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대 리그 사이영상 주인공의 기량에 대해선 누구도 의심치 않는다. 문제는 몸 상태다. 걸핏하면 당하는 부상에 LA 다저스도 블레이크 스넬(34)에 대한 기대감을 내려놓고 있다.
메이저리그(MLB) 공식 홈페이지 MLB닷컴은 1일(한국시간) "스넬이 개막전에 복귀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probably zero)'"고 밝혔다.
왼쪽 어깨 통증으로 인해 비시즌 기간 제대로 투구 훈련에 나서지 못했고 캠프를 시작할 당시에도 몸 상태가 좋지 않았다. 지난해 4개월 동안 쉬어가야 했던 부상 부위가 다시 말썽을 일으켜 더욱 우려를 자아낸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스넬은 지금 마운드에 서지도 않고, 경기에도 출전하지 않고 있다"며 "그가 시즌 개막전에 선발 등판한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이미 시범경기가 진행되며 대부분의 투수들은 실전 모드에 나서고 있지만 스넬은 캠프 소집 후 2주가 지나도록 30m 이내 거리에서 캐치볼만 하고 있다. 곧 거리를 늘려갈 예정이지만 개막에 맞춰 몸 상태를 제대로 만들지 못했다는 것만으로도 다저스엔 큰 타격이다.
누구도 스넬의 능력치를 의심하진 않는다. 2011년 탬파베이 레이스의 지명을 받고 MLB에 입성한 스넬은 2016년 빅리그 데뷔를 이뤘고 2018년엔 21승, 평균자책점(ERA) 1.89로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을 수상했다.
그러나 이러한 기량을 꾸준히 유지할 내구성이 뒷받침되지 않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듬해 107이닝 소화에 그쳤다.
2021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이적 후에도 2년 연속 130이닝을 채우지 못했던 그는 2023년 32경기 180이닝 동안 14승 ERA 2.25로 다시 한 번 완벽히 반등했고 이번엔 내셔널리그 사이영상의 주인공이 됐다.
양대리그에서 모두 사이영상을 수상한 건 100년이 넘는 MLB 역사상 단 7명 뿐이었다. 그와 어깨를 나란히 한 건 게일로드 페리, 로저 클레멘스, 랜디 존슨, 페드로 마르티네스, 로이 할러데이, 맥스 셔저로 금지약물 복용 논란으로 빠진 클레멘스와 아직 자격이 주어지지 않은 셔저를 제외하면 모두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린 전설들이다.
그럼에도 반쪽짜리 선수라는 꼬리표는 늘 스넬을 따라다녔다. 완벽했던 2023년을 보낸 뒤에도 2024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로 이적한 스넬은 20경기, 104이닝 소화에 그쳤다.
그러나 다저스는 자유계약선수(FA)로 시장에 나온 스넬에게 과감한 투자에 나섰다. 5년 1억 8200만 달러(약 2633억원)를 쏟아 부었다.
ERA는 2.35로 기대감을 충족시켰으나 부상으로 빠져 있는 기간이 너무 길었고 결국 11경기에서 61⅓이닝을 소화하는데 그치며 5승 4패로 시즌을 마쳤다. 가을야구에서 6경기 3승 2패 ERA 3.18로 기대에 부응했지만 아쉬움은 쉽게 떨칠 수 없었다.
최근 5년 동안 소화한 건 435이닝, 시즌 평균 87이닝에 불과하다. 선발 투수로는 형편없는 이닝 소화력이다.
어깨 상태가 완벽하지 않다고 밝혀왔던 스넬은 지난달 초 인터뷰에서 "작년엔 증명해야 할 게 너무 많았다. 너무 들떠서 스프링캠프에 참가하고 끝내는 데에만 급급했다"며 "올해는 더 천천히 현명하게 몸 상태를 끌어올릴 생각"이라고 말했다.
다저스엔 임시로 스넬의 빈자리를 메울 투수가 많다. 급하게 복귀한 뒤 다시 부상으로 쉬어가는 것보다는 충분히 시간을 들이더라도 부상을 재발하지 않게 하는 게 더 중요하다. MLB닷컴은 "구단은 아직 스넬의 복귀 시점을 구체적으로 밝히진 않았지만 아무리 빨라도 5월 이전엔 다저스 유니폼을 입고 마운드에 오르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