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호 최고 반전' 단 3경기 만에 '손흥민 극찬' 받았다, '신스틸러' 이기혁 "월드컵 온 것만으로 감동인데..." [과달라하라 현장]

과달라하라(멕시코)=박건도 기자
2026.06.13 08:33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2026 FIFA 북중미월드컵 조별리그 1차전에서 체코에 2-1 역전승을 거뒀다. 부상으로 이탈한 김태현 대신 선발 출전한 이기혁은 공중볼 경합과 날카로운 패스로 눈부신 활약을 펼치며 우려를 지워냈다. 경기 후 이기혁은 손흥민과 황인범 등 선배들의 칭찬에 기쁨을 표하며 남은 경기에 대한 의지를 다졌다.
2026 북중미월드컵 A조 예선 대한민국-체코전이 12일(한국 시간) 멕시코 과달라하라 에스타디오 아크론에서 열렸다. 이기혁을 점프력을 과사하며 공중볼을 처리하고 있다. /사진=김진경 kim.jinkyung@

홍명보호 최고 반전 카드다. 극적으로 월드컵 최종명단에 이름을 올린 이기혁(강원FC)이 생애 첫 월드컵 본선 무대에서 눈부신 활약을 펼쳤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랭킹 25위)은 12일 오전 11시(한국시간) 멕시코 과달라하라 사포판의 에스타디오 아크론에서 열린 체코(41위)와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월드컵 조별리그 A조 1차전에서 후반전 선제 실점을 극복하고 황인범(페예노르트)과 오현규(베식타시)의 연속골에 힘입어 2-1로 짜릿한 대역전승을 거뒀다.

당초 백업 자원으로 분류됐던 이기혁은 경기 이틀 전 중앙 수비수 김태현(가시마 앤틀러스)이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깜짝 선발 기회를 잡았다. 미드필더 출신인 이기혁이 스리백을 구축하게 되자 체코의 압도적인 제공권에 고전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시선도 존재했다.

하지만 이기혁은 실력으로 우려를 지워냈다. 놀라운 집중력으로 공중볼 경합에서 무려 4번이나 헤더를 따내며 체코의 고공 폭격을 제어했고, 장기인 날카로운 킥력을 바탕으로 전매특허인 롱패스를 4회나 연결했다. 특히 전반 초반 최전방 손흥민(LAFC)의 뒷공간 침투를 겨냥해 찌른 날카로운 스루패스는 체코의 간담을 서늘케하기도 했다.

경기 후 믹스드존에서 취재진과 만난 이기혁은 "경기 나가기 전에 형들이 긴장될 텐데 준비 잘하라고 말씀을 많이 해주셨다"며 "생각했던 것보다 긴장을 안 해서 초반에 실수가 나왔나 싶을 정도였다. 힘든 순간도 있었지만 부상으로 낙마한 형들을 비롯해 함께 준비한 선수들을 생각하며 한마음으로 뛰다 보니 경기를 뒤집을 수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최종명단 발탁 당시만 해도 첫 경기 선발 출전은 상상하기 힘든 일이었다. 이기혁은 "월드컵 무대에 나오는 것만으로도 감격스러웠는데 직접 경험하니 욕심이 생겼다. 첫 경기에 나가면 얼마나 좋을까 상상해 왔는데, 태현이가 다치면서 우연치 않게 기회가 찾아왔다"고 털어놓았다.

경기 후 믹스드존에서 만난 이기혁. /사진=박건도 기자

이어 "이 기회를 반드시 잡아야 하고 좋은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팀이 승리하는 데 많은 역할을 하려고 노력한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져 다행이다"라고 덧붙였다.

처음으로 밟아본 월드컵의 압도적인 열기는 큰 감동이었다. 그는 "경기를 시작할 때 정말 너무 많은 관중이 있어 압도되긴 했다"면서 "대한민국 팬들이 큰 소리로 응원해 주셔서 힘이 많이 됐다. 응원이 너무 감동적이어서 마음 한켠이 뭉클했다. 팬분들의 환호에 힘입어 경기를 뛰었다는 것에 감격스러웠다"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전반전 실수와 후반전 실점 장면에 대해서는 대범한 면모를 보였다. 이기혁은 "감독님께서 큰 경기에서 실수가 나오는 건 당연하다고 하셨다. 중요한 건 실수 이후 어떻게 회복하는지였다"며 "심리적으로 약한 모습을 보이면 체코가 더 집요하게 파고들 거라 생각해서 빨리 잊으려 했다. 실수를 어떻게 만회하고 안정적으로 할지 먼저 생각했다. 큰 실수 없이 경기를 잘 마무리했다는 것에 의미를 두고 싶다"고 의연하게 말했다.

후반 22분 황인범의 동점골이 터졌을 때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기뻤다고 회상했다. 그는 "진짜 너무 기뻤다. 같은 팀에서 그렇게 클래스 있는 골을 직접 볼 수 있다는 게 뜻깊었고 인범이 형의 골이 정말 소중했다"며 "동점이 되고나니 무조건 이 경기를 가져가야겠다는 집념이 생겼다. 선수들끼리 잘 단합돼서 경기를 뒤집을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뜨거웠던 분위기를 전했다.

경기 후 라커룸에서는 세계적인 선수들의 따뜻한 칭찬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기혁은 "월드컵이 처음인 선수들이 많았는데, 경기 끝나고 감독님과 코칭스태프, 손흥민 형이나 인범이 형이 '첫 경기인데 진짜 너무 잘해줬다, 너희들이 잘해줘서 다행이었다'고 이야기를 해주셨다. 세계적인 선수들에게 칭찬을 받으니 너무 진짜 뜻깊고 기뻤다"라며 환하게 웃었다.

조기 고지대 적응 훈련에 대한 만족감도 드러냈다. 이기혁은 "사전 캠프 1주 차 때 고지대 적응이 안 돼 너무 힘들었지만 상대를 이기려면 더 힘든 것도 해야 한다고 마음을 강하게 먹었다"며 "2주 차부터 조금씩 적응되면서 체력적은 준비가 잘되었다고 생각한다. 사전에 훈련했던 게 큰 도움이 됐고, 체코보다 한 발 더 뛰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뛰어 경기에서 잘 보여준 것 같아 다행이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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