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이래서 철인인가! 1668일 동안 1G도 안 쉰 LG 캡틴, 5시간 5분 대혈투 '직접' 끝냈다 "옆구리 안 좋았는데..."

대전=김동윤 기자
2026.05.09 07:24
LG 트윈스 캡틴 박해민이 8일 한화 이글스와의 경기에서 부상 징후에도 불구하고 결승타를 쳐 5시간 5분에 달하는 혈투를 끝냈다. 박해민은 이날 623경기 연속 출장 기록을 이어가며 KBO 리그 해당 부문 단독 2위에 올랐다. 그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등과 옆구리가 좋지 않아 번트 모션을 취하며 빠른 공을 유도했다고 밝혔다.
2026 신한 SOL KBO리그 LG 트윈스 대 두산 베어스 경기가 5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LG 박해민이 7회말 1사 1,2루에서 역전 1타점 적시타를 날리고 출루한 후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과연 KBO 리그를 대표하는 철인(鐵人)다웠다. LG 트윈스 캡틴 박해민(36)이 부상 징후에도 끝내 결승타를 치며 5시간 5분에 달하는 혈투를 끝냈다.

박해민은 8일 대전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2026 신한 SOL KBO리그 정규시즌 한화 이글스와 방문경기에서 7번 타자 및 중견수로 선발 출장해 4타수 2안타 1타점 1볼넷 2도루 1득점으로 LG의 9-8 승리에 크게 기여했다.

이날은 박해민에게 특별한 날이었다. 삼성 라이온즈 소속이던 2021년 10월 13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부터 이 경기까지 623경기 연속 출장 기록을 이어가면서 해당 부문 단독 2위가 됐다. 무려 1668일 동안 한 경기도 결장하지 않은 것으로, 공동 2위였던 김형석(당시 OB 베어스)이 1989년부터 1994년까지 달성한 622경기 연속 출장 기록을 뛰어넘었다.

그렇게 기념비적인 경기가 심상치 않았다. 양 팀 선발이 일찌감치 5회도 못 버티고 무너지더니 32안타, 12사사구, 17점을 주고받는 난타전이 5시간 넘게 이어졌다. 올해 최장 시간 경기임은 물론이고 전년도를 포함해도 5시간 넘게 이어진 게임은 없었다.

난타전 속에서도 박해민은 공·수에서 빛났다. 대전 유명 빵집 출입 금지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의 뛰어난 중견수 수비는 물론이고 타석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박해민은 2회초 무사 1, 2루 첫 타석에서 기습적인 번트로 너무나 쉽게 진루타에 성공했다. 박해민이 만든 1사 2, 3루에서 이재원이 우익수 뜬공 타구를 날리면서 LG는 가볍게 선취점을 뽑았다.

2026 신한 SOL KBO리그 LG 트윈스 대 두산 베어스 경기가 7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LG 박해민이 8회말 1사 1,3루에서 1타점 내야안타를 날리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볼넷으로 출루한 4회초 두 번째 타석도 빠른 발이 빛났다. 박해민은 이재원의 좌전 1타점 적시타 때 2루, 이주헌의 볼넷 때 3루를 밟았다. 뒤이은 홍창기의 타석에서 박해민은 상대 투수(권민규)가 2루 견제를 하는 틈을 타, 재빠르게 홈을 훔치면서 LG에 추가점을 안겼다. 이 홈스틸은 박해민의 시즌 10번째 도루였는데, 2014년 36도루로 첫 두 자릿수 스틸에 성공한 후 13년 연속이다. 13시즌 연속 10도루는 KBO리그에서도 박해민 포함 단 10명밖에 없었다.

박해민은 7회초 투수 조동욱을 맞고 튕긴 안타로 출루했고 또 한 번 2루를 훔쳐 시즌 11호째를 달성했다. 그리고 마침내 마지막 타석에서 집중력이 빛을 발했다. 양 팀이 8-8로 맞선 연장 11회초 오스틴 딘과 오지환의 연속 안타로 1사 2, 3루 찬스가 됐다. 구본혁의 타구를 한화 3루수 노시환이 잡아 빠르게 홈 송구하며 3루 주자 이영빈을 아웃시켜 찬물을 끼얹었다.

이때 베테랑 박해민의 재치가 빛났다. 박해민은 이민우를 상대로 초구에 갑작스레 번트 모션을 취했다. 충분히 빠른 발을 지난 박해민이기에 한화 내야는 기습 번트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박해민은 카운트를 잡기 위해 들어오는 하이 패스트볼을 그대로 밀어 쳤고 좌전 1타점 적시타가 됐다. 예상대로 경험을 살린 작전이었다.

2026 신한 SOL KBO리그 LG 트윈스 대 KIA 타이거즈 경기가 2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LG 7회말 1사 1루에서 1루주자 박해민이 홍창기 타석 때 2루 도루에 이어 공이 빠지는 틈을 타 3루까지 진루한 후 정수성 코치의 환영을 받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경기 후 박해민은 "전 타석에서 스윙 이후 등과 옆구리가 좋지 않았다. 그래서 다음 타석에 들어섰을 때 번트 모션을 일부러 보여줬다"고 말했다. 이어 "빠른 공이 오기를 기다렸다. 빠른 공 타이밍으로 찬스가 왔기 때문에 자신 있게 휘두른 것이 좋은 결과가 있었던 것 같다"고 칭찬했다.

지난해 LG를 우승으로 이끈 캡틴으로서 연장에 접어든 후에는 의외로 따로 말은 하지 않았다고. 박해민은 "연장전에 들어가 주장으로서 따로 메시지를 전달한 것은 없었다. 앞 타석에서 우리 팀 중심 타자들이 제 역할을 다해줬기 때문이다. 그들이 살아나갔기 때문에 나에게 결정적인 상황을 줬다"고 동료들에게 공을 돌렸다.

그러면서 "오늘(8일) 정말 긴 경기였다. 힘든 경기였기에 나뿐 아니라 모든 선수가 꼭 승리하고 싶었다. 승리라는 결과로 마무리할 수 있어서 기분이 좋다"고 활짝 웃었다.

한편 4년 7개월을 쉬지 않고 달린 박해민은 이제 KBO 역대 최고 철인이 되기 위해 딱 한 계단만 남았다. KBO리그 연속 경기 출장 1위 기록은 쌍방울 레이더스와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에서 활약했던 최태원(56) 경희대 감독의 1009경기다. 623경기 연속 출장의 박해민이 최태원 감독을 뛰어넘기 위해선 2028년까지는 결장 없이 꾸준히 나가야 한다. 과연 박해민은 자신의 기록을 얼마나 더 늘릴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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