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 전부터 끊이지 않았던 미국과 일본에게 유리한 대진 일정과 특혜 논란이 결국 공식 기자회견장에서 질문으로 나왔다. 하지만 미국 국가대표팀 타선의 중심이자 핵심 내야수 브라이스 하퍼(34·필라델피아 필리스)는 당황하지 않았다. 오히려 라이벌 국가의 스타 플레이어를 언급하는 여유로 현장의 날 선 분위기를 잠재웠다.
16일 오전(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 위치한 론디포 파크. 2026 WBC 미국과 도미니카 공화국의 운명의 4강전을 앞두고 열린 기자회견. 이날 현장에서는 이번 대회 대진표가 흥행을 위해 미국과 일본에 유리하게 설계되었다는 일명 '특혜 논란'과 관련해, 미국 대표팀이 타국 팬들에게 '악당(빌런이라는 표현을 사용)'으로 비춰지는 상황에 대한 날카로운 질문이 던져졌다.
실제로 이번 2026 WBC는 미국과 일본이 조별리그 순위와 관계없이 특정 날짜와 장소에서 경기를 치르도록 고정된 '단서 조항'이 알려지며 "특정 국가를 위한 설계"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미국과 일본이 결승에서만 맞붙게 토너먼트를 구성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하퍼는 "악당 역할이라니, 우리 중 누구도 그렇게 생각해 본 적 없다"며 단호하면서도 유쾌하게 입을 뗐다. 그는 "미국식 야구, 도미니카식 야구를 구분 짓는 스토리라인이 흥미롭지만, 결국 아시아 야구도 있고, 라틴 아메리카, 미국 등 다양한 문화가 하나로 모이는 것이 야구의 진정한 가치"라고 강조했다.
특히 하퍼는 라틴 아메리카 특유의 흥 넘치는 야구 스타일을 언급하며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그는 "사실 나는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샌디에이고 파드리스)처럼 춤을 한 자락도 못 추지만, 나 역시 나만의 방식으로 이 게임을 즐기고 있다"며, '악역'이라는 프레임 대신 각국의 문화적 차이를 인정하고 즐기는 것이 우선이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함께 자리한 주장 애런 저지(뉴욕 양키스) 역시 "우리는 선수 각자의 자존심을 문밖에 두고 오직 'USA'라는 글자가 새겨진 유니폼을 위해 뭉쳤다"며 "어떤 분위기 속에서도 우리는 우리가 꿈꾸던 야구를 할 것"이라고 힘을 보탰다.
도미니카 이주민들이 많은 마이애미에서 열리는 경기인 만큼 미국 대표팀은 이날 도미니카 공화국 팬들의 일방적인 응원이 예상되는 가운데, 원정팀으로서의 불리함마저 즐기겠다는 각오다.
특혜 논란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라이벌의 '춤'에 빗댄 재치로 받아넘긴 하퍼. 실력만큼이나 압도적인 그의 여유가 이번 대회 미국 대표팀을 다시 한번 정상으로 이끌 수 있을지 전 세계 야구팬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