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30일 두산 8-5 삼성 (잠실)
5-5로 맞선 8회말 두산 베어스의 공격. 2사 만루에서 박준순(20)이 타석에 들어섰다.
삼성 마운드에는 김태훈(34)이 있었다. 8회부터 나온 그는 선두 박지훈에게 내야 안타를 맞더니 정수빈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주고 카메론도 볼카운트 1-1에서 볼 3개를 연달아 던져 볼넷으로 출루시키는 등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박준순에게 던진 초구 슬라이더 역시 원 바운드로 떨어지는 볼이었다. 박준순은 타격 자세를 가다듬고 2구째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때 돌연 삼성 더그아웃에서 최일언 투수코치가 걸어 나왔다. 그는 구심에게서 새 공을 건네받더니 마운드에 있는 김태훈의 엉덩이께를 툭 쳤다. 볼카운트 1-0에서 이례적인 투수 교체였다.
박준순은 두산 타자들 중 시즌 타율(0.365)이 가장 높고 이날도 이미 2개의 안타를 때려내고 있었다. 결승타 역시 전날까지 5개로 리그 전체 1위일 정도로 찬스에 강한 모습을 보였다. 삼성 벤치로서는 김태훈의 컨디션이 이 위기를 막아내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였다.
바뀐 투수는 김재윤(36). 올 시즌 4세이브(1승 1패)를 따낸 팀 마무리였다. 그러나 지난 22일 SSG 랜더스전에서 ⅓이닝 1피안타 2볼넷 2실점으로 패전 투수가 되는 등 최근 3경기 연속 안타를 내주며 불안감을 노출했다.
이틀 전인 28일 두산전에서도 3-1로 앞선 9회말 1사 만루에 등판해 카메론에게 동점 2타점 좌전 안타를 허용했다. 그러나 곧이어 상대한 박준순은 3구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이런 이유들 때문에 타석 도중 갑작스레 김재윤을 마운드에 올린 것으로 해석됐다.
삼성의 승부수는 결과적으로 돌이킬 수 없는 재앙으로 돌아왔다. 김재윤은 박준순에게 첫 공으로 가운데 약간 낮은 시속 144㎞ 직구를 던져 헛스윙을 이끌어냈다. 그 다음 공 역시 비슷한 코스로 144㎞ 직구를 뿌렸다.
박준순은 두 번 당하지 않았다. 배트에 정확히 맞은 공은 좌중간 깊숙한 곳으로 날아갔다. 삼성 중견수 박승규가 달려가 글러브를 내밀었지만 미치지 못했다. 공이 담장까지 굴러가는 사이 주자 3명이 모두 홈을 밟았다. 싹쓸이 3타점 결승 2루타였다.
김재윤은 후속 양의지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주고 김민석을 삼진으로 잡아 추가 실점하지 않았으나 이미 승부와 분위기는 기운 뒤였다.
1-5로 뒤지던 경기를 5-5 동점까지 만들었던 삼성은 박준순의 결정적인 한 방 때문에 다시 2연패에 빠졌다. 4위는 유지했으나 공동 5위 NC 다이노스와 KIA 타이거즈에 0.5게임 차로 쫓겼다. 시즌 성적 13승 1무 13패로 승률 5할 유지도 위태로운 처지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