 만들어진 동아리로, 주 1회 모여 스마트폰을 반납한 뒤 멍을 때리거나 산책하는 등 디지털 기기에서 벗어난 활동을 한다.
가만히를 만든 오모씨(23)는 올해 초 스마트폰에서 벗어나 보려고 통화와 문자 등 기본 기능만 있는 '피처폰'으로 바꿨다가, 택시 호출 등 일상생활의 불편 때문에 다시 스마트폰으로 돌아왔다. 이 과정에서 스마트폰을 완전히 끊기는 어렵다고 느낀 그는 잠시라도 기기에서 벗어나 사람들과 직접 시간을 보내보자는 취지로 동아리를 만들었다.
오씨는 "인생이 낭비되는 기분이 들면서도 정작 끊을 수 없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방에서 혼자 릴스(짧은 영상 콘텐츠)만 보느니 차라리 사람을 만나서 뭐라도 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취지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동아리에 많이 지원했다"며 "어떤 활동을 하든 모임에서는 스마트폰을 반납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했다.
스마트폰 대신 몸을 움직이며 시간을 보내려는 모임도 생겨나고 있다. 클라이밍 모임 '돌파민'을 운영하는 김모씨(29)는 "모임이 2~3시간가량 진행되는 동안 계속 암벽을 오르는 것은 아니다"라며 "뒤에 앉아서 다른 사람이 하는 것을 응원하거나 멍을 때리며 기다리는 시간 자체도 힐링"이라고 말했다. '돌파민'은 디지털 도파민 대신 돌을 오르며 도파민을 느끼겠다는 뜻에서 붙인 이름이다.
전문가들은 2030세대가 어릴 때부터 스마트폰과 함께 자란 '디지털 네이티브'인 만큼 디지털 콘텐츠의 중독성을 더 강하게 느끼고, 그만큼 여기서 벗어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는 것으로 본다. 서이종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스마트폰과 함께 성장한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가 느끼는 디지털 콘텐츠의 중독성은 더 강력하다"며 "스마트폰이 마치 뇌의 일부처럼 느껴져 혼자서 끊어내기 어려운 것"이라고 설명했다.
청년층이 스마트폰 이용을 스스로 조절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모습은 관련 조사에서도 나타났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올해 발표한 '2025 스마트폰 과의존 실태조사'에 따르면 게임을 제외한 주요 스마트폰 과다 이용 콘텐츠에서 자기조절에 어려움을 겪는 비율은 과의존 위험군과 일반사용자군 모두 20대가 가장 높았다.
조사는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영화·TV·동영상, 숏폼, 게임 등을 주요 스마트폰 과다 이용 콘텐츠로 나눠 진행됐다. SNS와 영화·TV·동영상에서는 20대에 이어 30대에서도 자기조절에 어려움을 겪는 비율이 높았다. 게임에서는 청소년이 가장 높았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디지털 디톡스 모임은 공동체의 감시 기능을 활용하는 사례"라며 "실제로 잠시라도 중독 물질로부터 멀어지는 것만으로도 중독 치료에 효과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