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영비 사적 사용' 해군호텔 웨딩홀과 계약 해지…법원 "해지 사유 인정 안 돼"

이혜수 기자
2026.09.14 07:00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서울가정법원·서울행정법원 /사진=이혜수 기자

해군이 영업 운영비를 사적으로 사용하는 등 회계상 문제가 있다는 이유로 해군호텔 웨딩홀과의 계약을 해지했지만, 법원은 해지 통보가 무효라고 판결했다.

14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는 해군호텔 웨딩홀 대표 A씨가 대한민국을 상대로 제기한 해지 통보 무효 확인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해군 측이 A씨에게 한 호텔 예식·연회 관리위탁 갱신계약 해지는 무효임을 확인한다"고 밝혔다.

이 사건은 국방시설본부가 감사 결과에 따라 A씨에게 계약 해지를 통보하면서 불거졌다. A씨는 국유재산인 해군호텔에서 웨딩홀을 12년 동안 운영해온 인물이다. A씨는 국방시설본부 관계자와 2017년 관리위탁 갱신계약을 체결했고 이후 2022년 갱신계약을 체결했다. 국방시설본부 관계자는 지난해 정기감사 결과를 거친 뒤 "계약 즉시 해지 요건이 충족됐다"며 계약 해지를 통보하고 퇴거를 요청했다.

국방시설본부는 해지 사유로 3가지를 들었다. 국방시설본부는 △A씨가 영업운영비 1억1640만원 중 5870여만원을 영업과 무관하게 집행 한 점 △납품업체 절삭금(할인분)을 차감하지 않고 비용을 청구한 점 △A씨가 협력 업체와 계약을 통해 국유재산인 해군호텔을 무단으로 점유·사용한 점 등을 이유로 계약 즉시 해지 요건이 충족됐다고 판단했다.

이에 불복한 A씨는 서울행정법원에 해지 통보를 무효로 확인해달라며 소를 제기했다. A씨는 자신의 행위가 고의적 위법행위가 아니므로 계약의 즉시 해지는 '비례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주장했다. 또 해군 측이 해지사유 존재를 알고 있음에도 문제 삼지 않기로 하는 명시적·묵시적 견해 표명을 했고 이를 신뢰했다며 계약 해지는 '신뢰 보호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했다. 이어 자신을 배제하고 영업 기반을 탈취하려는 다른 목적을 위해 계약 해지 권한을 행사한 것은 '권한 남용금지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A씨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계약의 적법한 해지사유가 존재한다고 인정할 수 없다"며 "이 사건 해지는 무효라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밝혔다. 먼저 재판부는 A씨가 체결한 계약이 공익 목적의 공법상 계약으로 해지 판단에도 비례의 원칙·신뢰 보호의 원칙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봤다. 웨딩홀이 부대 활동 관련 업무를 위탁받아 처리하는 과정에서 군사보안 사항 준수, 가격과 영업내용 통제 등 여러 제한을 받아들이는 사정을 고려해야 한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A씨가 영업운영비를 가족·지인 식사비, 개인차량 주유비 등으로 사적 지출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계약 즉시 해지 사유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영업운영비가 업무 수행 과정에서 다양한 형태로 집행되는 비용으로 일부 지출이 업무 관련성과 직결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고의적인 부정행위라고 평가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A씨가 영업운영비를 청구할 당시 허위 영수증을 제출하는 등 은폐하려는 행위가 없었단 점도 고려됐다.

재판부는 A씨가 납품업체들에 거래대금을 지급하면서 절삭금을 반영하지 않고 원래 금액을 비용으로 청구해 지급받은 행위에 대해선 "회계처리의 적정성에 관한 문제일 수는 있어도 계약상 해지사유인 '고의적인 부정행위' 또는 '횡령·유용'과는 성격이 다르다"며 "A씨는 (절삭금이) 납품업체의 자발적인 할인 등으로 이해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재판부는 A씨가 문제가 제기되자 절삭금 전액을 납품업체에 반환한 사정 등도 참작했다.

협력 업체가 국유재산인 웨딩홀을 무단으로 점유·사용했단 주장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협력 업체가 공간(웨딩홀)을 배타적으로 사용·수익했다 볼 수 없다"며 "협력 업체의 공간 사용은 예식홀 수탁업무 수행을 위해 필요한 범위에서 A씨의 관리·통제 아래 이뤄진 것"이라고 했다. 재판부는 협력 업체가 공간 사용에 대한 사용료를 A씨에게 지급하지 않은 점, A씨가 결정한 단가에 따라 서비스 제공이 이뤄진 점 등을 고려했다.

해군 측은 판결에 불복해 지난 7월24일 항소장을 제출했다. 사건은 서울고등법원에서 이어질 예정이다. 기일은 정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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