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3일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실시됐고, 지역별로 지방자치단체장이 새롭게 선출됐다. 이에 따라 민선 9기 지방자치단체장의 임기가 오는 7월 1일부터 시작된다. 전국의 새 단체장들은 지역경제와 민생, 도시개발 등 다양한 과제를 안고 출발한다. 그러나 창원특례시장(이하 창원시장)의 책상 위에는 다른 도시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특별한 숙제가 하나 놓여 있다. NC 다이노스와 창원시 간 갈등을 풀고, 불거진 연고지 이전 논란에 마침표를 찍는 일이다.
창원특례시(이하 창원시)는 지난해 4월부터 사실상 '시장 공백' 상태였다. 당시 창원시장이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대법원에서 당선무효형을 확정받으면서 시장 권한대행 체제가 이어진 것이다. 권한대행 체제는 기본적인 시정 운영에는 문제가 없지만, 새로운 정책을 추진하거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얽힌 현안을 조정하는 데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이 같은 시장 공백은 창원을 연고지로 하는 NC 다이노스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3월 29일 NC의 홈구장인 창원NC파크에서는 KBO리그 사상 초유의 관중 사망 사고가 발생했고, 이후 구장 안전 문제와 운영 책임을 둘러싸고 창원시와 NC의 갈등이 불거졌다. NC는 어린이날인 5월 5일이면 창원NC파크에서 홈경기를 다시 치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재개 시점은 계속 미뤄졌다. 결국 두 달 넘게 원정과 대체 홈경기를 병행해야 했다. 이 과정에서 시장 부재로 책임 있는 의사결정과 갈등 조정이 신속하게 이뤄지지 못한 점도 상황을 악화시키는 데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결국 NC는 지난 5월 30일 창원NC파크 홈경기 재개를 앞두고 열린 기자회견에서 연고지 이전 가능성까지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프로야구단에게 '연고지 이전'은 사실상 금기어다. 프로구단의 가장 중요한 자산은 지역 팬이며, 연고지는 구단 정체성의 출발점이다. 그 표현을 공식 석상에서 꺼냈다는 것 자체가 현재 상황을 그만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의미다.
2014년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 개장을 시작으로 대구, 고척, 창원, 대전까지 새 구장들이 잇따라 문을 열었다. 그 가운데서도 창원NC파크는 뛰어난 관람 환경과 편의시설을 갖춰 선수와 팬 모두에게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야구장 자체만 놓고 보면 KBO리그 최고 수준이라는 데 큰 이견이 없다.
여기에 NC는 창단 초기부터 지역밀착 마케팅에 가장 적극적인 구단 가운데 하나였다. 단순히 창원에만 머물지 않고 고성과 통영, 사천 등 인근 경남 지역으로 활동 범위를 넓혔다. KBO리그가 도시연고제를 채택하고 있음에도 NC는 사실상 '경남의 팀'을 표방하며 야구 저변 확대에 힘써왔다.
그럼에도 NC는 올 시즌 홈 경기 평균 관중이 6월 26일 현재 1만2471명으로 10개 구단 가운데 가장 적다. 9위 키움(1만2867명)보다도 적고, 8위 KT(1만4244명)와는 1773명 차이가 난다. 올 시즌 KBO리그가 사상 최초 1300만 관중 시대를 향해 달려가고 있지만 창원만은 그 열기를 온전히 누리지 못하고 있다.
원인은 야구장 안이 아니라 야구장 밖에 있다. 가장 큰 이유는 교통 인프라다.
창원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프로야구 연고도시는 도시철도나 지하철을 이용할 수 있다. 설령 야구장과 거리가 있더라도 환승 체계와 시내버스 등 대중교통망이 잘 갖춰져 있다. 반면 창원은 도시철도가 없고 창원NC파크를 오가는 대중교통도 충분하지 않다. 또 주차 공간도 넉넉하지 않다. 여기에 서울행 KTX 막차가 마산역 기준 오후 9시 43분으로 다른 주요 연고도시보다 빨라 원정 팬들은 경기 종료 전에 자리를 떠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부산역은 오후 11시, 광주송정역은 오후 11시 3분까지 열차가 운행되는 것과 대조적이다.
NC보다 2년 늦게 1군 무대에 합류한 KT가 더 많은 평균 관중을 기록하는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광역시가 아닌 기초자치단체를 연고로 하는 구단은 창원의 NC와 수원의 KT뿐이다. 하지만 수원은 수도권이라는 입지 덕분에 관중 유치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반면 창원은 수도권과 거리가 멀고 원정 팬들의 접근성도 크게 떨어진다.
결국 창원NC파크는 시설은 최고 수준이지만 프로야구단의 홈구장으로서는 입지 여건이 불리하다. 평균 관중 최하위라는 결과도 이런 구조적인 한계를 보여준다.
더 중요한 점은 이런 문제는 구단이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다. 야구장은 구단이 운영하지만, 야구장까지 가는 길은 도시가 만든다. 교통과 접근성, 주변 인프라는 지방자치단체의 몫이다. 그러나 NC가 2013년 1군에 합류한 이후 10년이 넘도록 이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다.
국내 프로야구에서 연고지를 옮긴 사례는 2000년 현대 유니콘스가 유일하다. 당시 현대는 인천·경기·강원을 연고로 운영하다 서울로 이전했다. 2002년 인천에 새 야구장인 문학야구장이 개장하는 상황에서도 현대는 결국 인천을 떠났다. 이후 SK 와이번스가 인천에 새롭게 둥지를 틀었는데 지역 야구팬들의 혼란은 적지 않았다. 현대를 따라간 팬들도 있었고, 새롭게 SK를 응원한 팬들도 있었다. 야구장을 떠난
팬들도 적지 않았다. SK가 인천에 완전히 자리잡는 데에는 많은 시간이 걸렸다.
창원도 같은 상황이 벌어지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다. 만약 NC가 다른 도시로 이전한다면 가장 큰 피해자는 창원 시민과 지역 야구팬들이다. 국내 최고의 야구장인 창원NC파크의 활용 방안도 새로운 과제가 된다. 그때 가서 창원시가 새로운 프로구단 유치에 나선다면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프로야구 전체의 관점에서도 NC의 연고지 이전은 바람직한 그림이 아니다. 만약 NC가 수도권으로 옮긴다면 야구 저변 확대나 리그의 균형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NC는 창원을 넘어 경남 전역에서 야구 저변을 넓히며 지역 스포츠 문화 확산에 적지 않은 역할을 해왔다. 필자 역시 지난해 창원과 경남 고성에서 '야구와 수학'을 주제로 강연하며 야구에 대한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뜨거운 관심을 직접 확인했다. 프로야구단 하나가 지역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생각보다 훨씬 크다.
이제 공은 새 창원시장에게 넘어갔다.
이번 창원시장의 임기는 2026년 7월 1일부터 2030년 6월 30일까지다. 더욱이 연고지 이전 후보지 가운데 하나로 거론되는 성남의 야구장 리모델링도 2028년 개장을 목표로 추진되고 있다. 실제 이전 여부와는 별개로 NC가 장기적인 미래를 고민할 수 있는 환경은 점차 갖춰지고 있다. 창원과 NC의 관계가 어떤 방향으로 정리될지는 이번 창원시장의 임기 안에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프로야구단은 단순한 스포츠팀이 아니다. 홈경기가 열릴 때마다 음식점과 숙박업, 교통, 관광, 상권이 함께 움직이는 지역경제의 핵심 콘텐츠다. NC가 창원에 남는다는 것은 야구단 하나를 지키는 일이 아니라 도시의 브랜드와 지역경제를 함께 지키는 일이다.
새 창원시장의 첫 번째 숙제는 NC를 붙잡는 것이 아니다. NC가 스스로 창원에 남고 싶다는 확신을 갖게 만드는 것이다.
민선 9기 출범과 함께 창원시는 더 이상 시장 공백을 이유로 결정을 미룰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이제 필요한 것은 결단이다. 그 결단이 창원시와 NC, 그리고 무엇보다 창원 야구팬 모두가 함께 이기는 길이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