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주앙 아로소 수석코치가 포르투갈 현지 매체와 진행한 인터뷰가 국내외에서 큰 파문을 일으킨 끝에 결국 삭제됐다. 아로소 수석코치가 자신을 실질적인 전술 책임자로 묘사하며 홍명보 감독의 역할을 축소하는 듯한 발언이 논란이 되자, 본인이 직접 진화에 나선 데 이어 기사 자체를 내리는 강수를 둔 것으로 보인다.
앞서 포르투갈 매체 '볼라 나 헤데'는 지난달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월드컵을 준비하는 아로소 수석코치와 단독 인터뷰를 게재했다.
아로소 수석코치는 지난 2024년 7월 홍명보호 출범 당시 대한축구협회가 세계 축구 흐름 파악과 전술 시너지를 위해 영입한 인물이다. 현재 대표팀 내 포르투갈 출신 코칭스태프 4인을 이끄는 핵심 조력자다.
해당 매체 보도에 따르면 아로소 수석코치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합류 배경과 현 대표팀의 스리백 변화 내용까지 자세히 소개했다. 아로소 수석코치는 "대한축구협회는 상징적인 구심점 역할을 할 한국인 감독과 훈련 및 경기 준비를 체계화할 유럽인 코치를 찾고 있었다"며 "처음에는 한국 제안을 거절했지만, 협회 측이 포르투갈까지 찾아오는 열정을 보여 합류를 결심했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역할 분담에 관한 구체적인 표현이었다. 아로소 수석코치는 "축구협회가 내게 기대한 것은 현장 감독이었다"며 "홍명보 감독은 프로젝트의 중심인물이지만, 협회는 실질적으로 훈련을 조직하고 경기 플랜을 세울 사람을 원했다"며 티아고 마이아 분석관을 시작으로 피지컬·골키퍼 코치까지 모두 본인이 추천한 인물들로 코칭스태프를 구성했음을 시사했다.
이러한 내용이 국내에 알려지자 축구계 안팎에서는 홍명보 감독이 실권 없는 얼굴마담에 불과하고, 전술과 코칭의 실질적인 주도권은 아로소 수석코치에게 있는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거세게 일었다.
파장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자 아로소 수석코치는 해당 인터뷰를 지난 5일 개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즉각 수습에 나섰다. 그는 "홍명보 감독 지휘 아래 한국 대표팀에서 함께하게 돼 영광이다. 홍명보 감독은 흔치 않은 역량과 헌신적인 자세를 지닌 지도자"라며 "월드컵 성적을 위해 감독님을 지원하며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 역시 "아로소 수석코치가 현장 감독 등 논란이 된 표현을 일절 하지 않았으며, 코칭스태프 각자의 역할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오해가 생긴 것이라고 해명했다"고 전했다.
이어 "아로소 수석코치가 논란의 중심이 된 해당 인터뷰 기사에 대해 매체 측에 직접 삭제를 요청했다"고 확인했다. 현재 해당 매체에서 아로소 수석코치의 인터뷰 기사는 찾아볼 수 없는 상태다.
삭제된 인터뷰에는 대표팀의 전술적 비전도 상세히 담겨 있었다. 아로소 수석코치는 최근 의문부호가 붙었던 스리백 전술에 대해 "월드컵 강팀들을 상대로 포백으로만 버티는 것은 어렵다"며 "홍명보 감독과 논의 끝에 수비 시 파이브백으로 전환하는 3-4-3 포메이션을 도입했다"고 밝혔다.
특히 아로소 수석코치는 지난 9월 미국·멕시코 원정 2연전(미국전 2-0 승·멕시코전 2-2 무)에서 거둔 성과를 바탕으로 "이제 한국은 포백과 스리백 등 어떤 구조에서도 압박과 빌드업을 소화할 준비가 됐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현실적인 목표치에 대해서는 냉정한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아로소 수석코치는 "한국 대표팀의 월드컵 1차 목표는 조별리그 통과"라며 "홍명보호에는 세계 최고 수준의 선수들도 있지만, 낮은 수준의 리그에서 뛰는 선수들도 섞여 있어 전원이 최상위권인 포르투갈 등과 비교하기는 어렵다"고 꼽았다.
유럽파 선수들을 밀착 관리하며 포르투갈과 한국을 오가고 있는 아로소 수석코치는 이번 인터뷰 삭제를 기점으로 내부 결속을 다지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