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클 오해? "늦은 타임 요청, 저의 잘못" 쿨하게 인정한 20세 인성 보소→'류현진 평정심' 판박이 '은근히 얼굴도 비슷하네'

잠실=김우종 기자
2026.04.27 11:23
두산 베어스의 박준순 선수가 LG 트윈스와의 경기에서 연장 10회말 끝내기 안타를 쳐 팀의 3연패 탈출을 이끌었다. 그는 이 안타로 베어스 구단 역대 최연소 끝내기 안타 기록을 세웠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박준순은 침착한 태도와 넓은 마인드를 보여주며 류현진에 비견되는 평정심을 드러냈다.
박준순(가운데 52번)이 26일 잠실 LG 트윈스전에서 연장 10회말 끝내기 안타를 터트린 뒤 동료들로부터 축하 인사를 받고 있다.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박준순(가운데 52번)이 26일 잠실 LG 트윈스전에서 연장 10회말 끝내기 안타를 터트린 뒤 인터뷰에 임하고 있다.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26일 서울 잠실구장. LG 트윈스와 두산 베어스가 3-3으로 팽팽히 맞선 연장 10회말. LG는 함덕주를 내리고 '프로 2년 차' 박시원을 올렸다. 선두타자는 박찬호. 볼카운트 0-1에서 2구째 속구(150km)를 공략, 우전 안타로 출루했다. 다음 타자는 외국인 타자 카메론. 여기서 두산 벤치가 움직였다. 대타 박지훈의 투입. 그리고 희생번트를 초구에 깔끔하게 성공시키며 1사 2루 기회를 만들었다.

다음 타자는 '20세' 박준순. 인상적인 장면은 이때 나왔다. 초구 134km 슬라이더가 몸쪽으로 향한 뒤 뚝 떨어졌다. 소위 말하는 '덮밥 프레이밍(포수 미트로 덮어버리는 듯이 잡는 프레이밍)'이 나왔는데, 스트라이크가 선언됐다. 낮은 코스의 스트라이크 존에 살짝 걸친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통상적으로 대부분의 타자는 이런 프레이밍으로 스트라이크가 선언되면 큰 아쉬움을 표현하기 일쑤다. 내심 ABS(자동 스트라이크 볼 판정 시스템)에 불만을 드러내는 제스처로 읽히기도 한다. 그런데 박준순은 전혀 그런 게 없었다. 마치 스트라이크가 당연하다는 듯이 미동도 하지 않은 채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모습이었다. 어떤 흔들림도 보이지 않는, 그의 평정심이 고스란히 느껴진 장면. 마치 한국 야구의 살아있는 레전드 류현진의 포커페이스를 보는 듯했다. 그러고 보니 얼굴도 살짝 닮은 듯하다.

2구째. 비슷한 코스로 재차 슬라이더가 들어오자 박준순의 배트가 헛돌아갔다. 볼이었지만 비슷한 코스로 공이 오자 배트를 휘둘렀다. 순식간에 0-2의 불리한 볼카운트에 몰린 박준순. 그러나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그 어느 때보다 최고의 집중력을 발휘하는 모습이었다. 3구째는 파울. 4구째는 볼. 5구째와 6구째 모두 파울. 149km에 달하는 속구를 계속 커트한 박준순이었다. 결국 7구째. 한가운데로 몰린 커브(129km)를 공략, 타구는 슬라이딩 캐치를 시도한 3루수를 맞은 뒤 외야 쪽으로 굴절됐다. 이 사이 2루 주자 박찬호가 3루를 돌아 홈을 밟았다. 두산이 박준순의 끝내기 안타에 힘입어 마침내 3연패 늪에서 탈출한 순간이었다.

이 끝내기 안타로 박준순은 베어스 구단 역대 최연소(19세 9개월 13일) 끝내기 안타의 주인공이 됐다. 종전 기록은 나주환(2004년 6월 8일 잠실 SK전, 19세 11개월 25일)이 갖고 있었으며, 리그 전체 최연소 끝내기 안타 기록은 최정(2005년 8월 27일 문학 삼성전, 18세 5개월 30일)이 보유하고 있다.

경기 후 취재진과 인터뷰에 임한 박준순은 "팀이 연패서 탈출해 매우 기쁘다. 또 (박)찬호 선배님이 열심히 달려주셨기에 끝내기를 칠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 상대 투수의 볼이 빨라 타이밍을 계속 앞쪽에 두고 쳤다. 초구 스트라이크가 들어온 뒤 평소보다 배트를 짧게 잡고, 중심에 맞춘다는 생각으로 쳤다. 배트에 맞자마자 잘 맞았다고 생각했는데, 다행히 굴절되면서 여유롭게 찬호 선배님이 들어올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입을 열었다.

박준순(가운데 52번)이 26일 잠실 LG 트윈스전에서 연장 10회말 끝내기 안타를 터트린 뒤 기뻐하고 있다.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박준순(가운데 52번)이 26일 잠실 LG 트윈스전에서 연장 10회말 끝내기 안타를 터트린 뒤 동료들로부터 축하 인사를 받고 있다.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이어 초구 스트라이크 당시 '덮밥 프레이밍'에도 침착함을 유지했던 장면에 관해 "아쉬워해봤자 어차피 스트라이크인데, 빨리 잊고 그냥 다음 승부에 더 집중했던 것 같다"고 담담하게 이야기했다. 20세의 인터뷰가 아닌, 마치 40세 베테랑의 마인드를 보는 듯한 답변이었다.

박시원 역시 박준순과 마찬가지로 프로 2년 차(2025 LG 6라운드 60순위). 2스트라이크 후 3구째를 던지기에 앞서 박준순이 다소 뒤늦게 타임을 요청, 타석에서 빠지기도 했다. 그러자 박시원이 투구 동작을 멈추지 않고 공을 그대로 던졌는데, 그만 몸쪽으로 향하고 말았다. 자칫 벤치클리어링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오해를 살 수도 있었던 장면. 그러나 박준순은 "타임을 좀 늦게 부른 저의 잘못이기도 하고, 투수 입장에서는 그렇게 안 던지면 부상 위험도 있다. 어차피 안 맞았으니까 괜찮다"며 역시 큰 마인드를 보여줬다.

지난 시즌 91경기에 출장해 24개의 실책을 범한 박준순. 올 시즌에는 23경기서 3개의 실책을 기록 중이다. 그는 "이제 수비에서 좀 자신감이 많이 생겼다. 딱히 불안하거나 뭐 그런 건 없다. 재미있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박준순은 2025 KBO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6순위로 두산의 유니폼을 입었다. 입단 계약금은 2억 6000만원. 2009 신인 드래프트 2차 1라운드 전체 7순위로 뽑은 허경민(현 KT 위즈) 이후 두산이 드래프트 1라운드에서 무려 16년 만에 뽑은 내야수였다. 지명 당시 김태룡 두산 단장은 "두산 내야수로서 20년가량 내야 한 축을 맡아줄 선수로 판단했다. 5툴에 걸맞은 올해 최고의 내야수"라고 치켜세웠다. 2024년에는 '2024 퓨처스 스타대상'의 야구 부문 스타상을 수상하기도 한 박준순. 범상치 않은 실력은 물론, 정신력까지. 올 시즌 그를 향한 두산 팬들의 기대감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윤태호(왼쪽)과 박준순.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박준순(가운데 52번)이 26일 잠실 LG 트윈스전에서 연장 10회말 끝내기 안타를 터트린 뒤 단상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