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 집행 뒤 무죄" 인혁당 사건 비극…인권위 "사형제 '폐지'해야"

김서현 기자
2026.10.10 10:00

"피해자 보호와 사형제 유지 문제는 구별해야…오판 가능성도 고려"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모습. /사진=김서현 기자.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제24회 '세계 사형 폐지의 날'을 맞아 정부와 국회에 사형제 폐지를 위한 제도적 논의를 본격화할 것을 주문했다.

안창호 인권위원장은 10일 성명을 내고 "사형집행 중단 30년을 앞둔 한국 사회가 사형제도의 향후 방향에 대한 공론화와 제도적 검토를 보다 진전시킬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국은 1997년 12월30일 이후 사형을 집행하지 않았다. 법률상 사형제를 유지하고 있지만 장기간 집행하지 않아 국제앰네스티 등은 한국을 '사실상 사형폐지국(Abolitionist in practice)'으로 분류하고 있다.

안 위원장은 "사형을 집행하지 않고 형사사법제도를 운영해 온 경험은 단순히 '형벌 집행의 유예'라는 사실을 넘어, 극형을 실제로 집행하지 않고도 사회의 안전과 형사사법체계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음을 증명해 준 소중한 자산"이라고 밝혔다.

이어 "국제엠네스티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 세계 국가의 4분의 3에 달하는 145개국이 법률상 또는 사실상 사형을 폐지했고, 이 중 113개국은 모든 범죄에 대해 사형제를 완전 폐지했다"며 "우리 정부 또한 2020년 이후 유엔 총회의 '사형집행 모라토리엄 결의'에 찬성하는 입장을 이어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인권위는 2005년 사형제 폐지 의견을 표명한 이래 일관되게 사형제 폐지의 필요성을 주장해왔다. 2018년에는 정부에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제2선택의정서(사형폐지 의정서)' 가입을 권고했다.

안 위원장은 "사형제도 논의에서는 강력범죄 피해자와 그 가족의 고통, 그리고 범죄로부터 안전한 사회에서 살아가고자 하는 국민의 요구 역시 중요하게 고려돼야 한다"면서도 "피해자와 가족의 권리를 보장하고 사회적 안전망을 강화하는 것과 국가가 형벌로서 인간의 생명을 박탈하는 제도를 유지하는 문제는 구별해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간이 행하는 사법적 판단에는 오판의 가능성이 있고, 실제 2007년 인혁당 재건위 사건과 같이 사형 집행 이후 무죄가 밝혀진 비극적 사례들이 존재한다"며 "돌이킬 수 없는 오판의 위험성은 사형제 존폐를 논할 때 결코 부차적으로 다룰 수 없는 요소"라고 했다.

안 위원장은 끝으로 "정부와 국회는 그간 축적된 우리 사회의 경험과 국제인권기준·범죄피해자 보호 등의 관점을 토대로 사형제 폐지에 관한 입법적·제도적 방향을 검토하고 사형폐지 의정서 가입에 관한 논의도 함께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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