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 히어로즈 우완 투수 배동현(28)이 2차 드래프트 성공 신화의 서막을 알렸다. 지난 2025시즌을 마친 뒤 한화 이글스의 35인 보호선수 명단에서 제외되는 아픔을 겪었지만, 이적 후 보란 듯이 잠재력을 만개하며 팀의 새로운 에이스급 활약을 펼치고 있다. 어느새 3승을 거두며 이번 시즌 KBO 리그 최다승 선두에 등극했다.
키움은 12일 서울 구로구에 위치한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6 신한 SOL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홈 경기서 2-0으로 승리했다. 1회와 3회 각각 1점씩 낸 뒤 마운드의 높이로 롯데 타선을 제압했다. 이로써 키움은 3연패의 사슬을 끊어내는 동시에 주말 3연전 스윕패 위기에서 탈출하며 기분 좋게 한 주를 마무리했다.
이날 경기는 '에이스' 안우진(27)의 선발 복귀전으로 큰 화제를 모았다. 2023년 8월 31일 이후 955일 만에 마운드에 선 안우진은 직구 최고 구속이 시속 160km가 찍히는 모습으로 1이닝 무실점으로 복귀 신호탄을 쐈다. 하지만 안우진이 물러난 뒤 마운드를 책임지며 승리를 견인한 '진정한 주인공'은 2번째 투수 배동현이었다.
안우진에 이어 2회부터 등판한 배동현은 7회까지 6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직구 최고 구속은 148km를 찍었으며, 단 78구로 6이닝을 정리하는 경제적인 투구를 선보였다. 선발 등판은 아니었지만 사실상 '퀄리티 스타트(6이닝 3자책 이하)'를 기록하며 롯데 타선을 무력화시켰다.
이날 승리로 배동현은 벌써 시즌 3승째를 챙겼다. 지난 1일 인천 SSG 원정 경기(5이닝 무실점), 7일 잠실 두산전(5⅓이닝 2실점)에 이어 파죽의 3연승이다. 시즌 평균자책점은 경기 전 2.61에서 1.65까지 끌어내렸다.
그야말로 초대박이다. 경기고-한일장신대 출신인 배동현은 2021 신인 드래프트 5라운드 42순위에 한화 지명을 받으며 프로 무대에 발을 들였다. 2021 데뷔 시즌부터 1군 기회를 받은 배동현은 20경기에 나서 1승 3패 평균자책점 4.50의 기록을 남겼다. 이후 상무 야구단으로 군 복무를 마쳤지만, 한화 투수진에 배동현의 자리는 없었다.
결국 2025년 11월 열린 2차 드래프트 3라운드에서 키움의 호명을 받았다. 다르게 말하면 배동현은 한화가 보호하려는 35인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한 것이다. 하지만 배동현은 어느새 이번 시즌 다승 공동 선두에 올랐다. 3승을 거둔 KT 위즈 케일럽 보쉴리(33), KIA 타이거즈 아담 올러(32) 등 준수한 선발 투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 것이다.
경기 후 배동현은 "팀 연패를 끊을 수 있어서 기쁘다. (안)우진이가 선발로 1이닝을 던졌는데 좋아하는 동생의 뒤를 지켜주고 싶었다. 마침 리드를 잡은 상황에서 등판해 팀의 승리를 위해 집중해서 투구한 것이 주효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개인 최다 이닝을 소화할 수 있어 기쁘다. 6이닝째 소화할 때 기록이 의식되긴 했지만, 최대한 타자들과 승부에 집중하며 던졌다"며 "어쩌다 보니 팀의 연패를 계속 끊고 있는데, 나로 인해 팀에 승리를 선사할 수 있어 기쁘고 다음에는 연승을 잇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선발 등판은 아니었지만, 준비 과정에 문제는 없었다. 배동현은 "선발로 준비할 때와 두 번째 투수로 준비할 때의 차이가 있었지만 크게 의식하지 않으려 했다. 오늘은 우진이의 복귀전인 만큼 뒤를 지켜주겠다는 생각뿐이었다"며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