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팔고도 쥐는 돈 줄었다..."순이익 45% 급증" 3년 뒤 '실적 쇼크' 보험사

더 팔고도 쥐는 돈 줄었다..."순이익 45% 급증" 3년 뒤 '실적 쇼크' 보험사

이창명 기자, 권화순 기자
2026.03.16 07:00

[MT리포트]IFRS17 3년차 실적쇼크, 올해부터 진검승부 (上)

[편집자주] IFRS17 도입후 낙관적인 계리적 가정으로 실적을 부풀렸던 보험사들의 '회계적 마법'이 3년만에 풀렸다. 도입 첫해 순이익이 45% 증가했던 보험사들은 지난해 실적 쇼크를 기록했다. 수만명의 설계사를 동원해 신규 계약을 늘렸는데도 일부 보험사는 오히려 이익 규모가 줄어드는 역설적인 상황이 벌어졌다. 회계 가정의 가이드라인이 전면 도입되는 올해, 보험사들의 진짜 승부가 시작된다.

'IFRS17' 3년 '거품' 빠지니..보험 계약 늘려도 '미래이익' 줄었다

IFRS17 도입 이후 4대 생보사 CSM 추이/그래픽=김지영
IFRS17 도입 이후 4대 생보사 CSM 추이/그래픽=김지영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 3년이 지나면서 보험사들이 낙관적인 계리적 가정으로 실적을 부풀렸다는 의혹이 사실로 드러났다. 일부 보험사는 신계약으로 매출을 대폭 늘렸는데도 보험계약서비스마진(미래이익·CSM)이 줄어드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실제 발생한 손해율이 보험사가 가정한 수치보다 훨씬 높게 치솟으면서 수 조원대 손실계약(CSM 조정)을 CSM에 대거 반영한 여파다.

1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한화생명의 CSM은 IFRS17 도입 첫해인 2023년 1월 9조7600억원에서 지난해 말 8조7100억원으로 1조원 넘게 줄었다. 같은 기간 삼성생명(10조7500억원→13조2200억원)과 교보생명(5조440억원→6조5100억원), 신한라이프(6조9200억원→7조5500억원)가 CSM을 완만하게 늘린 것과는 대비되는 흐름이다.

CSM은 보험계약 체결에 따라 앞으로 그 계약에서 예상되는 미래이익을 현재가치로 환산한 지표다. IFRS17 도입 후 보험사의 실적을 가르는 핵심지표로 볼수 있다. 한화생명이 영업을 통해 확보한 신계약 CSM은 2023년부터 3년 연속 2조원을 넘어섰다는 점에서 전체 CSM이 감소하는 현상은 이례적이다. 보험영업을 했는데, 회사의 미래이익은 줄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대외적인 제도강화 등의 영향으로 보유 CSM이 감소했다"며 "다만 지난해 부채할인율 강화 및 교육세 인상 등으로 CSM 규모가 연초 대비 감소했지만 이를 제외한 신계약CSM 유입 및 실적효과를 고려한 경상적인 CSM 규모는 순증 구조를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비슷한 일은 현대해상에서도 벌어졌다. 지난 2023년 1월 8조3500억원이던 CSM이 연말 9조1400억원으로 늘었다가 이듬해인 2024년말 8조3100억원, 지난해 8조9800억원으로 들쭉날쭉하다. 대형 보험사들의 전체 합산 CSM이 매년 우상향 했다는 점에서 일부 보험사의 실적 부풀리기가 수치로 확인됐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이에 대해 현대해상 관계자는 "손해율이 높은 실손보험과 만기가 긴 상품의 보유 비중이 높아 외부 영향에 따른 CSM 변동폭이 다소 높은 편"이라며 "고수익성 상품 중심의 신계약을 통해 포트폴리오 개선을 지속 추진중이고, 장기보험 손해율 관리에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IFRS17 도입 이후 5대 손보사 CSM 추이/그래픽=김지영
IFRS17 도입 이후 5대 손보사 CSM 추이/그래픽=김지영

CSM은 발생하지 않은 이익인 만큼 가정에 따라 수치가 크게 달라진다. 보험사들은 회계적으로 자율적인 판단에 따라 미래에 보험계약이 얼마나 유지되거나 해지되는지, 혹은 질병이나 사고로 인한 보험금이 얼마나 지급될 것인지 가정하고 CSM을 산정한다. 실적 산정에 보험사의 자의적인 판단이 가능하다. 그만큼 보험사들이 위험율이나 손해율을 의도적으로 낮추는 수단이 될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과거 3년 CSM 추이를 근거로 일부 보험사들이 보유계약에 대해 지나치게 낙관적인 가정을 했다고 분석한다. IFRS17 전환 시점에 해지율·손해율 가정을 유리하게 설정했던 회사일수록 3년간 CSM이 비상식적인 패턴을 보였다. 한화생명은 IFRS17 전환 시점인 2023년 업계 1위사인 삼성생명과 CSM 격차가 불과 1조원밖에 되지 않았지만 3년차인 지난해 5조원 가까이 벌어졌다.

특히 연초 낙관적인 가정으로 CSM을 높게 잡았다가 연말 실제 손해율 통계를 반영하면서 조 단위의 CSM 조정액(손실계약)이 발생했다. 한화생명은 지난해 이 금액이 2조원에 달했고, 현대해상도 2024년 CSM 조정액이 2조원이었다.

금융당국이 실손보험 가이드라인을 비롯해 무·저해지 보험 해지율 산출 방식, 신규 담보 손해율이나 사업비 가정에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면서 실적 거품이 걷히고 있다는 분석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지난 3년이 회계 기준 변경에 따른 혼란기였다면 올해는 쌓아온 CSM이 실제 이익으로 얼마나 안정적으로 전환되는지 보여줘야 하는 시점"이라며 "단순 외형 성장이 아닌 고도화된 리스크 관리 능력을 갖춘 회사만이 살아남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회계마법 걷히자 '실적쇼크'...팔자마자 수천억 손해, 출혈경쟁 '민낯'

보험회사 연간 순이익 증가율/그래픽=이지혜
보험회사 연간 순이익 증가율/그래픽=이지혜

IFRS17(새 보험회계) 도입 3년 차인 지난해 보험사들이 '쇼크' 수준의 실적을 기록했다. IFRS17 도입 첫해 순이익이 45% 급증해 유례없는 '역대급' 이익 성장세를 보였지만 불과 3년만에 역성장으로 돌아선 것이다. IFRS17 도입후 낙관적인 계리적 가정과 출혈경쟁이 빚은 '민낯'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순이익 45%→4%→-9% 널뛰기..낙관적 가정의 '민낯'

1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IFRS17 도입 첫해인 2023년 전체 보험사의 순이익은 45.5% 급증했다. 과거 회계 기준이 적용된 전년도 순이익 증가율(11.1%)의 4배 수준의 놀라운 성장이었다. 회사별로는 순이익이 2~3배 늘어난 곳도 나왔다. 하지만 도입 2년차 순이익 증가율이 4.6%로 쪼그라들더니 지난해 주요 9개 보험사들의 순이익이 9.45% 감소하는 극적인 상황이 벌어졌다.

단기간의 실적 널뛰기는 IFRS17 효과로 분석된다. 2023년의 놀라운 이익성장은 새 회계제도의 사업비 이연효과 덕분이다. 직전해 까지만 해도 사업비를 7년 나눠 인식하거나 사업비가 과도하게 많은 경우 그 해에 한꺼번에 반영해야 했다. 100만원을 쓰면 7년간 14만원씩 쪼개 인식했다. 하지만 2023년부터는 전 보험기간 나눠 반영한다. 보험만기가 100년인 장기보험을 팔면 사업비 100만원 중 1만원만 당해 인식한다. 사업비 부담 없이 CSM(미래이익)을 많이 확보할수 있는 보장성보험 출혈경쟁이 벌어진 근본 원인이다. 실제 보험사들이 쓴 사업비는 30조원을 돌파했다. 실적 '점프'가 가능했던 것은 경쟁력 있는 상품을 잘 팔아서가 아니었던 셈이다.

사상 최대 이익을 거두고도 과도한 사업비 지출로 해약환급금 준비금이 급증한 한화생명, 신한라이프 등은 배당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해약환급금 준비금은 배당 재원으로 활용할 수 없어서다.

2025년 보험금 예실차/그래픽=김지영
2025년 보험금 예실차/그래픽=김지영

반대로 지난해 실적 쇼크는 낙관적인 가정으로 인한 '부메랑' 이다. 보험사들은 해지율·손해율 가정을 통해 예상 보험금을 추정한다. 예상보험금 대비 실제 나간 보험금이 더 많으면 '예실차' 손실이 발생하고 그 해 순이익에서 차감해야 한다. 삼성생명(3702억원) 한화생명(3799억원) 현대해상(3502억원) 등 대형사들의 지난해 예실차 손실이 3000억원 넘게 발생해 실적 쇼크의 직격탄이 됐다.

금융당국은 예실차를 예상손해액으로 나눈 '예실차율'을 5% 이내로 권고한다. 최선추정을 하라는 뜻이다. 하지만 삼성생명(7.7%) 한화생명(15.2%) 등 대형사조차 권고치를 크게 벗어났다. 2024년 실적발표(IR)에서 삼성생명과 메리츠화재가 '낙관적-보수적 가정'을 두고 공개적인 설전을 벌였을 당시 삼성생명 예실차율은 1%였지만 불과 1년만에 7%대로 치솟았다.

업계 관계자는 "2023년, 2024년에도 대부분 낙관적인 가정을 했으나 당시 예실차가 크게 나지 않은 것은 의료 파업과 코로나 효과로 보험금이 일시적으로 덜 나갔기 때문"이라며 "일시 효과가 사라진 지난해부터 지나치게 낙관적인 가정을 쓰는 보험사들의 실적에 '민낯'이 드러난 것"이라고 했다. 금융당국은 올해부터 계리가정 보고서를 도입해 보험사들이 어떤 가정에 따라 부채를 쌓고 있는지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할 예정이다.

◇순이익 3000억인데 '팔자마자' 신계약 손실 1400억원

4대 생명보험사 신계약 손실 추이/그래픽=윤선정
4대 생명보험사 신계약 손실 추이/그래픽=윤선정

일부 보험사는 팔자마자 손해 나는 신계약 손실이 수천억원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화생명은 지난해 1450억원대의 신계약 손실이 난 것으로 추정된다. 교보생명과 삼성생명도 1020억원, 750억원 신계약 손실을 본 것으로 보인다. 신계약 손실은 전액 당해 실적에 반영해야 한다. 한화생명은 지난해 3133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해 전년(7204억원) 대비 감소 했는데 신계약 손실이 순익의 절반에 육박했다. 상품설계를 잘못했거나 과도한 마케팅이 원인이라는 시각도 있다.

올해부터 '진검승부'를 벌여야 한다. 당국이 △2023년 실손보험 손해율 가정 △2024년 무·저해지보험 해지율 가정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데 이어 올해 손해율과 사업비 가정 가이드라인을 적용하기 때문이다. 낙관적 가정으로 인한 실적 부풀리기가 올해부터는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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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명 기자

안녕하세요. 금융부 이창명 기자입니다.

권화순 기자

안녕하세요. 금융부 권화순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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