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는게 없어" 민사 사건 10건 중 9건 '나홀로 소송'...변호사 대신 AI?

"남는게 없어" 민사 사건 10건 중 9건 '나홀로 소송'...변호사 대신 AI?

이혜수 기자, 오석진 기자, 양윤우 기자, 정진솔 기자
2026.05.01 07:50

[기획]뉴노멀 '나홀로 소송'①

[편집자주] '변호사 없는 '나홀로 소송'이 늘어나고 있다. 소액 민사사건은 변호사 비용이라는 '배꼽'이 소송을 통해 얻는 이익인 '배'보다 더 커서다. 특히 AI(인공지능) 활용도가 커지면 나홀로 소송은 더욱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나홀로 소송의 현 주소와 변호사 조력은 정말 필요 없는지 되돌아봤다.
사진=AI 생성 이미지
사진=AI 생성 이미지

대한민국 민사 법정에서 변호사를 찾아보기가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 경제적 부담 등을 이유로 변호사를 선임하지 않고 직접 소송을 진행하는 사례가 많아서다. 최근 AI(인공지능) 사용이 급증하면서 앞으로 변호사 없는 '나홀로 소송'은 더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1일 대법원이 펴낸 2025 사법연감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24년까지 민사 사건에서 변호사를 미선임한 비율은 평균 약 70%에 달했다. 전체 민사 사건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소액 사건에서의 나홀로 소송 비율은 평균 약 80%로 더 높았다. 특히 2024년 전체 민사 사건 78만6085건 중 어느 한 쪽이라도 변호사를 선임하지 않은 사건은 70만5567건으로 나타났다. 비율로 따지면 약 90%에 이른다.

나홀로 소송 비율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이유로 가장 먼저 변호사 비용 문제가 꼽힌다. 소송 가액이 3000만원 이하로 낮은 민사 소액 사건의 경우 변호사를 선임해 수임료 등을 내고 나면 남는 것이 없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또 전자소송 시스템의 보편화로 집에서 소장을 접수하고 재판 진행 상황을 확인할 수 있는 변화도 영향을 미쳤다.

향후 나홀로 소송은 더 늘 수밖에 없다는 것이 법조계의 중론이다. AI 사용이 보편화하고 있어서다. 실제 나홀로 소송을 하고 있는 당사자들은 예외 없이 AI를 활용해 재판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법 한 민사 소액 법정에서 만난 A씨는 "변호사를 찾아가려니 비용이 부담됐는데 AI가 서류 작성 방법을 다 알려줬다. 소장 초안 작성부터 소송 준비까지 AI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했다.

나홀로 소송의 증가는 한국에서만 두드러지는 현상이 아니다. 소송 당사자 본인이 직접 소송 행위를 하는 것을 금지하고 반드시 변호사에게 소송 행위를 대리하게 하는 '변호사 강제주의'가 도입되지 않은 나라에서는 나홀로 소송이 많은 편이다.

대표적으로 미국인데 미국주법원센터(NCSC)에 따르면 2012~2013년 주법원 민사사건의 76%가 변호사 선임 없이 직접 소송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미국 역시 최근 AI를 활용해 법원에 서류를 제출하는 소송 당사자들이 늘어났다.

나홀로 소송에 대한 법조계 평가는 엇갈린다. 먼저 사법 접근성이 높아졌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있다. 재판받을 권리를 헌법상 기본권 중 하나지만 일반인들이 접근하기엔 어려움이 많았다. 하지만 AI가 소장이나 준비서면 초안을 작성해 주면서 법의 문턱이 낮아지고 있다.

반면 나홀로 소송에서 AI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사법 행정력 낭비가 심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도 공존한다. 앞서 미국 연방항소법원은 나홀로 소송을 진행하면서 AI를 활용할 때 발생하는 '환각 효과'(할루시네이션)에 대해 우려를 표한 바 있다.

법적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AI를 사용하는 것이 위험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재경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법적 지식을 가진 전문가가 AI를 활용하면 득이 되겠지만 전문 지식이 없는 일반인이 사용하면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혜수 기자

안녕하세요. 사회부 이혜수 기자입니다.

오석진 기자

안녕하세요. 사회부 오석진 기자입니다.

양윤우 기자

안녕하세요. 사회부 양윤우 기자입니다.

정진솔 기자

안녕하세요. 사회부 정진솔 기자입니다.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