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트윈스의 강력한 수호신으로 변신한 좌완투수 손주영(28)이 팀의 1점 차 승리를 완벽하게 지켜내며 단독 세이브왕 타이틀을 향한 숨길 수 없는 야망을 드러냈다.
손주영은 23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6 KBO리그 정규시즌 삼성 라이온즈와의 경기에서 팀이 4-3으로 아슬아슬하게 앞선 8회초 2사 후 마운드에 올랐다. 이후 1⅓이닝 1안타 3볼넷 3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시즌 16번째 세이브를 수확, 리그 최다 세이브 부문 선두인 삼성 라이온즈 김재윤(17세이브)을 1개 차이로 턱밑까지 바짝 추격했다.
특히 이날 경기 9회초 1사 3루 위기 상황에서 보여준 손주영의 '만루 작전'은 백미였다. 손주영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김지찬, 김성윤 등으로 이어지는 타자들이 콘택트가 워낙 좋다 보니 1점만 줘도 동점이 된다는 압박감이 있었다"고 9회 당시 상황을 직접 설명했다. 그는 "내가 땅볼 투수인데 우리 내야수들이 전진 수비를 하고 있어 더블플레이가 나오기 힘든 상황이었다"며 "차라리 주자를 채워 만루를 만들면 내야진이 다시 뒤로 물러나 병살타를 유도할 수 있겠다고 판단해 도박을 걸었다"고 고백했다.
일부러 어렵게 승부를 이어가며 만루까지 채우는 작전를 선택한 손주영은 이어 등판한 구자욱과 르윈 디아즈를 상대로 자신의 주무기인 커브와 하이 패스트볼을 앞세워 연속 삼진을 솎아내며 경기를 끝냈다. 포수 박동원에 대한 강한 신뢰도 한몫했다. 손주영은 "(박)동원이 형의 블로킹이 워낙 완벽해서 낮게 던질 때 패스트볼 걱정은 전혀하지 않았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이번 시즌 단 한 차례의 블론세이브도 없이 평균자책점 0.87이라는 완벽한 성적을 이어가고 있는 그는 비결로 오히려 '내려놓음'을 꼽았다. 손주영은 "마무리 투수로서 완벽해야 한다는 생각에 움츠러들면 오히려 볼넷이 나오고 밀어 넣다 맞기 마련"이라며 "오늘은 차라리 '블론세이브 한 번 하자'는 편안한 마음으로 후회 없이 전력 투구를 펼친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미소를 지었다. 지난 5월 9일 시즌 첫 등판(한화 이글스전)과 5월 24일 키움 히어로즈전을 제외하면 모두 세이브를 적립한 손주영이다. 아직 세이브 기회를 날린 블론 세이브 역시 아직 없다.
시즌 도중 보직을 선발에서 마무리로 바꾼 뒤 리그 최고의 클로저로 군림하게 된 손주영은 이제 최다 세이브 타이틀에 대한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현재 LG 트윈스 구단 역사상 한 시즌 최다 세이브 기록은 고우석(28·디트로이트 타이거스 산하 톨레도 머드헨스)이 2022시즌 달성한 42세이브다. 반면 좌완 투수로 범위를 좁히면 그 역사는 2003시즌 이상훈(30세이브)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할 정도로 까마득하다. 손주영이 올 시즌 보여주고 있는 압도적인 페이스는 LG 좌완 마무리의 잔혹사를 끊어낼 역대급 행보로 주목받고 있다.
손주영은 "처음에는 마무리 보직이 낯설어 선발로 다시 가라고 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 스트레스도 받았지만, 이제는 팀 우승을 위해서라면 어디든 가겠다는 마음"이라면서도 "처음에는 아무런 생각이 없었지만 세이브 수확 페이스가 워낙 빠르다 보니 솔직히 세이브왕 타이틀에 욕심이 생겼다"고 솔직한 속내를 드러내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훌륭한 선발 복귀 활약을 펼치고 있는 동료 장현식을 언급하며 "현식이 형을 보니 안 갈수도 있을 것 같기도 하다"면서도 "물론 팀에서 (후반기에) 우승을 위해서 다시 선발로 가자고 하신다면 가겠지만, 이번 시즌 이렇게 기회가 온 만큼 꼭 세이브왕을 차지하고 싶다. 그 다음 내년에는 다시 멋지게 선발 투수로 도전하고 싶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