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수청, 송치 뒤 법원 판결까지 살핀다…김지용표 '책임수사' 설계 착수

양윤우 기자
2026.11.02 14:42
김지용 중대범죄수사청장이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공소청에서 이정현 공소청장(검찰총장) 직무대행 예방을 마치고 취재진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머니투데이 DB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이 수사를 완료한 사건의 재판 결과까지 살펴 인사 평가에 반영하는 책임수사제를 도입하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사건을 송치한 뒤 처리 과정도 점검해 확실히 신상필벌하겠다는 구상이다. 법조계에선 불기소나 무죄의 원인을 분석해 수사상 잘못을 가려내는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관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김지용 중수청장은 책임수사제를 구체화하기 위해 관련 부서에 단계별 업무와 책임 범위를 설계하도록 지시했다. 김 청장은 일단 기소되지 않거나 무죄가 선고된 경우에 수사가 부실하게 한 정황이 발견된다면 책임을 묻는 방향을 구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대로 유죄가 선고된 경우에는 보상을 하는 방법도 고려 중이다.

김 청장은 앞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도 "자기가 맡은 사건은 송치했다고 해서 그것으로 끝이면 안 된다"고 밝힌 바 있다. 사건의 기소 여부와 재판 결과까지 수사관이 책임지는 체계를 만들고 상벌도 분명히 하겠다는 취지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책임수사제는 수사관이 사건을 넘긴 뒤에도 추가 수사 요구에 충실히 대응하고 재판에서 드러난 문제를 다음 수사에 반영하도록 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를 인사와 연결하면 송치 전부터 증거와 법률적 쟁점을 더 꼼꼼히 검토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고 했다.

다만 평가 기준과 인사·감찰에 반영할 절차를 구체적이고 꼼꼼히 설계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한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단순히 불기소나 무죄가 나왔다고 부실 수사로 판단할 순 없다"며 "적법한 절차를 지키지 않아 증거로 채택되지 못했다면 수사상 책임을 따질 순 있지만 법률 해석의 차이나 재판 과정에서 새롭게 드러난 사실이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면 수사의 문제라고 볼 순 없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수사와 기소·재판 단계의 책임도 구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증거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문제와 검사가 법정에서 혐의를 제대로 입증하지 못하거나 판사가 법리를 달리 해석한 문제는 다르다는 것이다. 한 법조인은 "평가를 하려면 사건의 처리 경과와 판단 근거가 기록으로 남아 있어야 한다"며 "불기소 처분과 확정된 재판 결과를 수사 기록과 대조해 무엇이 부족했고 누구에게 책임이 있는지 분석하는 절차로 이어져야 한다"고 했다.

특히 성과의 기준을 기소율이나 유죄율에만 맞추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담당 수사관이 어려운 사건을 피하거나 혐의를 부정하는 증거를 외면할 유인이 생길 수 있어서다. 한 현직 검사는 "사건의 난이도와 증거 확보에 대한 노력, 적법절차 준수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야 하는 것은 물론 혐의가 없다는 사실을 밝혀 무리한 송치를 막은 수사까지 성과로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중수청은 수사관이 구속 여부를 판단하는 영장실질심사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사가 심사에 출석하지 않을 때 수사기관의 의견을 충분히 전달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어서다. 이를 위해선 공소청과 협의하고 제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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