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이온즈가 2026시즌 개막을 불과 한 달 앞두고 초대형 악재를 만났다. 1선발급으로 큰 기대를 모았던 외국인 투수 맷 매닝(28)이 팔꿈치 수술 진단을 받으며 단 한 경기도 치르지 못한 채 팀을 떠나게 됐다. 무엇보다 메디컬 테스트까지 문제없이 통과한 상황에서 나온 부상이라 삼성 입장에서는 더욱 뼈아플 수밖에 없다.
삼성 구단은 "정밀 검진 결과, 매닝이 오른쪽 팔꿈치 인대 수술이 필요하다는 소견을 받았다. 최대한 빠르게 대체 외국인 투수를 영입할 것"이라며 공식적으로 외인 교체 결정을 발표했다. 이종열 삼성 단장은 대체 선수 물색을 위해 급히 귀국길에 올랐다.
매닝은 지난해 12월 1일 삼성의 또 다른 외국인 선수인 아리엘 후라도, 르윈 디아즈에 이어 마지막 외국인 퍼즐로 합류한 이방인이었다. 당시 삼성은 "매닝과 1년간 연봉 100만달러(한화 약 14억원) 조건에 사인을 마쳤다"고 공식 발표했다.
매닝은 2016년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아마추어 드래프트에서 디트로이트에 1라운드(9순위) 지명을 받았다. 꾸준하게 잠재력을 인정받은 끝에 2021년부터 4시즌 동안 디트로이트 소속으로 메이저리그 레벨에서 활약했다.
눈에 띄는 건 빅리그 통산 50경기 모두 선발로만 던졌다는 점이었다. 총 254이닝을 소화하면서 11승15패, 평균자책점 4.43의 성적을 남겼다. 이닝당 출루허용률(WHIP)은 1.29. 삼성은 매닝 영입 사실을 발표하면서 "포심패스트볼 평균 구속 152km로 구위가 우수하고 스위퍼, 커브, 스플리터, 슬라이더 등 다양한 구종을 보유했다. 최근 몇 년간 KBO와 NPB 구단들의 우선 영입 대상으로 거론됐던 투수이기도 하다"고 전했다.
당시 매닝은 메디컬 테스트를 마친 뒤 삼성 구단을 통해 "아시아 야구는 처음 경험한다. 결코 쉬운 리그가 아니라는 이야기를 미국 동료들로부터 많이 들었다. 삼성에 빨리 적응해 팬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며 각오를 다졌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매닝은 한국 무대 마운드를 아예 밟지도 못한 채 퇴출 신세를 맞게 됐다.
미국 매체 메이저리그 트레이드 루머스는 매닝과 삼성의 계약 소식을 전한 뒤 "미국 최고 유망주 중 한 명이었다는 명성을 고려했을 때, 빅리그 어느 구단에서 관심을 나타내지 않은 건 놀라운 일"이라면서 "비시즌 기간 초반에 이와 같은 계약을 맺은 건, 사실 마이너리그에서 추가로 시즌을 소화하는 것에 관심이 없었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결과적으로 메이저리그 팀들의 관심이 '0'인 상황에서 일찌감치 한국행을 결정했다는 이 분석은 의미심장하게 다른 이유로 들어맞은 셈이 됐다. 그는 정말 자신의 팔꿈치 상태에 관해 알지 못했을까 하는 의문이 제기될 수도 있는 상황. 미스터리라 할 만한 지점이다.
스프링캠프 합류 초반에는 별다른 통증을 느끼지 않은 채 불펜 투구 일정을 잘 소화했다. 그러나 실전에서 결국 문제가 터졌다. 지난달 24일 일본 오키나와현 온나손 아카마 볼파크에서 열린 삼성과 한화 이글스의 연습경기. 당시 선발로 나선 매닝은 ⅔이닝 동안 삼진 없이 3피안타 4사사구 4실점으로 흔들렸다. 속구 최고 구속은 148㎞. 투구 수는 37개. 설상가상, 투구 후 팔꿈치 통증을 호소했다. 이에 한국으로 급거 귀국했고, 정밀 검진 결과 팔꿈치 인대가 크게 손상돼 수술이 불가피하다는 최악의 진단을 받았다.
만약 메디컬 테스트에서 매닝의 팔꿈치 상태에 이상이 발견됐다면, 당연히 삼성 구단 입장에서는 지금과 같은 탈을 겪지 않았을 터. 하지만 공교롭게도 메디컬 테스트를 무사히 통과한 뒤 스프링캠프 실전에서 부상이 발생하고 말았다. 본인도 물론 아쉽겠지만, 구단이 매닝 영입에 공들인 각종 비용과 수고도 아깝기는 매한가지라 할 수 있다.
삼성은 토종 에이스 원태인(26)이 오른쪽 팔꿈치 굴곡근 1단계 손상 진단을 받으며 전열에서 이탈했다. 이에 따라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에서 낙마했으며, 개막전 등판조차 불투명한 상황이다. 현재 일본 요코하마 이지마 재활원에서 치료 중인 원태인은 당초 오키나와 캠프에 합류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일정을 바꿔 한국으로 돌아가 오는 6일 자기공명영상(MRI) 재검사를 받기로 했다.
여기에 또 다른 핵심 외국인 투수 아리엘 후라도(30)는 파나마 국가대표팀 소속으로 WBC 대회에 참가한다. 현재 오키나와 스프링캠프 현장에는 1~4선발 중 최원태(29)만 남아있는 셈이다.
박진만 삼성 감독은 전날(2월 28일) 일본 오키나와현 나하에 위치한 셀룰러 스타디움에서 일본프로야구(NPB) 요미우리 자이언츠와 연습경기를 앞두고 "매닝의 결과가 그렇게 나와서 마음이 무겁다"면서 "우리 선발진에 남아있는 선수가 최원태 하나다. 남은 기간 나머지 선발을 찾기 위해 다른 방향으로 준비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박 감독은 "선발 후보였던 이승현(좌), 양창섭, 육선엽, 장찬희 등 범위를 넓혀서 준비해야 할 것 같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