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들강 여고생 살인...DNA의 주인은 가석방 준비 무기수였다 [뉴스속오늘]

전형주 기자
2026.10.07 06:11
[편집자주] 뉴스를 통해 우리를 웃고 울렸던 어제의 오늘을 다시 만나봅니다.
2015년 10월7일. 전남 나주경찰서는 14년간 미제로 남아 있던 '드들강 여고생 살인사건' 용의자를 검찰에 다시 송치했다. 용의자는 2003년 또다른 사건으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김모씨였다. 그는 피해자와 합의하에 성관계를 했을 뿐 살해하지 않았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사진=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2015년 10월7일. 전남 나주경찰서는 14년간 미제로 남아 있던 '드들강 여고생 살인사건' 용의자를 검찰에 다시 송치했다. 용의자는 2003년 또다른 사건으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김모씨였다. 그는 피해자와 합의하에 성관계를 했을 뿐 살해하지 않았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앞서 증거불충분으로 한차례 무혐의 처분을 받았던 김씨는 교도소에서 가석방을 준비하고 있었다. 하지만 경찰의 재수사로 살인 혐의를 뒷받침하는 증거가 잇따라 드러나면서 사건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새벽 사라진 여고생…드들강에서 주검으로

2001년 2월4일 아침 6시. 광주 한 가정집에 전화가 걸려왔다. 잠에서 깬 어머니가 수화기를 들었지만 전화는 얼마 지나지 않아 끊어졌다. 어머니는 두 딸이 자는 방을 살펴보다 큰딸 A양(당시 17세)이 사라진 사실을 알게 됐다.

A양은 같은 날 오후 4시쯤 전남 나주시 남평읍 드들강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발견 당시 물에 떠 있던 A양은 옷이 거의 벗겨진 상태였다.

시신에서는 목이 졸린 흔적과 다발성 상처가 발견됐다. 기도와 폐기관지에서는 다량의 포말(거품)이, 폐와 신장에서는 플랑크톤이 검출돼 피해자가 살아있는 상태에서 물을 들이마신 것으로 추정됐다.

A양의 몸에서는 범인의 것으로 추정되는 체액도 발견됐다. 경찰은 주변인과 우범자 등을 상대로 DNA를 대조했지만 일치하는 사람을 찾지 못했다. 범인의 흔적을 확보하고도 신원을 밝혀내지 못하면서 사건은 오랜 기간 미제로 남게 됐다.

11년 만에 찾은 DNA 주인, 이미 무기수였다
전환점은 2012년 찾아왔다. A양의 몸에서 확보한 체액 DNA와 교도소에 수감 중이던 김씨의 DNA가 일치한다는 감정 결과가 나왔다. 2010년 7월 'DNA법'(디엔에이신원확인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면서 수사기관은 강력범죄 수감자의 DNA를 채취해 데이터베이스로 관리하기 시작했다. 이를 미제사건에서 확보한 DNA와 대조하는 과정에서 김씨가 용의자로 지목됐다.2010년 7월 'DNA법'(디엔에이신원확인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면서 수사기관은 강력범죄 수감자의 DNA를 채취해 데이터베이스로 관리하기 시작했다. 이를 미제사건에서 확보한 DNA와 대조하는 과정에서 김씨가 용의자로 지목됐다. /사진=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전환점은 2012년 찾아왔다. A양의 몸에서 확보한 체액 DNA와 교도소에 수감 중이던 김씨의 DNA가 일치한다는 감정 결과가 나왔다.

2010년 7월 'DNA법'(디엔에이신원확인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면서 수사기관은 강력범죄 수감자의 DNA를 채취해 데이터베이스로 관리하기 시작했다. 이를 미제사건에서 확보한 DNA와 대조하는 과정에서 김씨가 용의자로 지목됐다.

김씨는 2003년 "1kg짜리 금괴 24개를 싸게 판다"며 전당포 주인 등 2명을 전남 장성군으로 유인한 뒤 둔기로 살해하고 약 1억원을 빼앗은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었다.

교도소를 찾아간 수사팀은 처음에는 DNA 일치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김씨는 A양을 아느냐는 질문에 만난 적도, 성관계를 한 적도 없다며 부인했다.

DNA 감정 결과가 제시되자 진술이 달라졌다. 자신의 정액이 나왔다면 성관계를 한 사실은 인정하겠지만, 합의에 따른 관계였고 살인과는 무관하다고 했다.

경찰은 김씨를 검찰에 송치했지만, 다만 검찰은 DNA 외에 살인 혐의를 입증할 증거가 부족하다며 2014년 10월 무혐의 처분했다.

"가석방 준비 중" 범인이 보낸 편지
김씨는 그사이 모범수로 가석방되기를 기대하며 목공 자격증을 준비하고 있었다. 어머니에게 보낸 편지에는 "자격증 많이 따면 모범수로나 가석방에 도움이 된다"고 적었다. 담당 검사에게도 가석방을 준비 중이라며 신속히 불기소 처분을 해달라는 편지를 보냈다./사진=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경찰은 2015년 3월 다시 수사에 착수했다. 전담팀은 A양의 가족과 김씨의 옛 여자친구 등 주변인을 만났고, 당시 수사 기록과 피해자 소지품을 다시 살폈다. 같은 해 7월에는 살인죄 공소시효를 폐지한 '태완이법'이 시행돼 수사를 이어갈 수 있게 됐다.

그해 10월 사건을 다시 넘겨받은 검찰은 이듬해 경찰과 합동수사팀을 꾸려 원점에서 증거를 검토했다.

김씨는 그사이 모범수로 가석방되기를 기대하며 목공 자격증을 준비하고 있었다. 어머니에게 보낸 편지에는 "자격증 많이 따면 모범수가 되거나 가석방에 도움이 된다"고 적었다. 담당 검사에게도 가석방을 준비 중이라며 신속히 불기소 처분을 해달라는 편지를 보냈다.

수사팀은 성관계와 사망 사이의 시간 간격을 밝히는 데 주력했다. 김씨가 A양과 성관계를 한 뒤 다른 사람이 살해했을 수 있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A양의 일기장과 친구의 진술에서는 사건 당시 생리 중이었다는 단서가 나왔다. 수사팀은 이를 토대로 당시 채취한 체액과 혈흔에 대한 법의학적 분석을 진행했다. 감정에 참여한 법의학자는 정액과 생리혈이 섞이지 않은 채 채취됐다는 점에 주목했다. 두 체액이 작은 움직임에도 쉽게 섞인다는 실험 결과를 근거로, A양이 성관계 이후 움직일 틈도 없이 짧은 시간 안에 숨졌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을 냈다. 검찰은 이 감정 결과를 토대로 김씨가 성폭행에 이어 살인까지 저질렀다고 봤다.

김씨가 범행을 숨기려 했다는 정황도 확보됐다. 동료 수감자 B씨는 김씨에게서 '알리바이를 만들려고 범행 후 여자친구 등과 전남 강진의 외조모 집에 가서 사진을 찍었다'는 말을 들었다고 진술했다.

수사팀은 교도소 압수수색에서 사진 7장을 확보했다. 사진 자체가 살인을 입증하지는 않았지만, 촬영 경위에 관한 B씨의 진술과 함께 김씨가 행적을 조작하려 했다는 정황으로 제시됐다. 김씨가 다른 재소자와 예상 질문과 답변을 주고받으며 수사와 재판에 대비한 흔적도 드러났다.

15년 만 기소…두 번째 무기징역
A양의 일기장과 친구의 진술에서는 사건 당시 생리 중이었다는 단서가 나왔다. 수사팀은 이를 토대로 당시 채취한 체액과 혈흔에 대한 법의학적 분석을 진행했다. 감정에 참여한 법의학자는 정액과 생리혈이 섞이지 않은 채 채취됐다는 점에 주목했다. 두 체액이 작은 움직임에도 쉽게 섞인다는 실험 결과를 근거로, A양이 성관계 이후 움직일 틈도 없이 짧은 시간 안에 숨졌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을 냈다. 검찰은 이 감정 결과를 토대로 김씨가 성폭행에 이어 살인까지 저질렀다고 봤다. /사진=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검찰은 2016년 8월5일 김씨를 강간 등 살인 혐의로 기소했다. 사건 발생 15년 만이었다.

재판에서 인정된 범행은 이랬다. 김씨는 인터넷 채팅으로 알게 된 A양을 자신의 차에 태워 드들강으로 데려갔다. 이후 A양을 성폭행하고 목을 조르며 강물에 빠뜨려 숨지게 했다.

김씨는 법정에서도 혐의를 부인했다. 재판부는 피해자의 몸에서 검출된 김씨의 DNA, 법의학 감정 결과, 동료 수감자의 증언과 행적 조작 정황 등을 종합해 유죄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성폭행과 살인에 관한 직접증거가 제출되지는 않았다면서도 "충분한 증명력이 있으면 간접증거만으로도 유죄 인정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2017년 1월11일 1심 재판부는 김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하면서 "유족들은 사고 발생 뒤 약 16년 동안 범인이 밝혀지지 않아 원망할 대상조차 찾지 못한 채 고통과 슬픔을 고스란히 떠안고 살아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씨를 사회에서 반영구적으로 격리해 피해자와 유족에게 참회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씨와 검찰은 각각 항소했지만 2심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같은 해 12월22일 대법원이 상고를 기각하면서 무기징역이 확정됐다. 김씨는 드들강 사건 발생 16년 만에 두 번째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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