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측' 표현에 "국호 똑바로 불러달라"... 北 내고향, 기자회견 일방 퇴장 [수원 현장]

수원=김명석 기자
2026.05.23 17:39
2025-2026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챔피언스리그(AWCL) 우승팀인 북한 내고향여자축구단이 기자회견 도중 국내 취재진의 '북측' 표현에 반발하며 퇴장했다. 리유일 감독과 김경영 선수는 '북측'이라는 표현 대신 '조선민주주의공화국'으로 불러달라고 요구하며 추가 질문을 받지 않고 자리를 떠났다. 북한은 과거에도 공식 석상에서 국호 표현에 민감하게 반응한 바 있다.
23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도쿄 베르디 벨레자와의 2025-2026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챔피언스리그(AWCL) 우승 이후 굳은 표정으로 기자회견에 참석한 리유일 내고향 감독. /사진=김명석 기자

2025-2026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챔피언스리그(AWCL) 우승을 차지한 북한 내고향여자축구단이 기자회견 도중 국내 취재진의 "북측" 표현에 반발하며 퇴장했다.

리유일 감독과 김경영은 23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25-2026 AWCL 공식 기자회견 도중 취재진의 추가 질문을 받지 않고 일방적으로 기자회견장을 떠났다.

이들은 북한 여자축구의 전통적으로 강한 원동력 등을 묻기 위해 국내 취재진이 쓴 '북측 여자축구' 표현을 문제 삼았다.

질문을 받자마자 리유일 감독은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고, 통역관도 "질문을 다시 해달라"며 날 선 반응을 보이는 등 내고향 측은 "국호를 제대로 불러달라"고 반발했다.

취재진이 '그러면 어떻게 불러야 하느냐'고 묻자 기자회견 내내 조용하면서도 원론적인 답변을 이어가던 김경영마저 "우리는 조선민주주의공화국"이라고 단호하게 답하기도 했다.

이후 다른 취재진의 질문을 받는가 싶었던 리유일 감독과 김경영은 국내·외 취재진에게 따로 양해도 구하지 않고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나 기자회견장을 빠져나갔다.

북한이 공식 기자회견에서 국호를 문제 삼아 발끈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리유일 내고향 여자축구단 감독.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북한은 지난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여자축구 당시에도 '북측'이라는 표현에 반발하며 "조선민주주의인민국화국이라고 시정해서 다시 질문하라. 시정하지 않으면 답하지 않겠다"고 반발한 바 있는데, 공교롭게도 당시 여자축구 대표팀 감독이 리유일 감독이었다.

그에 앞서 2014 인천 아시안게임 당시 북한 측은 '북한' 대신 '북측' 또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으로 불러달라고 요청한 바 있는데, 이번엔 '북측'이라는 표현에도 예민하게 반응하다 결국 기자회견장을 빠져나갔다.

아이러니하게도 과거 북한은 자신들의 국호에 대해 예민하게 반응하면서도 정작 TV 영상 자막에 한국을 '괴뢰'로 표기하기도 했다.

기자회견 퇴장에 앞선 질문에 리유일 감독은 "팀이 창립된 지 14년밖에 안 됐다. 그런데도 오늘 아시아 1등 지위에 오르게 된 건 전적으로 경애하는 총비서님과 당의 따뜻한 사랑과 보살핌, 믿음이 있었기에 가능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감독으로서 선수단을 대표해 크나큰 사랑과 믿음에 조금이나마 보답할 수 있었다는 데 기쁜 마음을 금치 못한다"고 했다.

이어 "AFC 초청으로 여기(한국)에 와서 경기를 했다. 저와 선수들 모두 경기를 1순위를 두고 분과 초를 아껴가며 노력했고 소기의 성과를 달성했다. 오직 축구, 우승, 우리의 발전에만 신경을 썼다. 기타 이러저러한 문제에 대해서는 신경 쓸 이유가 없었다"고 말했다.

리유일 감독은 "오늘 이 순간을 위해서 어려운 더위도 이겨내면서 감독의 지휘에 따라준 우리 선수들이 정말 자랑스럽고 대견하다. 끝으로 우리가 1등하도록 성심성의껏 지지해 주고 받들어준 우리 모두의 가족들과 고마운 분들에게 감사인사를 전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대회 최우수선수로 선정돼 기자회견에 참석한 김경영은 "내고향 선수로서 최우수선수로 선정된 걸 긍지로 여긴다. 저 하나의 공로가 아니라 팀 모든 선수와 감독, 동지들이 저를 뒤에서 힘 있게 밀어줬기에 이런 성과를 이룰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날 내고향은 김경영의 선제 결승골을 앞세워 도쿄 베르디를 1-0으로 꺾고 정상에 올랐다. 우승 상금은 100만 달러(약 15억 2000만원)다.

리유일 내고향 여자축구단 감독.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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