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공동 개최국인 미국 축구 대표팀이 대회 8강 진출에 실패했다. 당초 징계로 결장했어야 했던 핵심 공격수 폴라린 발로건(AS모나코)의 '징계 유예' 처분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개입했다는 현지 보도가 나온 직후 당한 탈락이다.
마우리시오 포체티노(아르헨티나) 감독이 이끄는 미국은 7일(한국시간) 미국 시애틀 스타디움에서 열린 대회 16강전에서 벨기에에 1-4로 완패했다. FIFA 랭킹은 미국이 17위, 벨기에는 9위다.
이날 패배로 미국은 대회 8강 진출에 실패하고 월드컵 여정을 마쳤다. 미국은 자국에서 열린 이번 대회에서 지난 2002년 한·일 대회 이후 24년 만의 8강에 도전했으나, 지난 카타르 대회에 이어 2회 연속 16강에서 대회를 마쳤다. 반면 벨기에는 2018 러시아 대회 이후 8년 만에 8강에 올라 스페인과 격돌하게 됐다.
미국의 이날 탈락은 이른바 '정의구현' 결과가 됐다. 경기 전 FIFA의 발로건의 징계 유예 처분과 관련해 전 세계가 분노했기 때문이다.
앞서 FIFA는 미국-벨기에전을 하루 앞두고 발로건의 출전정지 징계를 유예했다. 발로건은 지난 32강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전에서 퇴장을 당한 바 있다. 이번 대회에선 3골을 넣은 미국 대표팀의 핵심 공격수이기도 했다. 규정상 발로건은 전 경기 퇴장에 따라 벨기에와 16강전에 나설 수 없었다.
그런데 돌연 FIFA가 발로건 징계를 1년 유예한 것이다. 영국 공영방송 BBC에 따르면 역대 월드컵에서 나온 189장의 퇴장에 출전정지 징계가 유예된 건 이번이 두 번째다. 1962년 칠레 월드컵 4강에서 퇴장당했던 브라질 대표팀의 가린샤가 결승에도 출전한 바 있는데, 다만 당시엔 퇴장을 당하면 자동으로 다음 경기에 나설 수 없는 징계 조항이 없었다. 결국 퇴장에 따른 징계가 번복된 건 이번이 처음인 셈이다.
상식밖의 결정 배경에 트럼프 대통령과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의 통화가 있다는 미국 언론들의 보도가 나오면서 파문이 일었다. 당시 판정에 대해 재고해 달라고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전화했다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FIFA는 트럼프 전화 이후 사상 초유의 결정을 내렸다. 이같은 징계 결정을 두고 유럽축구연맹(UEFA), 벨기에 정부 등도 일제히 비판 목소리를 냈다.
징계로 나설 수 없는 선수가 석연찮은 이유로 징계를 피하고 출전한 경기. 그럼에도 미국은 벨기에를 넘지 못하고 탈락했다. 미국은 전반 9분 만에 샤를 데 케텔라에르(아탈란타)에게 선제 실점을 허용했다. 왼쪽 측면에서 올라온 니콜라 라스킨(레인저스)의 패스를 데 케텔라에르가 문전에서 마무리했다.
미국은 전반 31분 말릭 틸먼(레버쿠젠)의 오른발 중거리 프리킥으로 균형을 맞췄으나, 벨기에가 2분 만에 다시 리드를 잡았다. 왼쪽 측면에서 올라온 크로스를 데 케텔라에르가 헤더로 마무리했다.
미국은 반격에 나섰으나, 오히려 후반 12분 한스 바나켄(클럽 브뤼헤)의 추가골이 나오면서 승기가 기울었다. 루즈볼을 처리하기 위해 맷 프리즈(뉴욕시티FC) 골키퍼가 골문을 비우고 나왔는데, 빠르게 공을 처리하지 못하고 멈칫한 사이 데 케텔레아르의 발에 맞고 뒤로 흘렀다. 이를 바나켄이 중거리 슈팅으로 연결해 빈 골문을 차 넣었다.
미국은 격차를 좁히려 애썼으나 벨기에의 집중력은 쉽게 흐트러지지 않았다. 후반 36분 역습 상황에서 골키퍼와 일대일로 맞선 발로건의 왼발 슈팅은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오히려 후반 추가시간 로멜루 루카쿠(나폴리)의 쐐기골이 터지며 경기에 마침표를 찍었다. 경기는 미국의 1-4 완패로 끝났다. 미국의 탈락으로 이번 대회 월드컵 공동 개최국은 모두 16강에서 자취를 감췄다. 앞서 캐나다는 모로코에, 멕시코는 잉글랜드에 각각 져 탈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