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란했던 황금세대의 끝은 후계자 골키퍼의 허망한 치명적 실책이었다. 벨기에 국가대표팀 최고의 시기는 끝내 무관으로 씁쓸하게 막을 내렸다.
벨기에는 11일(한국시간) 미국 LA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월드컵 8강에서 스페인에 1-2로 석패하며 탈락했다.
지난 2018 러시아 월드컵 3위 이후 8년 만에 다시 한번 대권 도전에 나섰던 벨기에는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사실상 황금세대의 마지막이었다. 영국 매체 'BBC'는 벨기에의 탈락을 두고 "센느 라멘스(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실책이 벨기에 황금세대의 종말을 고했다"고 시사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번 패배는 벨기에 축구 역사상 가장 화려했던 황금세대의 핵심이자 상징인 케빈 더 브라위너, 로멜루 루카쿠, 티보 쿠르투아, 악셀 비첼의 사실상 마지막 월드컵 무대였기 때문이다.
황금세대 주축들은 2014 브라질월드컵부터 대표팀의 전성기를 이끌며 세계 축구를 호령했으나, 마지막 도전의 마침표는 너무나 허무했다.
벨기에는 후반 중반 주전 골키퍼 쿠르투아가 부상으로 교체 아웃되는 악재에 빠졌다. 결국 1-1로 팽팽하던 후반 43분, 쿠르투아의 뒤를 이어 골문을 지키던 24세의 젊은 골키퍼 라멘스가 상대의 슈팅을 제대로 잡아내지 못하고 떨어뜨리는 치명적인 실책을 범했다. 쇄도하던 스페인의 미켈 메리노가 이를 놓치지 않고 결승골로 연결하며 승부는 그대로 끝이 났다.
과거의 영광을 뒤로하고 떠나는 베테랑들에게는 너무나 잔인한 퇴장이었다. 황금세대의 주역인 더 브라위너, 루카쿠, 쿠르투아 등은 2014년 대회 8강을 시작으로 2018년 3위, 유로 2016과 2020 8강 등 꾸준히 상위권을 유지했지만, 끝내 메이저 대회 트로피를 들지 못한 채 황금세대의 문을 닫게 됐다.
더불어 레안드로 트로사르(, 브란돈 메셸레(, 티모시 카스타뉴, 한스 가나켄, 토마 뫼니에 등 팀의 주축 베테랑들도 이번 대회를 끝으로 사실상 월드컵 여정을 마감할 것으로 보인다.
경기 후 루디 가르시아 벨기에 감독은 "국가대표팀에서 마지막일지 모르는 베테랑 선수들이 마지막으로 포효할 기회를 얻지 못해 매우 아쉽고 실망스럽다"며 "부상으로 골키퍼와 주장을 잃었고, 더 브라위너까지 교체해야 했다. 너무 많은 것들이 꼬였다. 상대에게 기회를 헌납하면 안 됐는데 불행히도 그러고 말았다"고 진한 아쉬움을 삼켰다.
다만 세대교체 가능성을 확인한 것은 위안거리다. 세리에A에서 부진했던 샤를 데 케텔라에르가 이번 대회 3골 1도움으로 맹활약했고, 유리 틸레만스와 제레미 도쿠 등 다음 메이저 대회에 나설 수 있는 자원들이 가능성을 보여줬다. 가르시아 감독은 "우리 젊은 선수들은 이번 패배를 통해 많은 것을 배울 것이다. 벨기에는 스페인을 상대로 대등한 경기를 펼쳤고, 이번 월드컵 행보를 충분히 자랑스러워해도 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