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야구 대표팀의 선수층이 아주 놀랍다. '핵심 타자' 스즈키 세이야(31·시카고 컵스)가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하는 대악재가 발생했으나, 그 공백을 메우기 위해 투입된 '신성' 모리시타 쇼타(26·한신 타이거즈)가 곧바로 홈런포를 가동하며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스즈키는 15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 위치한 론디포 파크에서 열린 베네수엘라와 2026 WBC 8강전에 3번 타자 겸 중견수로 선발 출장했다.
이날 스즈키는 1-1로 맞선 1회말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풀카운트까지 가는 접전 끝에 볼넷을 골라냈다. 다음 요시다 마사타카가 삼진으로 물러나 2사 1루가 됐다. 후속 오카모토 카즈마 타석에서 2루 도루를 하다 아웃되고 말았다. 곧바로 공수교대가 됐다.
이후 상황이 문제였다. 스즈키는 이 장면 이후 오른쪽 다리에 통증을 느꼈다. 끝내 2회초 수비에 나서지 못한 채 교체됐다. 스즈키 세이야를 빼고 모리시타 쇼타(25)를 중견수 자리에 긴급 투입한 것이다. 현역 메이저리거이자 팀 타선의 중심인 3번 타자를 경기 초반에 교체한다는 것은 일본 대표팀에 있어 치명적인 전력 손실에 가깝다.
일본 열도가 절망에 빠지려는 찰나, 스즈키 대신 투입된 모리시타 쇼타가 반전을 써 내려갔다. 갑작스러운 교체 투입에도 불구하고 고도의 집중력을 유지하던 모리시타는 2-2로 맞선 1사 2, 3루 상황에서 베네수엘라 마운드를 무너뜨리는 천금 같은 스리런 홈런을 쏘아 올렸다.
핵심 전력이 빠진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에서 교체 선수가 곧바로 결정적인 홈런을 터뜨리는 모습은 일본 야구의 두터운 선수층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스즈키 세이야라는 거물급 외야수의 공백조차 느껴지지 않을 만큼 완벽한 대체 자원이 대기하고 있었던 셈이다.
한편, 닛칸 스포츠 등 일본의 복수 매체에 따르면 스즈키는 도루 과정에서 슬라이딩을 하다 다리 쪽을 다쳤다. 이후 현장에는 무릎 부상이라는 안내가 나왔다. 특히 스즈키는 2022시즌을 앞두고 시카고 컵스와 5년 총액 8500만 달러(약 1274억 원)의 초대형 계약을 맺은 '귀한 몸'이다. 시즌 개막을 앞둔 소속팀 컵스 입장에서도 이번 부상은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다.
사실 스즈키에게 WBC는 '부상 잔혹사'의 무대나 다름없다. 지난 2023년 대회에서도 개막 직전 왼쪽 옆구리 부상으로 눈물을 머금고 하차했던 스즈키는 이번 대회 일본 라운드에서 맹타를 휘두르며 자존심 회복에 나섰던 터였다.
미국 마이애미에서 열린 본선 토너먼트 첫 경기부터 핵심 전력을 잃은 일본은 이제 스즈키 없이 베네수엘라의 공세를 막아내야 하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졌다. 정밀 검사 결과에 따라 스즈키의 남은 대회 출전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일본 열도는 그의 부상 정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