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인환 기자] 방향은 있었다. 하지만 결과가 따라오지 않는다. 핵심은 분명하다. 백스리의 시작은 홍명보 감독이 아닌, 주앙 아로소 수석코치의 설계였다.
아르소 한국 대표팀 수석 코치는 6일(한국시간) 포르투갈 매체 ‘볼라나 헤데’와의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대표팀에서 입지와 임무에 대해 말했다.
전술 도입의 주도권이 외국인 코치에게 있었다는 점에서, 지금의 부진은 단순한 결과 문제가 아닌 구조적 문제로 이어진다.
대한축구협회는 홍명보 감독 선임 당시부터 ‘외국인 전술 보강’이라는 명확한 방향을 제시했다. 세계 축구 트렌드를 반영하겠다는 명분이었다.
그 결과가 아로소 체제다. 그는 훈련과 경기 운영 전반을 총괄하는 실질적 전술 책임자로 자리 잡았다. 단순 보좌가 아닌, 설계자였다.
아로소는 인터뷰에서 자신의 역할을 숨기지 않았다. 직접 코칭스태프를 구성했고, 분석관까지 데려왔다. 이후 성과에 대한 피드백을 받으며 추가 스태프 구성 권한까지 확보했다. 대표팀 내부 구조 자체가 ‘외국인 전술 총괄’ 중심으로 재편된 셈이다.
문제는 그 결과다. 백스리는 명확한 의도를 갖고 출발했다. 수비 시 4-4-2 압박 구조, 공격 시 3-2-5 전개. 손흥민을 좌측에 고정하고, 이강인을 중앙으로 끌어들이는 비대칭 구조까지 설계됐다. 이론적으로는 현대 축구 흐름과 맞닿아 있다.
하지만 실전은 달랐다. 수비 안정은 확보되지 않았고, 공격 전개는 단절됐다. 특히 강팀을 상대로 수비 숫자를 늘리기 위해 선택한 ‘5백 전환’은 오히려 라인 간격을 벌리며 중원 장악력까지 잃게 만들었다. 압박은 느슨했고, 전환 속도는 늦었다.
아로소는 “강호들은 공격 시 5~6명을 투입하기 때문에 수비 숫자를 늘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논리는 맞다. 그러나 실행은 완성되지 않았다. 숫자를 늘리는 것과 조직을 완성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현재 대표팀은 그 간극을 전혀 메우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부 기조는 유지된다. 아로소는 “백포와 백스리를 모두 활용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강조했다. 유연성을 내세웠지만, 현실에서는 정체성 혼란으로 이어지고 있다. 하나의 완성된 시스템 없이 선택지만 늘어난 구조다.
월드컵은 두 달 앞으로 다가왔다. 목표는 현실적으로 32강, 내부적으로는 16강 이상이다. 홍명보 감독은 부임 당시 8강을 언급했다. 하지만 지금 흐름이라면 목표 자체가 공허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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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아로소 SNS 캡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