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에 가담한 혐의를 받는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 등 군 장성들이 1심에서 모두 유죄를 선고받았다. 법원은 이들이 모두 국헌문란의 목적으로 내란에 가담했다고 판단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부장판사 이현경)는 21일 내란 중요임무 종사 등 혐의를 받는 여 전 사령관에게 징역 18년을, 이진우 전 수방사령관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은 징역 9년 △박안수 전 육군참모총장(전 계엄사령관)은 징역 10년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은 징역 12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이들 모두에 대해 내란중요임무종사죄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내란죄는 폭동으로 국가 존립을 위태롭게 하고 헌법상 민주적 기본질서 자체가 직접 침해된다. 어떤 범죄와도 비교 불가능한 중대 범죄"라며 "군의 사명감·정치적 중립성을 저버리고 특정 세력의 정치를 위해 군사력을 사용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여 전 사령관이 비상계엄의 위헌·위법성을 인식했음에도 윤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함께 계엄을 적극 모의했다고 봤다. 재판부는 여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 김 전 장관과 여러 차례 식사하며 계엄 선포 이후 실행할 행위 등을 10월~12월 사이 메모하는 등 구체적으로 준비한 증거를 참작했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 등 주요 정치인을 포고령 위반으로 체포하려 준비한 점도 고려됐다.
이 전 사령관도 여러 차례 윤 전 대통령, 김 전 장관과 식사하며 비상계엄의 위법성을 인식하면서도 내란에 가담했다고 판단됐다. 재판부는 "계엄 선포 전 대테러 부대를 소집하고 선포 직후 투입해 국회를 봉쇄하는 내란 행위에 가담했다"고 말했다. 이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 지시에 따라 국회의원을 끌어내라고 부하에게 명령했음에도 이를 인정하지 않은 점은 불리한 정상으로 참작됐다. 다만 수방사 병력을 국회에 투입하면서 비무장으로 갈 것을 지시하고 물리력 행사가 없던 점은 유리한 정상으로 고려됐다.
당시 계엄사령관이었던 박 전 참모총장에 대해선 조지호 경찰청장에게 전화해 국회 봉쇄를 지시한 점이 유죄로 인정됐다. 재판부는 "위헌·위법한 포고령을 근거로 조지호 전 경찰청장에게 국회 출입 차단을 요청해 국회 2차 봉쇄라는 결과가 발생했다"고 했다. 재판부는 박 전 참모총장이 포고령의 위헌·위법성을 인식하면서도 법적 검토를 거치지 않은 채 가담한 점을 고려했다. 다만 박 전 참모총장이 사전에 계엄을 모의하거나 준비한 점이 없는 점, 내란을 적극 주도하거나 계획하지 않은 점 등은 유리한 정상으로 고려됐다.
곽 전 사령관은 재판 과정에서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했다. 재판부는 "특전사 병력을 국회에 침투하는 등 비상계엄 해제 의결을 막기 위한 가장 주도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하지만 곽 전 사령관이 수사 초기 양심선언에 따라 자술서를 제출하는 등 수사에 협조한 사실이 형에 참작됐다. 내란특검법 25조는 특검 수사 대상과 관해 죄를 자수하거나 타인을 고발하는 등 주요 진술 및 증언을 한 이들에 대해 형벌을 감경 또는 면제할 수 있다고 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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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전 사령관도 비상계엄이 부정선거 수사를 위해 선포됐다는 점을 사전에 인식하고 있었고 그 상황에서 선관위 직원에 대한 수사가 위법이라는 점도 알고 있었다고 판단됐다. 재판부는 선관위 직원을 체포·감금해 신문하거나 서버 점검을 위해 선관위를 통제하고 압수수색 할 경우 헌법기관인 선관위 권한이 행사되지 못한다는 점을 문 전 사령관이 예상할 수 있다고 봤다.
이밖에 여 전 사령관, 이 전 사령관, 곽 전 사령관, 문 전 사령관이 비상계엄 당시 군인들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도록 하게 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죄도 유죄로 인정됐다. 박 전 참모총장의 경우 경찰에게 국회를 봉쇄하도록 한 점에 대해서만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죄가 유죄로 인정됐다.
여 전 사령관이 헌법재판소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과 군사법원 재판에서 계엄군의 선관위 침투와 관련해 위증한 혐의도 유죄로 판결됐다.
내란 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은 판결에 대해 아쉬움을 표했다. 특검팀은 "피고인 별 형량이 예상과 달리 기대에 미치지 못한 점에 대해 아쉽다"며 "판결문의 구체적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뒤 항소 여부와 그 범위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 7월 △여 전 사령관· 전 사령관 징역 30년 △박 전 참모총장 징역 25년 △곽 전 사령관·문 전 사령관 징역 20년을 구형한 바 있다.
이들은 군사법원에서 재판받던 중 국방부에서 파면돼 군인 신분이 아니게 돼 중앙지법으로 사건이 이송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