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자식 죽었는데 '덤덤', 빈소에도 20분만...아빠가 '살인범'이었다[뉴스속오늘]

전형주 기자
2026.10.30 06:00
[편집자주] 뉴스를 통해 우리를 웃고 울렸던 어제의 오늘을 다시 만나봅니다.
2020년 10월30일. 서울 관악구 봉천동 한 빌라에서 아내와 6살 아들을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남편 조모(당시 42세)씨가 항소심의 무기징역 판결에 불복해 상고했다. 조씨는 수사 단계부터 줄곧 결백을 주장했다. 범행에 사용된 흉기는 발견되지 않았고, 목격자나 범행을 입증할 폐쇄회로(CC)TV 영상도 없었다. 하지만 1심과 2심은 모두 조씨를 범인으로 지목했다. /사진=SBS ‘그것이 알고 싶다’

2020년 10월30일. 서울 관악구 봉천동 한 빌라에서 아내와 6살 아들을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남편 조모(당시 42세)씨가 항소심의 무기징역 판결에 불복해 상고했다.

조씨는 수사 단계부터 줄곧 결백을 주장했다. 범행에 사용된 흉기는 발견되지 않았고, 목격자나 범행을 입증할 폐쇄회로(CC)TV 영상도 없었다. 하지만 1심과 2심은 모두 조씨를 범인으로 지목했다.

증거도, 목격자도 없다

조씨의 아내 A씨와 아들 B군은 2019년 8월22일 밤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딸과 연락이 닿지 않아 집을 찾아온 A씨의 부친이 시신을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모자의 몸에는 흉기에 찔린 상처가 여러 곳 남아 있었지만, 저항한 흔적은 뚜렷하지 않았다. 외부인이 문이나 창문을 부수고 침입한 흔적도 없었다. 경찰은 모자가 잠든 사이 공격받았을 가능성에 주목했다./사진=SBS ‘그것이 알고 싶다’

조씨의 아내 A씨와 아들 B군은 2019년 8월22일 밤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딸과 연락이 닿지 않아 집을 찾아온 A씨의 부친이 시신을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모자의 몸에는 흉기에 찔린 상처가 여러 곳 남아 있었지만, 저항한 흔적은 뚜렷하지 않았다. 외부인이 문이나 창문을 부수고 침입한 흔적도 없었다. 경찰은 모자가 잠든 사이 공격받았을 가능성에 주목했다.

유력한 용의자는 남편 조씨였다. 도예가인 그는 당시 주로 공방에서 생활했지만, 모자가 숨진 것으로 추정되는 날 집을 방문했다. 집에 들어간 시각은 8월21일 오후 8시56분, 떠난 시각은 이튿날 새벽 1시35분이었다.

조씨는 아내, 아들과 함께 잠들었다가 새벽에 일어나 공방으로 돌아갔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자신이 집을 나올 때까지 두 사람은 살아 있었다며, 이후 제3자가 침입해 모자를 살해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사망 추정 시각, 조씨만 집에 있었다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조씨는 2013년 결혼한 뒤 일정한 수입 없이 공방 관리비와 생활비 등으로 매달 수백만원을 쓰며 아내의 지원을 받았다. A씨는 2018년 가을 무렵 지원을 끊고 남편에게 경제활동을 요구했다. 조씨는 이를 거부하며 집을 나갔다. 이후 주변에서 돈을 빌려 생활하다 2019년 5월부터 경마에 빠졌고, 대출까지 받아 수백만원을 탕진한 것으로 조사됐다. 사건 사흘 전 계좌 잔액은 약 1900원이었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경찰이 조씨를 의심한 핵심 근거는 모자의 사망 추정 시점이었다. 사건 당일 저녁 닭곰탕과 스파게티를 먹은 모자의 위에서는 완전히 소화되지 않은 토마토와 양파 등이 나왔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이를 토대로 사망 시각을 추정했고, 경찰은 그 시간대에 조씨가 집에 머물렀다는 점에 주목했다.

수사 과정에서는 부부의 금전 갈등도 드러났다.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조씨는 2013년 결혼한 뒤 일정한 수입 없이 공방 관리비와 생활비 등으로 매달 수백만원을 쓰며 아내의 지원을 받았다.

A씨는 2018년 가을 무렵 지원을 끊고 남편에게 경제활동을 요구했다. 조씨는 이를 거부하며 집을 나갔다. 이후 주변에서 돈을 빌려 생활하다 2019년 5월부터 경마에 빠졌고, 대출까지 받아 수백만원을 탕진한 것으로 조사됐다. 사건 사흘 전 계좌 잔액은 약 1900원이었다.

조씨에게는 오랫동안 관계를 이어온 내연녀도 있었다. 수사기관이 확보한 1년 치 통화내역에서 아내와의 통화는 106회였지만, 내연녀와의 통화는 2468회에 달했다.

조씨는 사건 발생 40여일 만에 경찰에 체포됐고, 그해 10월5일 구속됐다. 이후 살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처자식 빈소서 고작 20분…"생일도 몰라"

재판에서도 핵심 쟁점은 모자의 사망 시점이었다. 조씨 측은 위 내용물로 사망 시각을 추정하는 방식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자신이 집을 떠난 뒤 모자가 살해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이었다./사진=SBS ‘그것이 알고 싶다’

재판에서도 핵심 쟁점은 모자의 사망 시점이었다. 조씨 측은 위 내용물로 사망 시각을 추정하는 방식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자신이 집을 떠난 뒤 모자가 살해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이었다.

법정에 출석한 법의학자 6명은 모자가 마지막 식사 후 최대 6시간 이내에 숨졌다는 의견을 냈다. 이 가운데 3명은 식후 4시간 이내로 범위를 좁혔다. 검찰은 이들의 감정 결과를 근거로 조씨가 집에 머무는 동안 모자가 살해됐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도 감정 결과의 신빙성을 인정했다. 마지막 식사의 내용이 확인됐고, 두 사람의 위 내용물이 비슷한 소화 상태를 보였으며, 여러 법의학자의 의견도 대체로 일치한다는 이유였다.

제3자의 범행 가능성도 배척했다. 외부 침입 흔적이 없고 주변 영상에서도 다른 사람이 들어간 정황이 확인되지 않은 점 등을 종합하면, 다른 범인이 있었다는 주장은 구체적 근거가 없는 추측에 그친다고 판단했다.

조씨가 사건 전후 보인 행동도 판단 근거가 됐다. 재판부는 사건 이후 세차와 이발, 목욕을 한 것을 혈흔 등 흔적을 없애려는 행동으로 봤다. 경찰에게 아내와 아들의 사망 소식을 듣고도 누가 범인인지, 왜 숨졌는지를 묻지 않은 점도 함께 살폈다.

조씨는 또 아내와 아들의 빈소에 20분가량 머물렀을 뿐, 장례 절차에 관여하거나 상주 역할을 하지 않았다. 법정에서는 아들의 생년월일조차 정확히 기억하지 못했다. 재판부는 가족의 사망 현장 사진 등이 공개될 때도 조씨가 냉정한 태도를 보였다고 지적했다.

대법 "직접 증거 없어도 유죄 인정"

1심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손동환 부장판사)는 2020년 4월24일 조씨의 살인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치밀한 계획에 따라 아내와 아들을 살해했다고 판단하면서도, 범죄 전력이 없는 점 등을 고려해 검찰이 구형한 사형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사진=SBS ‘그것이 알고 싶다’

1심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손동환 부장판사)는 2020년 4월24일 조씨의 살인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치밀한 계획에 따라 아내와 아들을 살해했다고 판단하면서도, 범죄 전력이 없는 점 등을 고려해 검찰이 구형한 사형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조씨는 항소심에서도 범행을 인정하지 않았다. 검찰 역시 무기징역으로는 부족하다며 다시 사형을 요구했다.

항소심 재판부도 위 내용물을 통한 사망 시각 추정에 신빙성이 있다고 봤다. A씨의 카카오톡 대화와 조씨의 진술 등을 토대로 모자가 늦어도 오후 8시에는 식사를 마쳤다고 판단했다. 이를 감정 결과와 종합하면 사망 추정 시각이 조씨가 집에 머문 시간과 대체로 일치한다는 결론이었다.

모자의 상처 부위에도 주목했다. 아내는 왼쪽 목, 아들은 오른쪽 목에 상처가 집중돼 있었다. 재판부는 원래 왼손잡이인 조씨가 도예 작업을 하면서 오른손으로도 칼을 정교하게 사용했다는 점을 들어, 양손을 능숙하게 쓰는 그의 특성이 범행 방식과 부합한다고 판단했다.

2020년 10월29일 항소심에서도 무기징역이 선고됐다. 조씨는 이튿날 상고장을 냈지만 대법원의 결론도 달라지지 않았다.

2021년 4월15일 대법원 2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조씨의 상고를 기각하고 무기징역을 확정했다. 직접증거가 없더라도 여러 간접증거를 종합해 합리적인 의심이 남지 않을 정도로 범행이 입증된다면 유죄를 인정할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대법원은 모자의 사망 추정 시각과 조씨의 동선, 범행 동기 등을 토대로 살인 혐의를 인정한 원심에 잘못이 없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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