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야구 대표팀은 3년 전 그 때를 떠올리고 있다. 오타니 쇼헤이(32·LA 다저스)는 동료에게 세리머니를 만들어오라고 시키며 당시의 기분 좋은 징크스를 이어가려고 하고 있다.
일본 대표팀은 2일 일본 오사카 교세라돔에서 열린 오릭스 버팔로스와 평가전에서 3-4로 졌다.
그러나 슈퍼스타들이 즐비한 사무라이 재팬은 단순히 연습경기의 결과보다 또 다른 이슈를 만들어냈다. 바로 세리머니 비화다.
일본 매체 스포니치아넥스는 3일 "오타니가 엉뚱한 지시를 연발했다"며 "키타야마 와타루에게 특명을 내렸지만 '차(茶) 퍼포먼스'에 결국 불합격 판정을 내렸다"고 전했다.
이날 2번 지명타자로 출전한 오타니는 3타수 무안타에 그쳤으나 누구도 오타니를 의심하진 않았다. 팀 분위기도 유쾌했다. 매체는 "오타니는 팀의 새로운 세리머니 고안을 키타야마에게 엄명하며 팀 분위기를 끌어올렸다"며 "지난 대회에서 유행했던 '페퍼 밀(후추통)' 세리머니에 이어 키타야마가 제안한 '차(茶) 포즈'를 선보였으나 오타니의 최종 승인은 보류됐다"고 전했다.
3년 전 일본은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정상에 올랐는데 당시 화제가 된 게 바로 일본의 세리머니였다. 안타를 날린 뒤엔 양손을 비트는 동작을 했는데 '페퍼 밀' 세리머니로 일본계 빅리거 라스 눗바(세인트루이스)가 주도한 것이었다. 후추를 간다(grind)는 뜻에서 착안한 것인데 'grind out'이라는 건 성공할 때까지 끈질기게 해낸다는 뜻을 갖고 있었다. 결국 '끈질기게 점수를 만들어내자'는 의미로 후추를 가는 동작을 취했고 일본의 우승으로 이 세리머니의 상징성은 더 커졌다.
오타니는 당시를 떠올렸고 경기 전 선수단 미팅에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니혼햄 시절 후배인 키타야마는 원의 중심에 서서 찻잔을 오른손으로 시계 방향으로 두 번 돌린 뒤, 입구를 정면으로 가져와 마시는 다도(茶道) 작법을 선보였다.
매체에 따르면 이 퍼포먼스는 오타니의 엉뚱한 지시에서 시작됐다. 전날 오타니는 키타야마에게 "내일 새로운 세리머니를 결정해서 발표해"라고 명령했던 것. 2023년 대회 당시 라스 눗바 '페퍼 밀' 세리머니로 하나가 돼 세계 정상에 올랐던 기억 때문이었고 키타야마는 "잠도 못 잘 정도로 고민했다"고 털어놨다.
의미는 있었다. 키타야마는 "세계 무대에서 싸우는 만큼 일본의 전통적인 포즈가 좋겠다고 생각했다. 마침 오타니가 차 제조사(이토엔)의 모델로 활동 중이지 않나"라며 이토엔 '오~이 오차'의 글로벌 앰배서더인 오타니를 겨냥한 '차 포즈'를 완성했지만 반응은 싸늘했다.
실제로 이날 요시다 마사타카와 와카츠키가 안타를 친 후 이 신상 세리머니를 선보였는데 오타니는 "역시 안 되겠다. 오늘 밤에 다시 생각해 와"라고 불합격 판정을 내렸다는 것. 키타야마는 "그건 정말 힘들다"라며 "내 영향력은 약하다. 오타니나 스즈키 세이야가 베이스 위에서 직접 해준다면 단번에 퍼질 것이다. 믿고 기다리겠다"고 간절함을 나타냈다.
스즈키는 "반응이 별로 좋지 않아서 다시 바뀔 것 같다. 좀 더 분위기를 띄울 수 있는 걸 해보고 싶다"며 웃었고 오타니는 관련된 질문에 특별한 답 없이 미소만 띄운 채 대표팀 버스에 올라탔다.
한편 이날 오타니는 2023년 3월 21일 WBC 미국과 결승전 이후 1077일 만에 사무라이 재팬의 일원으로 경기에 나섰는데 매체에 따르면 3타수 무안타로 물러났음에도 3만 3821명의 관중을 열광시켰놨다.
경기 후에는 사인을 요청하는 소년 팬을 위해 즉석 사인회를 열어주는 대응으로 팬들을 다시 한 번 감동시키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