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5시즌 KT 위즈에서 뛰었던 좌완 투수 엔마누엘 데 헤이수스(30·디트로이트 타이거즈)가 '조국' 베네수엘라의 영웅이 됐다. 세계 최고의 타자이자 '야구의 신' 오타니 쇼헤이(32·LA 다저스)를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고 일본의 추가 점수를 막아내며 승리 투수가 됐다.
헤이수스는 15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 위치한 론디포 파크에서 열린 2026 WBC(월드 베이스볼 클래식) 일본과 8강전에 2-5로 뒤진 4회말 3번째 투수로 구원 등판해 2⅓이닝 1피안타 1볼넷 3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실점하지 않은 뒤 베네수엘라가 역전에 성공하며 승리투수까지 됐다.
이날 경기의 백미는 단연 헤이수스와 오타니의 맞대결이었다. 1사 1, 2루 득점권 위기에서 오타니를 마주한 헤이수스는 1볼-2스트라이크 유리한 볼카운트에서 86.2마일 짜리 커터를 던져 헛스윙을 유도해 아웃 카운트를 늘렸다. 다음 사토 테루아키까지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이닝을 끝냈다.
경기를 마친 헤이수스는 믹스드존에서 오타니에 대해 "메이저리그 최고의 선수 중 한 명이다. 그를 처음으로 상대할 수 있어 정말 기뻤다. 신께 감사하게도 결과를 낼 수 있었다"며 겸손하면서도 당당한 소감을 전했다.
점수 차이가 더 벌어질 수 있는 득점권 위기 상황에 대해 헤이수스는 "상황은 평소와 똑같았다. 내 공을 믿었고, 나 자신을 믿으며 타자를 몰아붙였다. 유리한 카운트를 만들려고 노력한 것이 주효했고 삼진을 잡을 수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특히 그가 잡아낸 두 개의 삼진은 경기 흐름을 완전히 베네수엘라 쪽으로 가져온 '모멘텀'이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그는 "우리가 뒤진 상태였고 주자가 두 명이나 나가 있어 매우 중요한 순간임을 알고 있었다. 조국 베네수엘라에 역전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었는데, 그 역할을 해내 행복하다"고 덧붙였다.
WBC 3회 우승에 빛나는 '거함'이자 '디펜딩 챔피인' 일본을 꺾었다는 사실은 헤이수스에게도 큰 의미였다. 그는 "일본은 정말 좋은 팀이고 위대한 팀이다. 그런 일본을 우리가 처음으로 이겼다는 사실이 정말 흥분된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이번 대회에서 연일 호투를 펼치며 베네수엘라의 돌풍을 이끌고 있는 헤이수스는 "지금이 당신 커리어 중 최고의 순간인가"라는 질문에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그렇다"고 답하며 인터뷰를 마쳤다.
오마 로페즈 베네수엘라 감독 역시 경기를 마친 뒤 헤이수스에 대해 "마운드에서 정말 훌륭하고 효과적인 투구를 보여줬다. 하지만 그의 소속팀 디트로이트에서 우리에게 허용한 투구 수는 딱 50구뿐이었다. 그 제한만 아니었다면, 그는 7회까지도 충분히 책임져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마이애미의 밤을 베네수엘라의 찬가로 물들인 헤이수스. 그의 '믿음의 투구'가 이제 4강을 넘어 결승 무대를 정조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