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의 신' 리오넬 메시(인터 마이애미)가 진짜 죽다 살아났다. 또 한 번 페널티킥을 실축하며 조국 아르헨티나를 패배 위기에 빠뜨렸지만, 후반 막판 미친 활약으로 직접 팀을 구해냈다. 아르헨티나도 기적 같은 역전승을 거뒀다. 지옥과 천당을 오간 메시는 승리를 알리는 종료 휘슬이 울리자 그라운드에서 눈물을 펑펑 쏟아냈다.
아르헨티나는 8일(한국시간) 미국 애틀랜타 스타디움에서 열린 이집트와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16강전에서 3-2로 승리했다. 직전 2022 카타르 대회 정상에 올랐던 아르헨티나는 8강에 진출하며 월드컵 2연패를 향한 도전을 이어갔다. 메시의 '라스트 댄스' 여정도 계속됐다.
이번 경기에서 아르헨티나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경기 종료 11분을 남겨놓을 때까지만 해도 아르헨티나는 0-2로 끌려가고 있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득점왕 출신 모하메드 살라(리버풀)를 앞세운 이집트는 매섭게 아르헨티나를 몰아붙였다. 전반 15분 야세르 이브라힘(알아흘리SC)이 선제골을 터뜨렸고, 후반 22분에는 빠른 역습을 통해 모스타파 지코(피라미즈)가 추가골을 뽑아냈다.
아르헨티나 입장에선 더 위험한 장면도 있었다. 후반 17분에도 지코가 골망을 흔들었다. 만약 이 득점까지 인정됐다면 아르헨티나는 사실상 반격할 힘을 잃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VAR 확인 결과 빌드업 과정에서 이집트의 파울이 지적됐고, 득점은 취소됐다.
그때까지 메시도 상당히 힘든 경기를 펼쳤다. 전반 21분 페널티킥을 실축해 고개를 숙였다. 골문 오른쪽을 보고 자신이 즐겨 쓰는 왼발로 강하게 때렸지만, 이집트 골키퍼 모스타파 쇼베이르(알아흘리SC)가 방향을 읽고 막아냈다.
이 실축으로 메시는 월드컵 역사상 최초로 한 대회에서 페널티킥을 두 차례 실축한 선수라는 불명예 기록을 썼다. 앞서 메시는 이번 대회 조별리그 J조 오스트리아전에서도 페널티킥을 놓쳤다. 월드컵에서 메시의 페널티킥 성공률은 좋은 편이 아니다. 2018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 아이슬란드전,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폴란드전에서도 페널티킥을 실축한 바 있다.
메시는 전반 31분 먼 거리에서 시도한 프리킥이 골대를 맞고 나와 또 한 번 아쉬움을 삼켰다.
여기에 이집트 골키퍼 쇼베이르가 선방쇼를 펼치며 아르헨티나를 더욱 조급하게 만들었다. 이날 쇼베이르는 여러 차례 결정적인 슈팅을 막아냈다. 특히 전반 39분 골문 앞에서 훌리안 알바레스(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다이렉트 왼발 슈팅을 동물적인 감각으로 쳐낸 장면이 백미였다. 후반 이집트가 2-0을 만들었을 때만 해도 승패는 결정난 것처럼 보였다.
아르헨티나는 후반 34분까지 두 골 차로 끌려갔다. 하지만 디펜딩 챔피언은 포기하지 않았다. 남은 시간 동안 무려 3골을 몰아치며 기적 같은 역전승을 일궈냈다. 중심에는 단연 메시가 있었다.
후반 34분 메시가 먼저 추격의 불씨를 살렸다. 오른쪽 측면에서 정확한 크로스를 올렸고, 센터백 크리스티안 로메로(토트넘)가 헤더골로 마무리했다. 아르헨티나는 1-2로 따라붙으며 분위기를 완전히 바꿨다.
후반 38분에는 메시가 직접 동점골까지 터뜨렸다. 페널티박스 안에서 라우타로 마르티네스(인터밀란)가 뒤로 내준 공을 메시가 그대로 왼발 슈팅으로 연결했다. 메시의 슈팅은 쇼베이르 골키퍼의 손을 맞고 크로스바를 때린 뒤 골문 안으로 들어갔다. 전반 페널티킥 실축으로 고개를 숙였던 메시가 가장 중요한 순간 아르헨티나를 다시 살려낸 것이다.
메시와 아르헨티나 선수들은 두 팔을 벌리며 환호했다. 어떻게든 리드를 지키려 했던 이집트의 밀집수비도 결국 무너졌다.
한숨을 돌린 아르헨티나는 후반 추가시간 2분 극적인 역전골까지 뽑아냈다. 이번 주인공은 엔조 페르난데스(첼시)였다. 아르헨티나는 이집트의 공격을 끊어낸 뒤 곧바로 역습에 나섰고, 오른쪽 측면에서 라우타로 마르티네스가 정확한 크로스를 올렸다. 이를 페르난데스가 머리로 마무리하며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이집트는 결승골을 내주기 직전 자신들의 공격 상황에서 아르헨티나의 페널티킥 반칙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선수들이 강하게 항의했지만 판정은 바뀌지 않았다. 결국 아르헨티나는 0-2를 3-2로 뒤집는 짜릿한 역전승을 거두고 8강에 올랐다.
메시도 눈물을 흘리며 기뻐했다. 이날 1골을 추가한 메시는 북중미 월드컵에서 8골을 넣으며 득점 부문 단독 1위로 올라섰다. 또 월드컵 통산 최다골 기록을 21골로 늘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