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 야구장을 홈으로 함께 쓰는 LG 트윈스와 두산 베어스는 맞대결 종료 후 독특한 관례 하나가 있다. 각자 라커 룸으로 이동할 때 승리팀 선수들은 그라운드를 가로질러 가고, 패배팀은 구장 내부 좁은 복도를 통해 움직인다. 치열한 승부 뒤에 다소 불편할 수 있는 상황에서 마주치는 것을 피하기 위해 2013년부터 이어온 불문율이다.
라커 룸은 두산은 1루쪽, LG는 3루쪽에 있다. 따라서 이런 라커룸 이동은 LG가 홈 경기여서 1루 더그아웃을 사용할 때만 적용된다. LG가 이기면 1루에서 3루쪽으로, 두산이 승리하면 반대 방향으로 그라운드를 건너간다. 두산이 홈팀일 경우에는 각자 더그아웃 뒤 통로를 이용한다.
지난 주말(19~21일) 열린 잠실 라이벌전의 홈팀은 LG였다. 21일 경기에서 홈런 5방을 터뜨리며 9-3으로 승리, 3연전을 싹쓸이한 LG 선수들은 사흘 연속 1루 더그아웃에서 그라운드를 통해 3루쪽 라커룸으로 갔다.
잠실 라이벌전에서 LG가 홈 3연전을 모두 이긴 것은 2009년 7월 3~5일 이후 무려 17년 만이다. 그 사이 LG가 스윕 승을 거둔 적은 있지만 공교롭게도 모두 두산 홈 경기 때였다.
LG에 이번 승리가 더욱 각별한 이유는 지난 주말 3연전이 잠실구장 역사상 두산과 마지막 홈 3연전이기 때문이다. 두산과 LG는 내년부터 5년간 잠실주경기장에 마련되는 임시 야구장에서 경기를 벌이고 2032년부터는 신축 돔구장을 홈으로 사용한다. LG는 이번 3연전에서 양팀 선수단이 올드 유니폼을 착용하는 등 '클래식 데이 in 잠실' 이벤트를 펼치기도 했다.
올 시즌 두 팀의 맞대결에서 홈팀은 두산이 9경기, LG가 7경기로 배정됐다. LG는 지난 5월 5~7일에 이어 이번 경기를 끝으로 두산과 홈 3연전을 마무리했다. 1경기는 잔여 경기로 추후 편성된다. 남아 있는 두 차례 3연전(7월 31일~8월 2일, 9월 1~3일)은 모두 두산 홈 경기이다.
1985년 두산(당시 OB)이 충청에서 서울로 연고지를 옮긴 이후 MBC 청룡(LG 전신) 시절부터 42년째 이어온 라이벌전에서 LG 선수들이 '사흘 연속' 잠실구장 그라운드를 가로질러 가는 모습은 이제 다시는 볼 수 없는 추억으로 남게 된 것이다.
잠실 라이벌전의 역사는 두 팀의 성쇠와도 맥을 같이해왔다.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 동안 양팀의 시즌 최종 순위와 맞대결 우열은 모두 일치했다.
두산은 7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2010년대 중반부터 2021년까지 LG와 상대 전적에서 6시즌 연속 우위를 점했다. 특히 2018년에는 두산이 시즌 마지막 대결에서만 패해 15승 1패라는 압도적 성적을 남기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 LG가 두 차례 우승(2023, 2025년)을 차지하는 등 강자로 떠오르면서 두산과 대결에서도 지난해까지 4시즌 연속 우세를 보였다. 올 시즌에도 현재까지 LG가 7승 2패로 크게 앞서 있다.
LG는 21일 두산과 3연전 마지막 경기에서 KBO리그 최초 1회 최다 홈런(4개·1회말 송찬의 오스틴 박동원 문정빈)를 터뜨리고 팀 통산 4000홈런(5회말 문정빈)이라는 이정표도 세웠다. 어쩌면 잠실 라이벌과 마지막 홈 3연전에서 '유종의 미'를 거둔 것을 자축하는 대포였는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