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약 사러 나온 여고생 뒤쫓더니...살해 후 '씨익' 소름 돋던 그 웃음[뉴스속오늘]

박다영 기자
2026.09.28 06:03
[편집자주] 뉴스를 통해 우리를 웃고 울렸던 어제의 오늘을 다시 만나봅니다.
2024년 9월 28일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순천시 도심 길거리에서 10대 소녀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박대성(당시 30세)이 구속됐다. /사진=뉴스1

2024년 9월 28일.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순천시 도심 길거리에서 10대 소녀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박대성(당시 30세)이 구속됐다. 이틀 전 순천시 조례동 거리에서 길을 걷던 A양(17)을 흉기로 여러 차례 찔러 숨지게 하고 달아난 혐의가 적용됐다.

박대성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법원에 들어가면서 "(사건 당시) 소주 4병을 마셔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피해자와는 아는 사이가 아니다"라고 했다. 범행을 부인하느냐는 질문에는 "증거는 다 나왔기 때문에 부인하지 않는다"며 범행을 인정했다.

당시 A양은 몸이 불편한 아버지를 위해 약을 사러 나왔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했다.

"극단적 선택 의심돼" 형 신고로 경찰 조사…20분 후 흉기로 살해
2024년 9월 28일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순천시 도심 길거리에서 10대 소녀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박대성(당시 30세)이 구속됐다. /사진=뉴스1

박대성은 경북 경주에서 2024년 6월 순천으로 이사와 배달 전문 찜닭집을 운영하며 경제적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전해졌다.

자신의 처지를 비관해 여러 번 자해를 시도했다. 사건이 벌어진 9월 26일 0시 15분 박대성의 친형은 "동생의 극단적인 선택이 의심된다"며 119에 신고하기도 했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박대성이 운영하는 찜닭집에 출동해 대면 조사를 했다. 문이 닫힌 가게 식탁에는 안주와 소주병 4개가 놓여 있었고, 이 중 2병은 술이 모두 비워진 상태였다.

박대성은 이날 사귀던 여성과도 다툰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그는 심하게 취한 모습을 보이지 않았고 본인의 상태가 괜찮다면서 "자살할 생각이 없다"고 멀쩡하게 답변했다. 경찰은 큰일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면담을 끝냈으며, 후속 조치 없이 현장을 종결했다.

2024년 9월 28일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순천시 도심 길거리에서 10대 소녀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박대성(당시 30세)이 구속됐다. /사진=채널A 뉴스 화면 갈무리

경찰이 돌아간 후 그는 주방용 흉기를 챙겨 밖으로 나왔다. 대면 조사 후 약 20분 만인 0시 44분쯤 일면식이 없던 A양을 가게에서부터 800m가량 따라가 흉기로 살해했다.

범행 이후에는 흉기를 소지한 채 추가 범행 대상을 물색했다.

2024년 9월 28일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순천시 도심 길거리에서 10대 소녀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박대성(당시 30세)이 구속됐다. /사진=뉴스1

박대성은 서둘러 달아나던 중 슬리퍼가 벗겨지자 맨발로 거리를 활보하다 인근 호프집에 들어가 맥주를 마셨다. 이 과정에서 흉기를 버리고 맨발로 돌아다니다가 CC(폐쇄회로)TV에 여유롭게 웃는 모습이 찍혔다.

이후에는 자신의 가게로 돌아와 운동화로 갈아신고 노래방에 갔다. 노래방에서 맥주 3명을 주문하고 접객원을 불러달라고 요청한 후 업주에게 "내가 무섭지? 나는 사람을 죽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자신이 있던 방에 잠깐 들어갔다 나간 여성 접객원에게도 "나도 사람 죽일 수 있어. 문 닫아"라고 했다.

박대성은 범행 장소에서 벗어난 뒤 총 1.5km를 돌아다녔다. 그는 현장에서 1km가량 떨어진 곳에서 행인에게 시비를 걸고 주먹을 휘두르다가 범행 2시간 만에 체포됐다.

A양은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결국 숨졌다.

경찰은 같은 해 9월 27일 박대성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법원은 다음날인 28일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틀 후인 9월 30일 전남경찰청 신상정보공개심의위원회는 박대성에 대해 신상 공개를 결정하고 그의 머그샷을 공개했다.

이어 경찰은 10월 4일 박대성을 검찰에 구속 상태로 송치했고, 같은 달 23일 박대성은 살인 및 살인예비 혐의로 구속 기소 됐다.

범행 후 CCTV 속 포착된 미소…"살인 후 각성"

범행 후 CCTV에 포착된 박대성의 웃음에 대해 전문가들은 '살인 후 각성'이라고 분석했다.

배상훈 프로파일러는 "살인 욕구가 올라간 상태에서 그것을 실행하고 만족감으로 자기도 모르게 미소나 흥분된 상태가 유지되는 것을 '살인 후 각성'이라고 한다"며 "그런 상태가 유지되면 다른 살인까지 이어질 수 있다. 신림역 조선, 서현역 범인에게 비슷한 증상이 나타났다. 살해 후 흥분해서 돌아다니는 것이 특징"이라고 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목표를 달성했다는 만족감을 느끼는 웃음으로 해석할 수 있다"며 "반사회적인 판타지를 달성했기 때문에 (박대성이) 신발도 버리고 칼도 버리고 가벼운 마음으로 도주 후 술집으로 갔다. 맨발을 전혀 신경 쓰지 않는 건 제지를 전혀 느끼지 않는 해방감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박대성이 '술을 마셔서 기억이 나지 않았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 배 프로파일러는 "술을 마셔서 심신미약이 아니라 범행하기 위해 자기 몸을 데운 것으로 보인다"라고도 했다.

2024년 9월 26일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순천시 길거리에서 10대 소녀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박대성(당시 30세)이 학창 시절부터 폭력적인 성향을 보였다는 동창의 증언이 나왔다. /사진=JTBC '사건반장'

박대성이 학창 시절부터 폭력적인 성향을 보였다는 동창의 증언도 나왔다.

박대성과 같은 초등학교, 중학교에 다녔다고 주장한 B씨는 그에 대해 "초등학교 때까지는 폭력적인 성향이 나타나지 않았는데 애들을 괴롭혔다. 이후에 폭력적으로 변했고 중학교 2학년 때 의미 없이 머리를 때리고 시비를 걸곤 했다"며 "자기보다 덩치가 크거나 센 애들에게는 굽신거리며 다녔다"고 했다.

군 복무 기간에도 문제를 저질렀다고 한다. 박대성의 군대 선임과 후임은 박대성이 가혹행위와 동성 후임 성폭행으로 만창(영창 최장기간인 15일)을 갔었다고 전했다.

그와 군 복무를 같이했다는 C씨는 "부대에서 선임, 후임, 동기 가리지 않고 시비를 걸며 싸웠다"며 "유격 조교였던 박대성은 다른 부대에 유격 훈련을 받은 사람들과도 언성을 높이며 주먹질해 항상 위압감을 조성했다. 문신을 보여주며 과시하고 돌아다녀 사이코패스가 아닌가 생각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 밖에도 그의 지인들은 "술을 마시면 눈빛이 공격적으로 변한다", "술을 마시면 항상 다른 사람들과 시비에 휘말렸다", "술 먹고 있는데 고등학생이랑 시비 붙어서 때렸다는 얘기를 자랑스럽게 했다", "폭행으로만 경찰 조사받은 게 엄청 많다고 했다" 등 과거 그가 폭력성을 보였다고 털어놨다.

검찰 "사회에서 영원히 격리해달라" 사형 구형…무기징역 확정
/사진=대한민국 법원

살인과 예비 살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대성에 대해 검찰은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구형했다.

검찰은 "박씨는 피해자 유족과 지인들에게는 치유할 수 없는 상실감과 무력감을, 지역사회에는 누구나 범행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극도의 불안과 공포를 남겼고 CCTV 영상에 찍힌 범행 직후 웃고 있는 모습은 다시 한 번 유족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줬다"면서 "심리분석 결과 사이코패스 기질, 반사회적 성격이 나타나 재범 위험이 높다. 사회로부터 영원한 격리가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1심 재판부는 무기징역을 선고하고 20년의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을 명령했다.

당시 재판부는 "집안의 외동딸이자 사회 첫발을 내디딜 준비를 하던 피해자는 꿈을 제대로 펼치지도 못하고 어린 나이에 숨졌다"며 "갑작스럽게 공격당한 피해자의 공포와 무력감은 말로 설명이 어렵고 유족은 크나큰 정신적 고통과 상처를 치유하고 일상으로 복귀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 아무런 이유 없이 아무 관계가 없는 사람을 범행 대상으로 삼은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고 판시했다.

유족은 "가슴이 아프고 마음이 찢어진다"며 "무기징역인데 전자 장치 부착이 무슨 소용이 있겠나. 하늘에 있는 우리 딸은 무슨 죄냐. (박대성은) 반성의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박대성은 심신미약·사실오인·법리 오해 등을 이유로, 검찰은 원심의 형이 너무 가벼워 부당하다는 이유로 항소했다.

2심에서도 검찰은 사형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박대성과 검찰의 항소를 모두 기각하고 원심의 형을 유지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해자는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고통을 겪었을 것으로 보인다. 유족이 엄벌을 탄원하고 있고, 살인의 동기도 납득하기 어려우며 재범 위험성도 매우 높다"고 짚었다.

다만 검찰의 사형 구형에 대해서는 "사형 확정판결 15건의 사건은 이번 범행과 다르게 사망 피해자가 다수거나 계획 범행, 중대범죄와 결합 또는 불특정 다수를 노린 범행이었다"며 "1997년 이후 사형이 집행된 바 없어 실효성도 높아 보이지 않아 보인다"고 기각 이유를 설명했다.

검찰은 상고를 포기했지만, 박대성은 항소심 판결에 불복해 상고했다. 대법원은 지난해 8월 박대성의 상고를 기각하고 무기징역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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