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성(22·키움 히어로즈)이 풀타임 유격수 첫해부터 호된 경험을 하고 있다.
김혜성은 2017년 1군 데뷔 후 줄곧 2루수로 출전했다. 지난해에는 팀 사정상 코너 외야수까지 소화했고 다양한 포지션에서 평균 이상의 수비를 보여줬다. 여기에 차츰 줄여나간 실책 수(2018년 16개, 2019년 15개, 2020년 9개)는 키움이 미국으로 떠난 김하성(26·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을 대체할 주전 유격수로 김혜성을 선택하는 데 충분한 근거가 됐다.
그러나 현재까지 '실책 수'만 놓고 본다면 주전 유격수 김혜성은 낙제점이다. 지난 1일 대구에서 열린 삼성과 더블헤더 1차전에서 2개의 실책을 연거푸 저지른 김혜성은 단 98경기 만에 24실책으로 히어로즈 역대 유격수 한 시즌 최다 실책을 기록하게 됐다. 기존 기록은 2010년 강정호(34)가 기록한 133경기 23실책이었다.
지난 5일 고척 SSG전에서도 김혜성은 팀이 4-1로 앞선 5회초 무사 1, 2루 상황에서 박병호의 평범한 2루 송구를 잡지 못해 이후 3실점의 빌미를 제공했다. 경기는 키움의 10-8 재역전승으로 끝났지만, '내야 수비의 핵' 김혜성의 수비는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기본적으로 김혜성은 뛰어난 운동능력과 운동신경으로 폭넓은 수비 범위를 가져가는 선수다. 유격수 수비에 필요한 포구, 송구, 타구 판단, 수비 범위, 공을 빼는 동작, 퍼스트 스텝 등 다방면에서 모자란 곳이 없다. 특히 타구 판단과 수비 범위에서 강점을 보인다. 그 때문에 유격수, 2루수, 좌익수를 돌아다니면서도 낙구 지점을 잘못 파악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다른 야수들의 범위로 넘어가 공을 잡아내는 호수비도 몇 차례 보여줬다.
다만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포구 실책이 잦았다. 김혜성이 포구 실책을 하는 순간을 보면 매번 다음 동작과 주자를 신경 쓰다 그르치는 일이 많았다. 또 실책을 몰아서 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좀 더 세부적으로 들어가 보면 102경기를 치른 현재까지 공식적으로 기록된 김혜성의 실책은 25개. 자잘한 실수는 차치하고 4월 14일 고척 LG전, 5월 9일 문학 SSG전처럼 기록된 실책은 하나였지만, 포구와 송구 실책이 연달아 나온 것을 따로 보면 총 27개의 실책이 있었다. 이 중 포구 실책이 14개, 송구 실책이 10개, 내야수간 호흡 문제로 인한 실책이 3개로 포구의 아쉬움은 숫자상으로도 확연했다.
흔히 지적받던 송구 실책은 전반기(18개 중 9개)에 몰아 나왔다. 오버핸드보다 언더핸드 송구가 좀 더 익숙했던 김혜성은 시즌 초반 적응기를 겪었다. 먼 거리를 언더핸드로 뿌리거나 1루수 키를 훌쩍 넘기는 송구가 많았다. 그러나 경험을 쌓은 김혜성은 주자의 속도와 타구에 따른 적절한 자세를 찾아갔다. 8월 20일 광주 KIA전에서 송구를 위해 공을 빼다 실패한 것만 제외하면 적어도 7월 이후 공식적으로 송구 과정에서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다.
인조 잔디와 천연 잔디 유무 역시 실책과 큰 상관관계를 지니지 않았다. 키움의 홈구장인 고척스카이돔은 10개 구단의 홈구장 중 유일한 인조 잔디 구장이다. 인조 잔디는 천연 잔디보다 타구 속도가 빨라져 내야 수비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란 편견이 있다. 김혜성은 홈 53경기에서 실책 9개, 원정 49경기에서 실책 16개로 되레 잘 해냈다. 다만 홈경기가 많았던 4월과 6월에 각각 8개, 7개로 많은 실책을 기록해 팬들에게 인조 잔디에 약하다는 인상은 줄 수 있었다.
다만 이따끔씩 집중력이 흐트러지는 부분은 보완해야 한다. 6월 3일 고척 롯데전 에릭 요키시의 2루 송구, 6월 20일 창원 NC전 김휘집의 2루 토스, 지난 5일 고척 SSG전에서 박병호의 2루 송구를 놓친 것은 주자를 신경 쓰다 더 큰 위기를 불러온 대표적인 사례였다.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의 잦은 포구 실책 역시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메이저리그 스카우트가 바라본 유격수 김혜성은 어땠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김혜성은 오히려 수비만 놓고 보면 향후 발전에 따라 메이저리그도 노려볼 수 있는 선수였다.
스카우트 A는 스타뉴스와 인터뷰에서 "유격수 수비를 볼 때 첫 번째로 보는 것은 운동 신경이다. 기본적으로 운동 신경이 깔려 있어야 수비력을 만들 수 있다. 안정적인 수비는 연습으로 만들 수 있지만, 운동 신경은 타고 나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런 면에서 김혜성은 발군이었다. 스카우트 A는 "김혜성의 운동 능력은 국내 유격수 중에서도 최고라고 생각한다. 운동 신경이 정말 좋고 수비 범위가 넓다"고 칭찬했다.
문제로 지적받는 포구와 송구에 대해서도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스카우트 A는 "오버든 언더든 편한 상황에서는 편한 대로 던지면 된다. 물론 강하게 던져야 할 상황에서는 오버스로로 던지는 것이 좋지만, 내가 본 김혜성은 오버스로로도 잘 던졌다. 또 수비 범위와 송구는 타구를 많이 처리하면서 경험이 쌓이면 실력이 늘 수 있는 영역"이라며 크게 개의치 않았다.
이어 "시간이 흘러도 학습 능력이 떨어지고 운동 신경만 좋다면 유격수로 뛸 수 없다. 안정성이 생겨야 한다. 그런데 김혜성은 풀타임 주전 유격수로서 이제 겨우 첫해다. 기본적으로 운동 신경이 있는 선수라 향후 발전을 기대해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생각해보면 키움 유격수 역대 실책왕 계보에 들어갔다는 것이 그리 나쁜 일만은 아니다. 김혜성 이전 히어로즈 유격수 한 시즌 최다 실책 선수는 강정호였고, 그 밑으로는 김하성이 4차례(2015년 21개, 2016년 21개, 2019년 20개, 2020년 20개) 차지했다. 두 사람 모두 뛰어난 운동 능력으로 어린 나이에 주전 유격수 자리를 꿰찼고, 그 활약을 바탕으로 메이저리그로 진출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리고 이들의 유격수 수비는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호평을 받았다.
만 22세에 주전 유격수로 올라선 김혜성도 선배들의 길을 차근차근 따라가고 있다. 스카우트 A는 "개인적으로 수비만 놓고 보면 김혜성은 향후 메이저리그에서도 유격수로 뛸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타격을 보완해야 한다. 장타력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더 정확히는 김혜성은 장타력보다 정확성으로 승부를 봐야 하는 타입이다. (지금 상황에서) 홈런을 5개 치든 10개 치든 큰 의미가 없다. 쉽진 않겠지만, 차라리 타율을 1푼이라도 더 올릴 방법을 찾는 편이 낫다"고 구체적인 평가를 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