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전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이후 남긴 굴욕적인 유산 중 하나는 FIFA 랭킹의 추락이다. 25위로 월드컵에 나선 뒤 조별리그 탈락 시점부터 30위권 밖으로 밀려났던 FIFA 랭킹은, 토너먼트 이후 다른 팀들의 순위 역전이 이어지면서 추락을 거듭해 어느새 32위까지 추락했다. 한국은 실시간 랭킹 40위 내 팀들 가운데 지난달보다 FIFA 랭킹이 가장 많이 떨어진 팀(7계단)이다.
홍명보호의 데뷔전이었던 지난 2024년 9월 당시 23위였던 한국축구의 FIFA 랭킹은 꾸준히 22~23위를 유지했다. 아시아에서는 일본, 이란에 이어 세 번째였다. 지난해 말에는 FIFA 랭킹이 북중미 월드컵 포트(시드) 배정에 활용되면서 그 어느 때보다 주목을 받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한국은 FIFA 랭킹 22위로 월드컵 본선 조 추첨을 진행했다. 다만 월드컵 직전 코트디부아르, 오스트리아전 패배 여파로 25위로 하락했다.
그나마 조별리그 1차전 체코전 승리로 한때 21위까지 올랐던 실시간 순위는, 멕시코전과 남아프리카공화국전 연패로 추락했다. FIFA 랭킹은 두 팀 간 FIFA 랭킹 포인트 격차, 그리고 대회 가중치에 따라 변동폭이 결정된다. 월드컵 본선은 FIFA 랭킹 포인트가 반영되는 대회 중 가장 가중치가 높다. 특히 비겨도 대회 32강에 오를 수 있었던 남아공전 패배는, 한국보다 훨씬 낮았던 상대의 FIFA 랭킹과 월드컵 본선이라는 가중치까지 더해져 무려 33.03점의 포인트 손실로 이어졌다.
결국 한국의 실시간 FIFA 랭킹은 지난달 26일 30위까지 추락했다. 한국의 FIFA 랭킹이 30위권대로 추락한 건 파울루 벤투(포르투갈) 전 감독이 이끌던 2021년 12월(33위) 이후 4년 반 만이다. 그러나 벤투호는 꾸준히 FIFA 랭킹이 상승곡선을 그렸고, 카타르 월드컵 16강과 맞물려 25위까지 순위가 올랐다. 벤투호가 카타르 월드컵을 통해 20위권대로 끌어올렸던 순위를, 4년 뒤 월드컵에서 홍명보호가 30위권대로 후퇴시킨 셈이다.
문제는 7일 기준 한국의 랭킹이 더 떨어졌다는 점이다. 이미 대회를 마친 한국의 순위는 그대로인데, 한국보다 순위가 더 낮았던 팀들은 토너먼트를 거치면서 순위를 끌어올린 탓이다. 월드컵 등 국제대회의 경우, 조별리그까지는 패배 시 FIFA 랭킹 포인트가 줄지만 토너먼트부터는 패배해도 포인트 손실이 없다. 이 과정에서 31위였던 노르웨이는 월드컵 8강 진출과 함께 19위까지 순위를 끌어올렸다. 코트디부아르(31위), 캐나다(30위) 등 월드컵 전만 해도 한국보다 순위가 낮았던 팀들이 이제는 한국보다 앞선 형국이다.
아시아에서는 월드컵 전 3위에서 네 번째로 떨어졌다. 일본이 17위로 한 계단 더 올라 17위에 자리했다. 그 뒤를 이란(22위), 호주(28위), 그리고 한국이 잇는 흐름이다. 특히 아시아 1위인 일본과 FIFA 랭킹 포인트 격차는 114.96점으로 벌어졌고, 호주와 격차도 만만치가 않다. 한때 목표였던 아시아 1위는커녕 당장 아시아 3위 탈환부터 준비해야 하는 현실이다. 홍명보호의 실패가 남긴 유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