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9일. 서울 강서구의 한 오피스텔에서 약 3개월간 알고 지내던 30대 여성을 살해한 남성 A씨(당시 43세)가 구속됐다. 경찰은 이 남성의 과거 범죄 전력을 확인하고, 도주하거나 증거를 없앨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구속 전날인 8일, A씨는 서울 강서구 화곡동에 있는 자신의 거주지에서 늦은 밤 피해 여성과 술을 마셨다. 그러던 중 A씨는 여성이 다른 남성과 만났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격분했다.
A씨는 피해 여성이 휴대전화 잠금장치 해제 요구를 거부하자 흉기로 다섯차례 찌르고 손으로 목을 졸라 살해했다.
범행 후 A씨는 마트에 들러 술을 더 샀다. 그리고 이른 새벽, 피해 여성이 숨진 자신의 거주지에 번개탄을 피웠다.
오전 6시40분쯤 "타는 냄새가 난다"는 화재 신고가 접수됐고 소방당국은 방 안에 30대 여성이 숨져 있는 것을 발견해 경찰에 공조를 요청했다. 현장에서는 흉기와 번개탄 흔적이 발견됐다.
경찰은 화재 신고 약 1시간 이후 A씨를 살인 혐의로 긴급체포했다. 체포 당시 A시는 만취 상태였다.
경찰 조사에서 A씨는 "피해자와 아는 사이였다"며 "다른 남자를 만났다는 이야기를 듣고 욱해서 범행했다"고 진술했다. 다만 두 사람이 실제 연인 관계였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인근 상인들은 오피스텔 앞에서 A씨와 피해 여성이 다투는 모습을 여러 차례 목격했다고 증언했다. 한 상인은 "남자가 '어젯밤 왜 연락이 안 됐냐'고 따지니 여자가 '내가 그런 것까지 연락해야 하냐'고 싸웠다. 여자가 남자를 뿌리치니까 남자가 막아서고 여자 표정이 완전히 질린 표정이었다"고 말했다.
번개탄을 피운 이유에 대해 A씨는 자신도 목숨을 끊으려고 했다고 주장했다. 다만 증거 인멸을 위한 추가 범행이었는지는 알아내지 못했다.
살인 혐의로 검찰 30년 구형했지만…최종 징역 20년 선고
이듬해 열린 A씨의 살인 혐의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A씨에게 30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극심한 육체적 고통을 가해 피해자를 살해했는데 경제적 여력이 없다는 이유로 유족에게 피해 배상을 하지 않았다"며 "범행에 대한 사죄나 용서를 구하는 등 피해 회복 노력도 일절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A씨는 직접 발언 기회가 생기자 "피해자와 유족에게 용서받을 수 없는 큰 죄를 지었다"며 울먹였다. 방청석 곳곳에서는 헛웃음과 울분이 동시에 터져 나왔다. 일부는 화를 참지 못하고 "죽어"라고 외쳤다.
다만 1심 판결은 징역 20년이 나왔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10년간 전자발찌 부착도 명령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범행 방법이 상당히 잔인해 보이고, 피해자가 사망에 이르게 된 과정에서 느꼈을 정신적 고통이 미루어 짐작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사건 당시 A씨가 사용한 흉기는 피해자를 찌르는 과정에서 강한 힘을 받아 칼날이 손잡이에서 분리될 정도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조사 결과 A씨는 소주병으로 다른 사람의 머리를 때리는 등 2000년부터 폭력 범죄 전력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2016년 9월에는 커터 칼로 다른 피해자의 목을 베어 특수상해 혐의로 징역 3년 형을 받은 전력도 있었다.
재판부는 "재범 위험성도 꽤 높게 평가되고 있다"며 "A는 수사 과정에서 '범행이 기억나지 않는다'며 범행을 축소하려 했다. 범행에 이르게 된 경위 역시 피해자에게 일부 책임을 돌리려는 모습을 보였다. 피해자 유족들이 심각한 정신적 충격을 받고 피고인의 엄벌을 탄원했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
A씨는 재판 내내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말없이 서서 재판부의 선고 이유를 들었다.
재판이 시작하기 전부터 눈물을 보인 피해자의 유가족들은 선고가 끝난 뒤에도 "이건 아니잖아. 우리 딸 불쌍해서 어떡해. 엄마는 살 수가 없어"라며 울분을 터트렸다.
A씨는 형이 부당하다며 항소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를 기각, 원심과 같은 형을 확정했다.
2심 재판부는 "피고인과 검사가 주장하는 여러 요소는 원심에서 충분히 참작된 것으로 보이고 새로운 자료가 제출되지 않아 원심의 형이 재량의 합리적 범위에서 벗어나 잘못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유족은 항소심에서도 오열했고, 수의를 입은 채 법정에 선 A씨는 또다시 손으로 방청석을 향하는 얼굴을 가린 채 선고를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