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청 해체로 경찰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이 수사 대부분을 양분하는 구조로 재편된다. 검찰이 기소권을 쥔 채 수사에도 관여하던 검경 관계와 달리 앞으로는 수사만 담당하는 두 기관이 사건을 놓고 경쟁하는 구도가 만들어진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오는 10월2일 개정 형사소송법 시행과 함께 검찰청이 폐지되고 중수청과 공소청이 출범한다. 검사의 직접수사권과 보완수사권은 폐지되고 공소청은 기소와 공소유지에 집중한다. 중수청은 부패·경제·방위사업·마약·국가보호·사이버·법왜곡 등 7대 중대범죄 수사를 담당한다.
경찰과 중수청의 관계는 기존 검경 관계와는 구조부터 다르다. 그동안 검찰과 경찰은 각각 사건을 접수받고 수사가 가능한 가운데 검찰은 기소권을 갖고 경찰 수사에 대한 통제 기능도 수행했다. 경찰이 송치한 사건을 직접 보완 수사하거나 경찰에 보완수사·재수사를 요구했다. 소속 부처도 검찰은 법무부, 경찰은 행정안전부로 나뉘어 있었다.
반면 경찰과 중수청은 모두 행정안전부 소속의 수사기관이다. 서로의 수사 결과를 심사하거나 보완하는 관계가 아니라 각자 수사를 맡는다. 검찰에서 중수청으로 옮긴 검사도 수사관으로 경찰 신분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경찰이 중수청 수사 대상 범죄를 인지하면 이를 중수청에 통보해야 하고 중수청이 이첩을 요구하면 사건을 넘겨야 한다.
수사가 겹칠 때 적용되는 기준도 달라진다. 검경 체제에서는 동일한 사건을 두 기관이 수사할 경우 영장을 먼저 신청한 기관을 기준으로 수사 주체를 정했지만 이 기준은 삭제됐다. 새 체계에서는 중수청이 중대범죄 수사에 우선권을 갖되 경찰이 수사의 신속성이나 공정성 등을 이유로 직접 수사를 계속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 기관 간 이견이 해소되지 않으면 수사권관할조정협의회에서 조정한다.
법조계와 경찰 안팎에서는 경찰과 중수청 간 경쟁이 상호 견제와 수사역량 강화로 이어질지 주목하고 있다. 수사 영역이 겹치는 별도 기관이 존재한다는 점이 각 기관에 사건을 보다 엄정하게 처리하고 수사 완결성을 높여야 한다는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다만 두 기관의 경쟁이 과열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특히 사건 관할이 명확하게 나뉘지 않을 때 충돌이 빚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를테면 하나의 사건에 일반 범죄와 중대범죄 혐의가 함께 얽혀 있거나 수사 과정에서 중대범죄 혐의가 새롭게 드러나는 경우 두 기관 모두 수사 필요성을 주장할 여지가 있다.
여기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나 각 부처 특별사법경찰관(특사경)의 수사 대상까지 겹치면 복수기관 간 관할 조정이 필요한 상황도 생길 수 있다. 중수청도 최근 국회에 제출한 2027년도 성과계획서에서 공수처와 경찰 간 사건 관할이 일부 중첩될 수 있어 중요 사건에서는 수사권 갈등이, 일부 민생 사건에서는 책임을 떠넘기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개정 형사법 시행으로 수사 권한이 커진 경찰 입장에서는 수사 역량을 입증해야 하고, 중수청 역시 새로 출범하는 전문 수사기관으로서 성과를 보여줘야 하는 상황"이라며 "두 기관이 주요 사건은 서로 맡으려 하고 주목도가 낮은 사건은 상대 기관에 떠넘기면서 이른바 '사건 핑퐁'이 나타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관할 조정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아 사건 처리가 늦어지면 그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건뿐 아니라 사람을 둘러싼 경쟁도 예상된다. 중수청은 검찰청 소속 검사와 직원을 대상으로 1·2차 특례임용 신청을 받았지만 최종 신청 인원은 1962명으로 총정원 2874명의 68% 수준에 그쳤다. 중수청은 특례임용으로 채우지 못한 인원을 향후 외부 경력채용으로 충원할 계획인데 이 과정에서 숙련된 경찰 수사관들이 중수청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경찰은 수사인력 유출에 대비해 수사경찰 인센티브 확대 등 처우 개선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사건 관계인의 혼선을 줄이는 점은 과제로 꼽힌다. 사건이 경찰에서 중수청으로 넘어가거나 관련 사건을 서로 다른 기관이 수사할 경우 피해자나 고소인 입장에서는 어느 기관이 사건을 맡고 있는지, 수사가 어디까지 진행됐는지 파악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사건 이첩 과정에서도 사건 관계인에 대한 안내와 통지가 끊기지 않도록 기관 간 협업 체계를 갖출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중수청 출범 준비단과 실무적 부분에 대해 계속 협의하고 있다"며 "새로운 수사체계가 현장에서 혼선 없이 작동할 수 있도록 세부 절차를 정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