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담배로 100억 벌어" 4500원짜리가 호주선 '4만원'...잇단 밀수출

"한국 담배로 100억 벌어" 4500원짜리가 호주선 '4만원'...잇단 밀수출

정진우 기자
2026.03.16 11:09
 편의점에 진열된 담배 모습/사진=뉴시스
편의점에 진열된 담배 모습/사진=뉴시스

국내에서 구매한 담배를 해외로 밀수출해 거액의 차익을 챙긴 사건이 적발되면서 국가 간 담배 가격 차이가 불법 거래를 부추기는 구조적 요인이란 지적이 나온다. 우리나라 담배 가격이 다른 나라에 비해 저렴해 한국산 담배가 해외 밀수 시장의 주요 공급원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16일 관세청 인천세관에 따르면 최근 국내에서 구매한 담배 약 90만갑을 해외로 밀수출해 약 100억 원 상당의 부당 이득을 챙긴 일당이 적발됐다.

조사 결과 피의자 A씨는 과거 호주에서 여행 가이드로 근무하며 현지 담뱃값이 한국보다 약 9배 높다는 점을 파악한 뒤 이를 범행에 활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과 주요 국가 간 담배 가격 격차는 밀수 유인을 키우는 핵심 요인으로 지목된다. OECD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담뱃값은 약 4500원 수준으로 OECD 평균 가격인 약 10달러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반면 호주는 약 4만1000원, 뉴질랜드는 약 3만2000원, 영국은 약 2만5000원 수준으로 가격 차이가 크게 벌어져 있다.

담배는 부피 대비 단가가 높고 수요가 안정적인 품목이기 때문에 가격이 비싼 국가일수록 상대적으로 저렴한 국가의 담배가 밀수 대상이 되는 사례가 많다. 실제로 한국 담배가 해외 불법 유통 시장에서 문제로 언급된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

2023년 부산본부세관은 담배 80만여갑을 특수 제작한 합판 내부에 숨겨 호주로 밀수출하려던 일당을 호주 당국과의 공조 수사를 통해 검거했다. 이들은 호주의 높은 담뱃값을 이용해 약 32억 원 상당의 담배를 밀수출하려 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해외에서도 한국 담배 밀수 사례는 지속적으로 보고된다. 2016년 호주 매체 MHD는 호주 국경수비대 단속 결과를 인용해 한국 담배 밀수 조직이 호주 시장을 주요 대상으로 삼고 있다고 보도했다. 당시 해상 물류를 통해 운송되던 불법 담배 약 400만 개비가 압수된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에서도 유사한 사례가 확인됐다. 2024년 인도 매체 민트는 국산 담배 브랜드 '에쎄'를 인도에서 가장 인기 있는 밀수 담배 브랜드 가운데 하나로 소개했다. 같은 해 인도 세관은 나비뭄바이 자와할랄 네루항에서 중국산 카펫으로 신고된 컨테이너를 적발했는데 내부에서 '에쎄 체인지' 담배 672만 개비가 발견된 것으로 조사됐다.

전문가들은 담배 가격 격차가 커질수록 밀수와 불법 유통 위험이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한다. 특히 한국의 담뱃값은 2015년 인상 이후 약 10년 동안 4500원 수준에 머물러 있어 주요 국가와의 가격 차이가 점차 확대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각에선 담배 가격 정책이 단순한 소비자 가격 문제가 아니라 불법 유통 차단과 시장 질서 유지 측면에서도 검토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청소년 흡연 문제도 저렴한 담배 가격 때문에 심각해지는 측면이 있다"며 "세계보건기구에서도 담배 가격 인상을 흡연율 감소에 효과적인 정책 수단이라고 강조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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