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만 잡아도 쏟아진 '거센 야유'... 인천 물병투척 '악연' 백종범 "제가 받아들여야죠" [인천 현장]

인천=김명석 기자
2026.04.06 05:45
5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인천 유나이티드와 김천 상무의 경기에서 김천 골키퍼 백종범은 인천 팬들에게 거센 야유를 받았다. 이는 약 2년 전 FC서울 소속이던 백종범이 인천 팬들을 향해 승리 세리머니를 펼쳤고, 이에 격분한 인천 팬들이 물병을 투척했던 '악연' 때문이었다. 백종범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인천 팬들의 야유에 대해 "제가 받아들여야 되는 상황이라고 생각한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김천 상무 골키퍼 백종범.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인천 유나이티드와 김천 상무의 하나은행 K리그1 2026 6라운드 맞대결이 열린 5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 후반 시작을 앞두고 인천 서포터스석에서 나온 거센 야유가 경기장을 가득 메웠다. 인천 서포터스석 앞 골문을 지키게 된 김천 골키퍼 백종범(25)이 인천 팬들에게 고개 숙여 인사한 직후 상황이었다.

이후로도 인천 팬들의 야유는 백종범이 공을 잡기만 해도 거칠게 이어졌다. 인천 선수들의 플레이에 대한 팬들의 환호와 백종범을 향한 야유가 뒤섞이기도 했다. 오롯이 '선수 백종범'에게만 향한 인천 팬들의 야유에는 이유가 있었다. 약 2년 전인 지난 2024년 5월, 당시 FC서울 소속이던 백종범과 얽힌 '악연' 때문이다.

원정팀 서울의 2-1 승리를 알리는 종료 휘슬이 울리자, 인천 서포터스석 앞에서 서울 골문을 지키던 백종범은 인천 팬들을 바라보며 승리 세리머니를 했다. 이에 격분한 인천 서포터스석에서는 100개가 넘는 물병이 그라운드로 날아들었다. 인천 팬들이 던진 물병에 당시 서울 소속이던 기성용이 맞기도 했다. K리그에 충격을 안긴 초유의 물병투척 사태였다.

백종범은 당시 경기 직후 "인천 팬들이 손가락 욕설과 심지어 부모님 욕까지 했다"며 승리 후 인천 팬들을 향해 세리머니를 펼친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선수로서 하면 안 되는 행동이었다. 서포터스 쪽을 보고 포효를 했는데 죄송하게 생각한다. 앞으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상벌위원회는 인천 서포터스의 물병투척 사태와 관련해 인천 구단에 제재금 2000만원, 홈경기 응원석 5경기 폐쇄 징계를 내렸다. 또 백종범에게도 '관중에 대한 비신사적 행위'를 이유로 700만원 징계를 줬다. 인천 구단은 물병 투척을 자진 신고한 124명에게 무기한 출입 금지 자체 징계를 내렸다. 그해 인천은 물병투척 사태를 기점으로 성적이 추락하기 시작, 결국 창단 첫 강등의 아픔을 겪기도 했다.

지난 2024년 5월 인천 유나이티드-FC서울전 직후 그라운드를 향해 물병을 던진 인천 팬들. /사진=이원희 기자

이후 백종범은 서울을 떠나 지난해 군 복무를 위해 김천 유니폼을 입었다. 그러나 서울을 떠났어도 '선수 백종범'에 대한 인천 팬들의 앙금은 여전했다. 이날 경기 내내 거친 야유는 물론이고 욕설 구호까지 쏟아졌다. 백종범은 그러나 묵묵히 그라운드를 누비며 제 역할에만 집중했다. 공교롭게도 인천 팬들의 야유가 쏟아졌던 후반전, 백종범이 지킨 김천 골문은 단 한 번도 열리지 않았다.

경기 후 취재진과 마주한 백종범은 경기 내내 인천 팬들의 쏟아진 야유에 대해 "제가 받아들여야 되는 상황이라고 생각한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그는 "인천 팬분들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저는 잘 모르겠지만, 저는 선수로서 그냥 제가 할 것만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백종범은 "서운하기보다는 어떻게 보면 제가 인천 팬분들의 미움을 산 행동도 있었다. 그래서 제가 받아들여야 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야유 때문에 경기력이 떨어졌다고 생각은 하지 않는다. 앞으로도 받아들여야 되는 것 같다"고 밝혔다.

인천 팬들의 거친 야유에도 불구하고 경기 전후로 인사를 건넨 것에 대해서는 선수로서 루틴의 일환으로만 설명했다. 백종범은 경기 내내 거센 야유를 받고도, 경기가 종료되자 다시 한번 인천 서포터스를 향해 고개 숙여 인사하는 모습이었다.

백종범은 "모든 경기장에서 상대 팬분들께 인사를 한다. 경기가 끝난 뒤에도 인사를 드리는 게 맞다고 생각해서, 그 루틴을 지키면서 하고 있다"면서 "그렇다고 제가 (인천 팬들의 야유를) 끊을 수 있는 것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제가 할 수 있는 것만 열심히 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5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인천 유나이티드전 직후 취재진과 만난 김천 상무 백종범. /사진=김명석 기자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