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수조사→농민반발→보완대책'…7개월만에 유턴한 농지개혁

우경희 기자, 이승주 기자
2026.09.21 16:16

[the300]
대통령 2월 지시에 '경자유전' 원칙 전국 조사 강행
농민반발에 농촌 현실과 배치, 7개월만에 제도손질

(경기=뉴스1) 김영운 기자 = 정부 수립 이후 78년 만에 처음으로 전국 농지 전수조사가 5월부터 시작된다. 올해부터 내년까지 2년에 걸쳐 전국 전체 농지 195만㏊를 2단계로 나눠 조사하며 올해 1단계 전수조사는 전국 약 115만ha가 대상으로, 땅값이 비싼 경기도와 수도권 중심으로 진행될 계획이다. 사진은 1일 경기도의 한 농지의 모습. 2026.4.1/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경기=뉴스1) 김영운 기자

이재명 대통령의 지시로 시작된 농지 전수조사가 7개월여 만에 대대적인 보완 단계로 접어들었다. 당초 '전수조사와 처분명령 강화'에 초점을 맞췄지만 농촌 현장의 반발이 커지면서 '투기는 엄단하되 관행적 이용은 인정한다'는 방향으로 제도가 재설계되는 모습이다.

농지 개혁의 출발점은 지난 2월 24일 이 대통령의 국무회의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귀농·귀촌 비용 문제를 거론하다 농지 가격으로 화제를 돌려 "귀농·귀촌을 하려고 해도 땅값이 올라 터를 잡기 어렵다"며 필요할 경우 대규모 인력을 조직해 농지 전수조사를 실시하라고 지시했다. 농사를 짓겠다며 취득한 뒤 방치한 농지에는 매각명령을 내리는 방안도 검토하라고 했다.

논란이 일자 이 대통령은 이튿날 SNS에 조사 대상 관련 글을 올렸다. 농사를 짓겠다고 농지를 취득했는데 실제 농사를 짓지 않는 경우로 구체화한 것이다. 헌법상 '경자유전'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후 정부는 4월 1일 당정협의에서 전국 농지 전수조사 계획을 공식화했다. 2026~2027년 2년에 걸쳐 전국 농지 195만4000㏊를 조사하고 수천명의 인력을 투입하는 사상 첫 전국 단위 조사였다. 5월 7일에는 농지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위반 농지에 대한 지자체의 처분명령도 재량에서 의무로 강화됐다.

하지만 지난 5월 정부가 실제 조사에 착수하자 논란이 확산했다. 고령농과 상속농, 관행적 임대차까지 농지법 위반으로 간주돼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커졌다. 농지 거래가 위축되고 가격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지난 7월 말 공개된 기본조사 결과는 논란을 더욱 키웠다. 정부는 조사 대상의 97%를 조사한 결과 27%인 284만 필지를 농지법 위반 의심 대상으로 분류했다. 정부는 "투기 농지는 철저히 조사하되 일반적 위반은 처분보다 계도 등 대안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지만 지난 8월부터 현장 심층조사가 시작되면서 불안은 오히려 커졌다.

국민의힘은 지난 15일 농민 간담회를 열고 전수조사 중단과 농지법 개정을 요구했다. 민주당에서도 속도 조절론이 나왔다. 권칠승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지난 17일 "농촌의 일상적 농지 이용 과정에서 발생한 경미한 위반은 계도와 제도 개선으로 처리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도 지난 18일 기자회견에서 보완 필요성을 직접 언급했다.

당정은 21일 결국 '명백한 투기는 조치하되 경미한 위반은 정상화한다'는 원칙을 구체화했다. 투기 목적이 아닌 무단 휴경이나 임대차 위반은 농지은행에 임대를 위탁하거나 관리권을 위탁할 경우 처분을 유예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논란이 확산하자 이 대통령이 농지 개혁을 지시한 지 7개월 여 만에 정부여당이 물러선 것이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여당 간사인 윤준병 민주당 의원은 "농촌의 관행적 위반 사항에 대한 처분 가능성과 농지 매각의 어려움, 고령화된 농촌 현실 등 현장에서 제기되는 우려를 감안했다"고 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