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기간 중 퇴장 징계 유예로 큰 파장을 일으켰던 배후가 폭로됐다. 국제축구연맹(FIFA) 징계위원회 중 단 1명의 독단적인 결정이었다는 게 유력지의 설명이다.
미국 스포츠 전문 매체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는 14일(한국시간) 영국 '더 타임스'의 보도를 인용해 "미국 대표팀 공격수 폴라린 발로건(모나코)의 레드카드 징계 유예라는 전례 없는 결정은 사실상 FIFA 징계위원회의 단 한 사람, 아랍에미리트(UAE) 출신의 모하마드 알카말리 위원장의 독단적인 손에 의해 결정되었다"고 폭로했다.
보도에 따르면 18명으로 구성된 징계위원회의 나머지 17명 위원은 이번 사건의 결정 과정에 전혀 참여하지 않았고, 심의 의견조차 구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통상적으로 국제 대회에서 논란이 되는 중대한 징계 건의 경우 최소 3명 이상의 위원이 모여 합의를 통해 결정하는 것이 관례지만, 이번 사건에 연루된 건 위원장 단 한 명이라는 것이다. 일단 FIFA 측은 이 보도에 대해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앞서 발로건은 2026 FIFA 북중미월드컵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와 32강전에서 수비수 타릭 무하레모비치의 아킬레스건 부위를 밟아 비디오 판독(VAR) 끝에 레드카드를 받았다. FIFA의 대회 규정상 레드카드에 따른 1경기 출전 정지 징계는 소청이나 항소가 불가능한 사안이었다. 이로 인해 벨기에와 16강전을 앞두고 미국의 핵심 전력 이탈이 확실시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벨기에전 킥오프 하루 전날, FIFA는 갑작스럽게 징계 규정 제27조 '사법 기구는 징계 조치의 집행을 전부 또는 일부 유예할 수 있다'는 조항을 근거로 발로건의 징계를 1년간 유예한다고 전격 발표했다. 1970 멕시코 월드컵에서 퇴장 자동 출전 정지 제도가 도입된 이래 대회 기간 중 퇴장 징계가 번복되거나 유예되어 출전이 허용된 것은 월드컵 역사상 최초였다.
이 결정 직후 벨기에축구협회와 유럽축구연맹(UEFA)은 "경악스럽다"며 강력히 반발했지만, FIFA 소청위원회는 "벨기에는 징계 절차의 당사자가 아니다"라며 해당 요청을 기각했다. 결국 출전이 강행된 발로건은 벨기에와의 16강전에 선발 출전했지만, 미국의 1-4 대패와 함께 16강 탈락을 막지는 못했다.
경기 안팎으로 번진 논란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발로건의 징계 재검토를 요청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외압 의혹으로 확산됐다. 심지어 트럼프 대통령은 개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바른 결정을 내리고 거대한 불의를 바로잡아 준 FIFA에 감사하다"라고 글까지 올리며 사실상 개입을 자인했다.
당시 인판티노 회장은 외압설을 부인하며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에서 FIFA 사법 기구의 독립적인 절차가 진행 중이며 적법한 기구에 의해 결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것이 FIFA 시스템의 작동 방식이며 내가 수호할 원칙"이라고 결백을 주장했다.