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환(36·LG 트윈스)이 살아나자 팀도 무서운 상승세를 탔다. 팀만 생각하는 베테랑은 마흔이 넘도록 오래 LG를 지키고 싶다는 생각을 나타냈다.
오지환은 12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SSG 랜더스와 2026 신한 SOL KBO리그 홈경기에 5번 타자 유격수로 선발 출전해 4타수 3안타 2득점 맹타를 휘두르며 팀의 9-1 대승을 이끌었다.
시즌 초반 6경기에서 단 1안타에 그쳤던 오지환은 이후 6경기에서 타율 0.520(25타수 13안타)로 팀 타선을 이끌었고 LG는 7연승을 달리며 9승 4패, 공동 선두 자리를 굳게 지키고 있다.
2009년 1차 지명으로 트윈스 유니폼을 입은 오지환은 18시즌째 LG를 지키고 있는 프랜차이즈 스타다. 빼어난 수비와 결정적인 순간 터뜨리는 한 방 등으로 리그 최고 수준의 유격수로 평가받으며 LG의 보물로 평가받고 있지만 올 시즌 만큼 타격감이 좋았던 적은 없었다.
연승을 시작하고도 첫 4경기에선 모두 2점 차 이내 박빙의 혈투가 이어졌지만 오지환을 중심으로 타격이 살아나며 최근 3경기에선 23점을 폭발하며 타선도 덩달아 살아나며 여유 있게 경기를 운영하며 연승 행진을 늘려나가게 됐다.
이날도 오지환은 4,5,6회 3안타를 몰아쳤고 LG는 4회 2점, 5회 5점을 내며 일찌감치 승기를 잡을 수 있었다. 시즌 초반 부침에도 어느덧 타율은 0.333(42타수 14안타)까지 상승했고 무시무시한 득점권 타율 0.583을 기록하며 12타점을 쓸어 담고 있다. 단연 팀 내 타점 1위다.
경기 후 염경엽 감독은 "추가점이 필요한 상황에서 오지환의 좋은 컨택트 플레이 스타트로 추가 득점이 만들어졌다"며 "오지환이 3안타로 전체적인 타선을 이끌었다"고 칭찬했다.
오지환은 "저는 항상 팀이 먼저다. 승리에 일조를 했다는 느낌이 들어서 다행인 것 같다"며 "최근에 연승을 달리면서도 1~2점 차 승부가 많았는데 그럴 때마다 선수들이 뭔가 해내려고 하는 것들로 잘 뭉쳤던 것 같다. 그런 게 영향력이 있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있다. 한 두 점 차 내의 경기를 역전하고 분위기를 가져옴으로써 다음날 경기를 했을 때에도 그런 기분이 이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페이스가 너무 좋다. 신예 시절부터 꾸준히 주전으로 활약해오고 있지만 타격에서 커리어하이는 타율 0.300(2020년)이었는데 올 시즌엔 초반부터 맹렬한 타격으로 팀 타선을 이끌고 있다.
오지환은 기술적인 부분보다는 심리적인 안정에서 비결을 찾았다. "감독님을 4년째 보고 있는데 예전에는 좀 안 좋았다. 한 타석, 한 타석 빼는 게 '왜 나를 빼지?'라는 의혹도 들고 '혹시나를 못 믿으시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도 있었다"면서 "시즌을 치르기 전에 감독님과 대화를 나눌 때 '나는 똑같이 할 것이다. 안 좋으면 한 타석, 한 타석 아껴서 더 좋은 컨디션을 맞이했을 때 안타 하나를 더 칠 수 있고 그렇게 분위기 전환을 할 수 있게끔 만들어 줄테니 절대 오해하지 마라'라고 하셨고 그래서 제가 6회에 빠졌을 때에도 정말 흔쾌히 안 좋은 걸 인정하고 (이)재원이가 잘 치길 바랐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다 보니까 마음이 편했다. 한 타석, 한 타석 줄이다 보니까 다른 선수들이 안 좋다고 했을 때는 30타석이 넘었는데 저는 20타석 밖에 안 돼 있더라. 그러니까 언제든지 반등이 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게 맞아떨어졌다. 그래서 감독님께 감사하다"고 전했다.
부진한 상황에서 타석에 많이 들어갈 경우 수치는 더 안 좋아지고 이를 만회하기 위해선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한데, 부진할 때 쉬게해주는 염 감독의 배려로 인해 더욱 빠르게 반등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4회 2루타를 때려내며 KBO리그 역대 21번째 2루타 350개 기록을 세웠다. 그러나 오지환은 "별 감정은 없었다. 계속 진행형이기에 아직 저에겐 큰 의미가 없는 것 같다"면서 "욕심나는 것 중에 하나는 LG에서 제일 많이 뛴 선수로 기억될 수 있으면 좋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형우(43)를 비롯해 강민호(41·이상 삼성), 노경은(42·SSG) 등 마흔을 훌쩍 넘긴 선수들이 여전히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오지환도 "유격수만 고집한다면 그래도 41살까지는 뛸 수 있을 것 같다. 유격수로 오래 뛰면 좋을 것 같다"며 "아직까지 밀린다는 생각은 안 든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2019시즌을 마친 뒤 4년 40억원이라는 아쉬운 금액에 계약을 맺었지만 2023년 팀을 정상에 올려놓으며 2년 연속 유격수 골든글러브와 KBO 수비상까지 수상한 뒤 두 번째 자유계약선수(FA)로 6년 최대 124억원에 사인했다. 남은 기간을 다 채우면 40세 시즌을 앞두고 다시 FA 자격을 얻게 된다.
한 번 더 계약을 맺을 수 있겠다는 질문에 "마음은 그러고 싶다"고 '종신 LG'로 커리어를 마치고 싶다는 뜻을 조심스럽게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