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환자를 불법 격리했다가 사망에 이르게 한 정신의료기관 관계자들을 고발했다. 해당 기관에선 지난 1월부터 6월까지 입원 환자 총 4명이 사망한 것으로 조사됐다.
인권위는 6일 정신의료기관인 A병원의 입원환자에 대한 불법 격리 등 인권침해 사안을 직권조사한 뒤 병원장을 업무상과실치사·감금·무면허 의료행위 지시 등 혐의로 고발했다고 밝혔다. A병원의 간호조무사와 보호사도 격리·강박 절차 위반 혐의로 각각 고발했다.
인권위가 정신의료기관의 장기간 격리 행위와 관련해 관계자를 감금 혐의로 고발하고, 무면허 의료행위에 대해 영업정지나 개설허가 취소 등 행정처분을 검토하도록 권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인권위는 지난 7월2일 A병원이 식사를 부실하게 제공하고 외부 교통권을 제한한다는 내용의 진정을 조사하기 위해 해당 병원을 불시 방문했다. 이 과정에서 A 병원이 환자를 보호실이 아닌 곳에서 강박하고 일부 병실에 잠금장치를 설치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후 같은달 16일 A 병원에 대한 직권조사에 착수했다.
지난 7월 진행된 현장 조사 결과 지난 1월1일부터 6월30일까지 6개월간 환자 총 4명이 심정지·호흡정지 상태로 발견돼 당일 또는 사흘 뒤 숨진 것으로 드러났다.
치매 환자 B씨는 보호실에 격리됐다가 지난 1월10일 오전 0시59분쯤 심정지·호흡정지 상태로 발견돼 외상성 경막하출혈로 당일 사망했다. 심정지 당시 병원에 배치된 의료진은 한 명도 없었다.
지적장애인 C씨는 325일간 잠금장치가 설치된 병실에서 혼자 생활하다 지난 2월25일 밤 9시14분쯤 심정지·호흡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조현병 환자 D씨는 지난 3월22일 밤 10시30분쯤 심정지·호흡정지 상태로 간호조무사에게 발견됐다. 당시에도 병원에 의료인은 배치되지 않은 상태였다.
알코올의존증후군 환자 E씨는 지난 6월22일 저녁 8시17분쯤 병동에서 컵라면을 먹다 호흡곤란에 빠진 뒤 같은 병동 환자에게 심폐소생술 등 응급 처치를 받았다. E씨는 심정지·호흡정지 상태로 병원으로 이송된 뒤 3일 후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숨졌다.
인권위는 피해자 4명이 응급상황에 처했을 당시 병동에 의료진이 상주하지 않았던 점 등을 고려해 안전보호 소홀 정도가 중대하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A병원이 환자를 장기간 격리한 사실도 확인했다. 한 자폐성 장애인 환자는 다른 환자의 커피를 훔친다는 이유로 200일간 잠금장치가 설치된 병실에 격리된 것으로 조사됐다. 인권위는 치료나 보호 목적이 없는 장기간 격리와 진료기록 미작성 등이 감금, 가혹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병원장이 매일 밤 10시부터 오전 7시까지 의료진을 배치하지 않은 채 간호조무사와 보호사에게 격리·강박을 지시한 사실도 확인됐다. 인권위는 해당 행위가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병원장을 의료법 위반 혐의로, 간호조무사와 보호사는 정신건강복지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또 A병원의 8개 폐쇄병동 중 4곳에만 공중전화가 설치된 점도 확인됐다. A병원은 환자의 휴대전화 소지를 전면 금지하면서 주 1회만 전화를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인권위는 이를 통신의 자유 침해라고 판단하고 병원장에게 시정을 권고했다.
인권위는 관할 보건소장에게 의료법에 따른 행정처분을, 보건복지부 장관에는 관련 관행 개선을 위한 조치를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